숭례문 화재 2년, 외따로 떨어진 문화재의 현주소 : 사회 : 서울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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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3 월 제 103 호

 
 

숭례문 화재 2년, 외따로 떨어진 문화재의 현주소

::숭례문 복구현황과 문화재 관리 현황을 짚어보다

최미애 기자 / bell737@snu.ac.kr

기자는 오늘도 관악 정문에서 강남과 강북을 잇는 750A 버스를 탄다. 번잡한 강남에서 벗어나 고궁들이 즐비한 강북으로 향하는 버스. 벨소리마저 삐-하는 부저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를 닮았다. 그렇지만, 아뿔싸! 역사가 숨 쉬는 공간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흰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숭례문이 휙 지나가고 만다. 여러분은 2년 전 숭례문 화재를 기억하고 있는가? 혹시, 입으로만 문화재보호를 외치고 있지 않는가?

나국민 씨가 바라본 숭례문 화재 2년

2008년 2월 10일, 남대문로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던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였다.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자 불길은 잠잠해졌다. 안심하고 있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숭례문은 다시 불길을 내뿜었다. 기와 밑에 있던 적심이 열기를 터뜨리며 걷잡을 수 없는 불이 솟아났던 것이다. 숭례문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2층 문루가 90% 이상, 1층 문루는 10% 가량 소실되는 참화를 낳았다. 나국민 씨는 이내 충격에 휩싸였다. 대로변에서 문

 

2012년 숭례문 복원공사가 완료된다.

화재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한 번, 그 문화재가 하필이면 국보 1호더라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큰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응당 일어나는 ‘누구의 책임인가’론에 자신의 이름도 거론되더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나국민 씨는 숭례문 방화사건 2주년이 되는 올해 2월 10일,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에서 복원 착공식이 열리는 광경을 보았다. 나국민 씨는 숭례문 복원공사 전 과정이 전통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에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복원 착공식에서 간이크레인으로 평방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나국민 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통방식이 맞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불거져 나온다. 문화유산연대 김란기대표는 (인터뷰)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 직영이 아니라 민간업체가 복원공사를 맡았다는 사실에 나국민 씨는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렸다. ‘민간’이라는 말은 나국민 씨에게 익숙하다. 2년 전 숭례문이 민간경비업체 ‘KT텔레캅’의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숭례문 복구현장에 가다

일반인들은 주말마다 숭례문 공개관람을 할 수 있다. 관람요금은 무료다. 지난 5월 16일, 기자는 숭례문 복구 현장을 찾았다. 15명 남짓의 관람객이 숭례문 안으로 들어섰다. 서울 KYC(한국청년연합) 도성길라잡이 1기로 활동 중인 최원명 씨가 안내를 맡았다. 기자가 어떻게 도성길라잡이로 활동하게 됐는지 묻자, 최 씨는 “나는 맨 처음엔 궁궐에 관심을 가져 궁궐 안내를 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러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고 도성길라잡이 1기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저널 박하정 기자
 

문화재에 대한 사랑으로 숭례문 안내 길라잡이를 맡은 최원명 씨.

접수 확인과 현장접수를 담당하고 있는 신한은행 자원봉사팀은 “토∙일요일 각각 6팀이 안내를 받는데 한 팀에 적어도 10명 이상은 꾸준히 방문한다”며 “한 팀당 정원이 45명인데 많을 때는 40명씩도 찾아온다”고 알려왔다. 최 씨도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는 그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기가 묻어났다.

때마침 다음 팀 안내를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 3명이 보였다. 미국인 로잔느 씨는 “주변을 지나가다가 친구들과 숭례문에 들어오게 되었다”며 머쓱해했다. 옆에 있던 그녀의 친구 다라 씨는 “외국인들에게도 숭례문은 매우 유명하다”며 “불에 타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엄마 손을 잡고 돌아서는 류제은 양(10세)에게 숭례문 관람을 한 후 소감을 물었다. 류 양은 똘망똘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TV에서 숭례문이 화재로 무너지는 것을 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 복구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옛날 고유의 모습 그대로 완전히 복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다른 문화재 관리를 잘 해야 할 거에요.” ‘다른 문화재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라는 10살 류 양의 목소리에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른 문화재는 화재의 위험에서 안전할까?

 

창덕궁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창덕궁 내부 소화기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5월 12일, 아침 9시 52분경, 기자는 연건캠퍼스 후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연건캠퍼스 후문은 창경궁과 맞닿아 있고 후문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에는 종묘와 창덕궁이 위치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이내 빨간 소방차 세 대가 연달아 창경궁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제 2의 숭례문 화재 사건이 아닐까, 창경궁 내부를 기웃거려봤지만 불씨 한 줌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5월 12일에서 14일까지 ‘문화재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됐다. 자연재난 및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와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이루어진 훈련이었다. 2008년 숭례문 화재를 비롯한 낙산사∙창경궁 화재 사건 이후 문화재청은 목조건물 화재 예방에 주력을 기울여왔다. 2010년도 소화기 점검표만 보더라도 창덕궁 내부에 있는 모든 소화기에 한 달에 한 번씩 점검이 이뤄졌다. 창경궁 및 경복궁, 덕수궁 내부 곳곳에도 소화기 및 소화전이 비치돼 있다.

