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앙, 대학을 포기하다 : 사회 : 서울대저널
 
편집실에서
초점
기획
특집
학원
사회
정치
문화
국제
고정코너
커버스토리
경제
 
 

2010 년 3 월 제 103 호

 
 

(주)중앙, 대학을 포기하다

::두산 인수, 대대적 구조조정과 중앙대 들여다보기

김수연 기자 / llucky@snu.ac.kr

지난 4월 8일, 중앙대학교 독어독문과에 재학 중이던 노모 씨는 대학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반발해 교내 신축 공사에 사용되고 있던 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한강대교에서는 철학과 김모 씨와 국어국문과 표모 씨가 중앙대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들은 모두 학교로부터 각각 퇴학과 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중앙대는 “극소수의 학생들이 이번처럼 극단적인 돌출 행동으로 반대한다면 우리 대학은 큰 혼란에 빠져 필요한 개혁을 할 수가 없다. 재단의 투자 의욕과 도약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이 퇴학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벌인 시위를 재단은 ‘투자 의욕을 잃게 만드는 돌출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말 많고 탈 많던 두산 재단 구조조정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08년의 일이다. 이후 중앙대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강도 높은 학문 단위 구조조정과 행정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대학경쟁력’의 강화를 위하여 교수연봉제가 도입되고 본부위원회의 자체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한 학과들은 통폐합됐으며,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진 학내 언론 기금은 대폭 삭감됐다. 이러한 중앙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중앙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기업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지난 3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학생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 집회에서 학생지원처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퇴학당한 중앙대 철학과 김주식 씨는 중앙대 구조조정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삼성의 성균관대 인수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재벌 기업재단이 대학교를 인수한데다가, 구조조정의 강도가 안성캠퍼스까지 포괄하는 매우 큰 규모라는 점에서 이번 중앙대 사태는 대학 기업화의 상징성을 가진다”며 중앙대 구조조정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했다. 많은 시위와 반발로 시끌벅적했던 중앙대는 시위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통해 사태가 정리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
 

“창조적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 측면에서 세계 수준의 명문 위상을 갖춘 글로벌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 이사장.

대학도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전회장이 2004년 소장을 역임했던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는 중앙대 구조조정의 논리적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요자 지향형 대학교육 개혁방안’은 각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시장을 통한 교육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개혁방안에 따르면, 교육 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교육평가제와 교원평가제 등으로 대학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택,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대학 또한 대학시장 속에서 경쟁하는 하나의 경쟁주체이자 교육 서비스의 공급자이며, 학생들은 일정 비용을 내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 여겨진다. 김주식 씨는 “현 중앙대 구조조정은 효율성 지상주의의 기업 논리가 대학의 학문 탐구라는 고유한 논리적 가치관을 대체하고 교육 철학과 인문학적 교양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결국에는 대학이 기업의 사원 양성을 위한 학교가 돼가고 있다”며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고유한 지위를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주) 중앙 기업인 양성소

김주식 씨는 “기업들이 기존에 직접 회사에서 비용을 들여 사원을 재교육시키는 과정을 싼 비용으로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졸업생들에게 실무능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재교육시켜야 되는 것은 기업의 몫인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학생들이 기업을 위한 실무능력을 대학에서 배우고 졸업해 바로 훌륭한 사원으로 일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예비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은 무시되고, 회계와 같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학문들이 각광받고 있다”며 “학교가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미국식 교육도 학부 때는 인문학적 사고와 틀을 강조하는데, 재단 측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중앙대는 기존의 교양과목을 대폭 축소하고 회계를 필수 교양으로 재편했다.

김 씨는 또 교육관료, 정부, 기업 그리고 언론이 유기적으로 서로 도우며 대학교육을 포섭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은 기업의 대학 인수와 구조조정이 대학순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논리로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저비용 고효율 구조조정을 긍정적인 입장에서 방관하며 교육관료 또한 더 높은 이득을 보장받으며 함께 구조조정을 이뤄나가고 있는 식이다. 그는 “이러한 유기적 상호보완 관계가 어떤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형성하여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을 답습해 대학교육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들이 삼성의 성균관대학교 학문단위 재편을 뒷받침했는데, 성균관대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평가와 매년 이뤄지는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학교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다”며 모순성을 지적했다. 성균관대학교는 학과별로 정원 자체가 정해지지 않고 계열별로 변동되며, 계열에 자율적으로 행정적 경영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매년 자체의 평가기준을 통해 평가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각 학과들은 학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 씨는 “이러한 성균관대의 사례가 중앙대뿐 만이 아니라 덕성여대와 동국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 중앙대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학에는 학교 재단의 통제 매카니즘이 자리 잡고, 결국 기업에 필요한 인재 위주의 자체적 평가기준으로 대학교는 사내 대학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앙대 학문단위 재편 최종안은 기존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학부를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학부로 개편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근저에 깔린 효율성 지상주의

