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참을 수 없는 손가락의 가벼움 : 고정코너 : 서울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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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3 월 제 103 호

 
 

[기자수첩]참을 수 없는 손가락의 가벼움

최우영 기자 / luckerk1@snu.ac.kr

선관위와 선본들 그리고 총학생회 선거 과정을 지켜본 모든 학생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봄이었다. 권리찾기, 민중의 벗, 새판짜기라는 세 선본의 이름은 인터넷에서 각각 권력찾기, 민중의 적, 개판짜기라는 이름으로 변형돼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 오프라인 게시판은 사퇴한 선관위원들의 자보 및 선본들을 비판하는 자보들로 도배됐다. 개표를 주장했던 연석회의 오나영 의장은 x^2-5x=0이라 불리며 2x-5로 미분해버리겠다는 악플에 시달렸다. 심지어는 모 후보들을 죽이겠다는 글에 추천이 수십 개씩 달리는 등 한동안 ‘떡밥’의 부재에 시달리던 이들의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였다.

한 번은 투표소 지킴이의 숫자를 두고 선관위와 선본 사이 잠시 갈등이 있었다. 가벼운 손가락들은 말하기 쉬운 원칙을 논하고 선본들의 무능력을 탓했다. 그 중 누구도 몇몇 선본원들만이 휴학까지 마음 먹으며 임하는 총학생회 선거진행에 힘을 보태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두 후보가 휴학한 사실을 들며 피선거권 박탈을 주장할 때도 인신공격에 그칠 뿐이었다. 휴학·학사경고·0학점 중 하나를 각오하지 않으면 학생회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학생회의 실정에 대한 개선논의 또한 없었다. 선본들의 퇴출을 거론하면서 무너진 자치사회를 복원하겠다는 신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상대방의 결점에 대해 욕할 수 있다. 다만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내뱉어지는 말들의 가벼움이었다.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앞으로’를 고민하는 건설적인 의견들은 자취를 감췄다. 선거무산의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만이 난무했다. 투표한 8254명의 총학생회 건설에 대한 열망도 책임 공방의 뒤편에 묻혀졌을 뿐이다. 온갖 불신과 분노만이 튀어나올 뿐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낼지 아무도 운을 떼지 않았다. 마치 선거의 주체와 객체가 선본들과 나머지 모두로 분리된 듯한 분위기였다. 학생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책임감이 결핍된 채 외부인이 된 마냥 떠들어댈 뿐이었다.

선거 파행의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총학생회를 만들 것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다. 법인화·외부업체 입점·자치공간 박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있다. 당면한 사안들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총학생회가 필요하다. 선거기간 동안 학생회관에 상주하며 만난 세 선본 모두에게서 학생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진정성 안에 담긴 심정과 온도가 가벼운 손가락들에 의해 함부로 폄하되는 일은 부당하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터져나오는 비판들 중 취할 것은 취하되 지레 위축돼 선거에 참여했던 이들이 자치활동에 대한 열정을 상실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선본들은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 위에서 다가오는 11월 총학생회 선거에 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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