현재 뮤지컬 <대장금>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경희궁도 목조 기둥 옆마다 소화기가 놓여있다. 하지만 밤 시간대에 이뤄지는 공연의 특성상 조명기기들 및 공연장비로 인한 화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 전 낮 시간 동안 경희궁을 지키고 있던 한 스텝에게 뮤지컬 공연 중에 발생할 화재 사건 대비책은 없는지 묻자 “화재를 대비해 소방대원 10여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며 “허가를 받은 뮤지컬이니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경희궁 숭정전 내부에 쓰러져 있는 공연장비.

 

고궁 뮤지컬 <대장금>이 공연되는 경희궁. 비에 젖은 전선들이 엉켜있다.

그러나 5월 11일, 경희궁 근정전 안을 살펴본 결과, 기자는 매우 실망스런 사진 몇 장을 찍을 수 있었다. 쓰러진 공연 장비들, 비가 온 덕에 물이 고인 바닥 위로 이리저리 엉켜있는 전선들이 화재의 위험을 가중시켰다.

문화재 관리, 현 주소는 어디인가

5월 13일 현재 창덕궁은 편의시설 입점 준비 공사가 한창이다. 시끄러운 굉음이 창덕궁 내부를 들썩였다. 주변에 있는 안내인에게 편의시설이 들어설 건물이 원래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묻자 “한일합방 이후 왕과 왕비가 타고 다니던 차를 주차해 놓는 어차고로 사용됐다”며 “이 전에는 관리들이 회의를 하던 빈청자리였다”고 대답했다. 그는 “어차고에 있던 차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창덕궁 빈청 자리에는 편의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람객은 “편의시설 입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다가다 물이라도 사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시설입점이 좋지만 이 자리도 문화유산인만큼 곳곳에 자판기를 설치해 편의를 도모하는 편이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시민들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전화를 받은 관리소 직원은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장애인을 배려한 계단도 옛날에는 없던 것 아니냐”고 소리 높였다. 덧붙여 그는 “현대에 맞춰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하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조만간 이 건물은 없어지고 편의시설이 옮겨갈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관리인의 말처럼 ‘생각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애인 계단과 편의시설의 사뭇 다른 점은 전자의 목적이 ‘배려’라면 후자의 목적은 ‘편의’라는 데에 있다. 기자는 관리인에게서 한일합방 이전의 모습을 언제쯤 재현할 것인지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빈청 자리에서 나는 소음은 ‘곧’ 옮겨갈 편의시설입점을 위한 소음이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실린 국보285호 ‘반구대 암각화’ 역시 위기에 빠졌다.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사연댐’을 건설하면서 암각화가 1965년 이후부터 연중 8개월 이상 물에 잠기게 됐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울산시의 청정용수 비율이 75%나 되고 물도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와 문화재청 간 입장 차이는 팽팽하다. 수원 확보가 우선이라는 울산시와 마땅한 식수 보급책 없이 문화재부터 구하겠다는 문화재청의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싸움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인 암각화가 매일매일 깎이고 있다.

문화재청, 복잡한 민원체계의 온상

기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숭례문에 관한 몇 가지 답변을 들을 수 있는가를 문의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문화재청 숭례문복구단을 통해 질문을 해결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알려왔다. 문화재연구소 측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문화재청 숭례문복구단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에게 “문화재 방재 현황 및 숭례문 복구 사업에 관한 질문 몇 가지가 있다”고 말하자 몇 번씩이나 전화기가 넘어갔다. 몇 분 후,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담당자는 “언론 단체는 따로 인터뷰 신청을 해야한다”며 “인터뷰 신청양식에 맞춰 메일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당일, 기자는 2통의 메일을 보냈다. 하나는 숭례문 담당 관계자에게, 하나는 문화재 방재를 맡고 있는 담당자에게 보내는 메일이었다.

전화 통화 후 약 10일이 지난 현재, 숭례문 담당 관계자는 메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문화재 방재 담당자는 ‘해당 부서에 답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답변만 했을 뿐이다. 문화재 방재 현황에 관한 답변을 듣기위해 처음보다 다섯 다리를 더 건넜다. 각 고궁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문의하면 “정식 인터뷰는 정식 경로를 거쳐서 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대다수의 경우, 주변 관계자들은 질문에 실컷 대답해놓고 “나는 잘 모른다”로 일축해버리기도 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도 무참히 묻히고 있다. 홈페이지 구성의 문제점 때문이다. ‘문화재 신문고’라는 탭을 클릭하면 ‘문화재안내판 오류신고’게시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문화재 신문고’게시판으로 들어갔으므로 게시판이 ‘안내판 오류’에 국한된 것인 줄 잘 알지 못한다. 시민들은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이 게시판에 쓴다. 그리고 그 글에는 Ctrl+V한 답변이 달린다. ‘귀하의 민원은 안내판 오류신고센터 운영의 목적과 취지와는 맞지 않으니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담당부서인 유형문화재과에 직접 문의 또는 국민신문고 등에 건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만 하더라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글은 자연스럽게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한다. 홈페이지 구성을 바꾸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보다 쉽게 수용하기 위해 우리 문화재청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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