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 기자들과 웃고 떠들던 중 만화 기획을 생각해 냈습니다. 어린 시절 제게 만화는 즐거운 놀이터였습니다. 만화를 볼 때만은 시간가는 줄 몰랐고 친구들과는 늘 전날 본 만화 얘기를 했습니다. 조금은 부끄럽게도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흘깃거리다 혼이 난 적도 많습니다. 그런 만화를 이제 머리가 조금 컸다고 삐딱한 눈으로 공격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기자는 세상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우선이라지만 만화같이 즐거운 시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만화를 꺼내 즐기기엔 너무나 불안한 듯합니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북한과의 관계는 점점 더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남북 간 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서로가 강경대응책을 쏟아내더니 어느 새 가상 전쟁 시나리오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전쟁까지 가겠냐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이제 목전에 전쟁이 다가와 있는 불안이 순간순간 엄습하곤 합니다. 입대가 두 달여 남은 친구는 새벽에 돌연 "지금 군대를 가고 전쟁이 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군대에 가 있는 선배에겐 "시국이 너무 불안하고 발표 하나하나가 폭탄선언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여자가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군가에겐 불편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내 소중한 이들의 불안과 걱정에 너무나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논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의 시시비비야 명확히 가려야하겠지만 문제는 그에 앞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불안을 잠재울 노력을 어느 곳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남측과 북측, 각국 언론은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 평화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자극하는 발표만을 쏟아내는 것이 각국의 안보와 평화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어 더 불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거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을 해소할만한 진실 증명과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6월 2일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 유세 때는 후보들이 일궈갈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나 선거 역시 불안의 요소를 잠재우고 평화와 발전을 가져다 줄 기회의 장은 아닌 듯합니다. 무슨 무슨 바람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거라는 말이 나돌던 때부터 이미 짐작은 했지만 선거판에는 서로를 몰아가기 식으로 사냥하는 유세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북한과 같은 좌빨'이라는 말을 내뱉는가 하면 반대 쪽에서는 '뚫린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합니다. '저들은 기본부터 글러먹었으니 정책 따위 듣지 말고 우선 우리 쪽을 뽑으라'는 식입니다. 남은 건 북한과 싸우자는 말, 혹은 내부를 숙청하자는 공허한 투기뿐입니다.
그저 겁에 질린 젊은이가 치기 어린 투정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만화책에는 세상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으려는 인물이 "진정한 공포와 불안을 아는 인간만이 두려움으로 인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자신을 정당화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잘못돼 가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고치면서 사람들 모두를 지키고 싶다"는 일념을 지켜갑니다. 역시나, 어떠한 대의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을 잃는 건 무섭습니다. 누구든 사람을 지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놓아야겠습니다. 공포와 불안으로 얻은 일시적 안정은 늘 또 다른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은 모든 것을 잠식해 갑니다. 누구나 즐거운 것을 즐길 수 있는 나날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