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을 두고 네티즌들은 “MBC가 마지막 희망”이라며 MBC를 응원했다. 파업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PD수첩, 무한도전 등 수많은 프로그램은 개념 있는 프로그램으로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동안 KBS, YTN, SBS 등 다른 지상파 매체의 노조는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KBS, YTN이 이미 정권에 의해 순치됐다고 평가했다. 내부 구성원들도 이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도 할 말은 있다. KBS에서는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 노조가 생겼고, YTN 노조는 구본홍 사장 퇴진 이후에도 여전히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SBS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주주의 전횡으로부터 SBS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수면 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백조의 발처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KBS, YTN, SBS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 본부노조,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독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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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노조 엄경철 위원장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며 KBS의 현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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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에 KBS본부 노조가 공식출범했지만 사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KBS본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간부로부터 KBS본부 노조를 탈퇴를 종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 본부노조가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모 국장이 KBS본부 조합원을 상대로 개인면담까지 진행해 ‘더 이상 회사가 KBS본부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KBS본부 노조를 탈퇴하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사측의 탄압은 탈퇴강요에 그치지 않았다. KBS본부 노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라디오PD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지방으로 발령나기도 했다. 엄 위원장은 “현재는 노골적인 탈퇴강요나 압박은 없어졌지만 사측은 근본적으로 KBS 본부 노조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KBS 본부 노조는 전임활동가도 사무실도 없다. KBS 본사 내에 천막을 치고 임시사무실을 운영했지만 이마저도 사측이 강제로 철거했다. 노조 전임자가 없기 때문에 엄경철 위원장도 회사 일을 하면서 노조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엄 위원장은 “사무실과 전임자 문제로 겪는 물리적 한계가 KBS본부 노조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KBS, 끊이지 않는 보도통제와 보복인사 의혹들
KBS 본부노조에 대한 사측의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보도국장에 의해 예정된 보도내용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박재완 청와대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의혹을 고발하는 <시사기획 10> ‘학자와 논문-2 공직의 무게’ 편을 요약한 내용의 보도가 9시 뉴스 방송직전에 삭제된 것이다. 엄 위원장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며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성토했다. 사실 보도통제에 대한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1월에는 <미디어비평>의 기자들이 발제한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사장 선임’,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 무효 판결’ 등의 아이템이 간부 차원에서 차단되기도 했다. 정치와 자본을 감시하는 탐사보도팀도 뿔뿔이 흩어졌다. 2006년에 광우병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강택 PD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없는 수원 KBS 연수원으로 발령됐다. 이강택 PD 외에 많은 탐사보도기자들도 지방으로 발령 나거나 취재와 동떨어진 부서로 밀려났다. 엄경철 위원장은 “탐사보도팀이 해체되면서 KBS에서 정치, 자본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이 크게 저하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정권의 나팔수’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KBS본부 노조는 내부 감시자를 자처했다. 저널리즘 방향성에 대한 감시와 부당한 인사에 대한 고발 등을 통해 KBS 사측의 전횡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엄 위원장은 “우리가 내부에서 고발을 하기 때문에 사측에서 조금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부 견제 외에 KBS본부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 본부장 직선제, ▲ 공정방송위원회 정상화, ▲ 부사장, 본부장 신임평가 등 공정방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안책을 사측에 제시했다. 엄 위원장은 “언젠가는 두 개로 갈린 노조가 단일화 되어 어떤 사장이 와도 노조를 중심으로 KBS를 지킬 수 있는 튼튼한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YTN, 낙하산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가 KBS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인 2008년 7월에 YTN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YTN의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YTN노조는 이를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보고 사장 출근저지와 파업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 와중에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6명이 해고되는 등 33명이 중징계를 당했다. 결국 구본홍 사장 저지투쟁이 시작된지 259일 만에 사측과 노조는 서로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이후 구본홍 사장이 임명된 지 1년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YTN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당시 해임됐던 6명의 기자는 아직까지 복직되지 못했고, YTN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왕희대 수습기자 | |
유투권 YTN 노조위원장은 "“외부에서 봤을 때 극단적인 투쟁은 없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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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을 비롯해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기자들의 복직 역시 YTN 노조가 당면한 과제다. 2009년 11월 13일에 서울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를 이유로 YTN 기자들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사측에서 항소를 해 6명의 기자가 여전히 해임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유 씨는 “노사 간의 내부적인 갈등의 가장 큰 부분은 해직자 문제이며 이 부분이 해결돼야 다른 문제들이 풀릴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해직된 기자들이 YTN 15층에 마련된 노조사무실에 다시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사측에 의해 해직자들은 YTN 건물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유 위원장은 “항소심에서도 당연히 해고무효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해직자들의 복귀가 이루어질 것을 확신했다.
SBS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까?
SBS노조가 처한 상황은 KBS, YTN과 조금 다르다.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두 노조와 달리 SBS 노조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안정식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이하 공방위원장)은 “SBS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재투자해 좋은 방송을 만드는 것보다는 계열사로 수익을 이전해 대주주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SB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SBS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는 콘텐츠 운영위원회와 중간평가 강화를 사측에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3월 29일 총투표를 통해 90%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노조가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자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고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안정식 공방위원장은 “조합원들의 파업 의사가 강했기 때문에 대화를 거부하던 사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중간평가 안건을 제외하고는 노조 측의 의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평했다. 이렇게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결의된 것은 대주주의 전횡이 SBS 방송의 공공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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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공방위원장은 “앞으로 생길 종편채널에서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민영방송인 SBS노조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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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환경전문기자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보도에 앞장 선 박수택 기자가 현장에서 떠나 논설위원실로 발령 난 것도 SBS 노조에게는 부담이다. 정권의 입김이 SBS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식 공방위원장은 “노조에서는 4대강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회사가 부담을 느낀 것 아닌가 하고 추측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다른 방송들처럼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것은 타 방송국보다 더 어렵다. KBS, YTN은 정권이 바뀌면 공정한 사장이 임명될 가능성도 있지만 SBS의 주인은 소유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안 위원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노조 활동은 출세를 포기하고 한직만 떠돌다 끝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노조 활동의 어려움을 전했다. 물론 노조 측에서 파업으로 인한 징계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SBS노조는 파업 전 단계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회사를 압박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식 위원장은 “앞으로 생길 종편채널에서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민영방송인 SBS노조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SBS 노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