“결국 이러한 구조조정은 취업 될 학과는 키우고, 안 될 학과는 버리겠다는 말”이라는 김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학과는 주로 ‘돈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학과들이다.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서진 씨에 따르면 “총 세 부류 ”로 학부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신설한 공공인재학부와 같은 학교에서 ‘소위 밀어주는’ 학부, 건축학부와 같이 실질적으로 구조조정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학부, 마지막으로 청소년학과와 가정복지학과, 역사학과 같은 통폐합되는 학과의 구분이 그것이다.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과들은 보편적으로 취업률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학과들인 것이다.

이러한 중앙대 구조조정의 논리는 결국 ‘효율성’으로 수렴된다. 총장을 조롱하는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가 강제 회수되고 예산이 전액 삭감된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의 편집장 구예훈 씨는 “전반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학교에 침투하고 있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중앙대 재단의 상층부는 두산에서 파견된 임원진들로 구성됐는데, 이들이 기업의 CEO로서 추구하던 이윤극대화의 가치를 대학에까지 적용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씨는 <중앙문화>의 예산을 삭감한 것 또한 사실상 학교가 언론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앙문화>의 비판적 논조는 첫 발간부터 유지돼 오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2학기 재단이 바뀐 이후부터 갑작스럽게 학교의 언론 탄압이 가시화됐다. 구 씨는 “학교가 기업을 운영하던 것처럼 예산을 삭감하려는 데 혈안이 돼있던 찰나에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학교 교지에 돈을 지원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여긴 것 같다”며 “웹진화의 압박부터 시작해 이제는 예산 전액 삭감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중앙문화> 예산 삭감 또한 중앙대의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구조조정, 학내 무관심이 일조

학교 측은 <중앙문화>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사실을 편집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중앙문화>와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갑작스런 일이었다. 구 씨는 “기존에 압박이 있어왔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홍보처를 통해서 예산을 전면 삭감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절차의 비민주성을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본래 학과 구조조정안도 다양한 안을 만들고 수렴해서 함께 만들어나가기로 했으나, 학교 측은 방학 기간에 본부의 구조조정 안을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구 씨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하였다고 했지만 그 반영 내용과 정도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서 구 씨는 “학교가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절차상에 이의를 제기했다. 구 씨는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비판적 여론은 무시한 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학생을 학교의 주요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의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이서진 씨는 “사실 누가 그렇대, 그렇구나 해서 알음알음 알아간 거지, 교수님이나 직원 분들이 확실하게 구조조정의 내용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
 

학문 단위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크레인 시위"를 벌인 노 모씨는 퇴학 처분를 받았다.

중앙대 학생회와 몇 몇 비판적 학내 언론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중앙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구조조정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서진 씨는 “학교 밖에서 오히려 더 많이 중앙대 구조조정에 대해서 얘기하고 비판하지, 내부에서는 소수를 빼고는 구조조정 자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인 ‘중앙 人(중앙인)’에서는 학교의 구조조정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씨는 “처음 중앙대에 입학했을 때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과에 들어간 것은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데, 능력이 부족했던 너네가 잘못이지 왜 다른 학과에까지 피해를 끼치려 하느냐는 식의 의견까지 있다”며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구조조정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사태는 학내 구성원보다 오히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자본에 종속되는 대학 사회

문화평론가 문강형준 씨는 <중앙문화>에 기고한 한 칼럼에서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자본의 사회장악’이라고 칭한다. 그는 경제학적 사고를 급진화하여 모든 사회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따라, 신자유주의 대표 학자 게리 베커가 주장한 ‘인간 자본(human capital)’의 개념을 설명한다. 게리 베커의 논리에 따르면 개인은 스스로를 하나의 ‘인간 자본’으로 여기고 자신이 소유한 자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문 씨는 이러한 인간 자본 개념에 따라 대학 교육에서의 학생은 진리의 탐구자로서 하나의 주체성을 지닌 개인이 아닌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자본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려는 데에 주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결국 “신자유주의적 논리에 따른 자본의 교육 장악”이다. 마침내 학생들은 스스로를 ‘인간 자본’으로 보는데 익숙해져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본에 굴복하고 살아남는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로 나타나는 자본의 대학 장악은 독재정권의 군홧발보다 더 무서운 ‘소리 없는 폭력’이 아닐까.

이 기사에 의견달기
이름     이메일
내용(255자 이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