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천안함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을 무렵, 그 달 6일에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의료개정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현재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아직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아 별다른 진전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것이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서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료법개정안은 대체 무엇이고 의료민영화와의 개연성은 과연 있는 것일까.
4월 의료법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보건의료노조 교육선전실 | |
‘의료민영화저지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은 의료서비스 경쟁력 제고,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법 운영상의 문제 사항 정비로 크게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사안에는 원격의료 규제완화, 의료법인 합병절차규정, 의료법인부대사업 범위확대가 담겨 있다. 두 번째 사안은 X-ray나 CT 등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의 안전관리기준 강화와 병원 감염방지에 관한 내용이 있고 세 번째 사안은 의료법 운영과 관련한 미비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세 사안들 중 의료민영화와 관련돼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바로 첫 번째 사안의 내용들이다. 이 사안에 대한 전국의료보건산업노동조합의 입장과 보건복지부의 입장 대립은 첨예하다.
#1 의료법개정안 세 가지 쟁점-원격의료, 부대사업, 의료법인 합병
원격의료-환자의 안전성 문제 vs 충분히 안전
현재 원격의료는 의사 대 의사에 한정해 허용돼있는데 현재 제출된 개정안은 의료인과 환자의 직접적 원격 의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 전달체계의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나 환자의 안정성 문제에 관해선 의사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만한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의료전달체계의 파괴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원격 의료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을 구비할 수 있는 병원은 대형병원이다. 이 뿐 아니라 이러한 설비를 갖춰주는 것은 대기업에서 가능하며 현재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도 거의 무너져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즉, 작은 병원들은 무너지고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큰 병원과 대기업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의 의료 전달체계는 진료가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 큰 규모의 병원으로 단계적으로 가도록 구성돼있다.
원격의료를 완화하여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의 용이성을 높이고 이와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시스템설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원하는 국민들이 부담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산간지방과 같이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은 국가 예산에서 지원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원격의료의 안정성 보장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관계자 박창규 사무관은 “시범운영결과 원격의료가 정확한 진단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대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에서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경우와 재진 환자에 한해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고 답했다. 재진 환자란 동일 의료기관의 동일 의사에게 한 번 이상 진료를 받은 사람이다.
부대사업-실질적 영리법인병원의 허용 vs 지나친 우려
의료법인 부대사업의 경우 병원의료기관의 여러 비영리법인 중 의료 법인에 한해 부대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이다. 부대사업이란 비영리법인의 고유목적사업인 환자 진료가 아닌 나머지 사업이다. 현재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장례식업, 주차장업 등 구체적 항목이 정해져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 법안에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이것이 사실상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은 병원 내의 수익을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사용한다. 병원 수익이 투자자들에게 가는 영리 병원이 완전히 도입돼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병영 경영지원 사업(MSO)은 제 2의 영리병원의 출현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MSO는 의료기관에 대해 다양한 병원관련 컨설팅도 해주고 용역비를 받는 개념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부장 임서영 씨는 “결국 MSO를 통해서 외부의 자본이 유입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이를 의료민영화로 보고 있다. 당장엔 병원 내 수익이 밖으로 흘러가지 않겠지만 결국 허용하는 방안으로 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발의된 제주특별법에는 영리병원 사안이 포함돼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법안을 의료법인을 타 비영리법인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개정한 법이라고 설명한다. 현재는 다른 비영리법인과 달리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타 비영리법인 병원들은 비교적 각종 부대사업, 수익사업에 자유로운 반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관해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의료법인의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MSO를 부대사업에 추가했다. 이를 의료민영화의 한 축이라 보는 의견에 대해 박창규 씨는 “이 사업을 통한 수익은 법인 밖으로 못 나간다. 즉 의료 고유목적사업에만 써야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과도한 상업화를 야기한다고 걱정하는지 정부입장에선 답답하고 지나친 우려일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더불어 제주도 특별법의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해 자치권이 법으로 부여된 제주도에서만큼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적인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해야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의료법인 합병- 대형병원의 체인점화 vs 국민들의 피해 감소 효과
의료법인 합병의 경우는 원격의료와 마찬가지로 대형병원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과 중소 병원들은 몰락하게 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그동안 의료법인은 국가의 지원을 많이 받아 병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한다면 대형병원들이 지역에 있는 병원들을 병합할 수 있게 된다. 임서영 씨는 “실제로 미국의 경우는 인수를 하고선 그냥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라고 안 그러겠냐. 지역 병원이 남더라도 대형병원의 체인점처럼 될 것이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반면 복지부에서는 의료법인 합병은 오히려 부실 의료기관에 의한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개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의료법인의 경우는 합병 절차 규정이 없어서 각종 편법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도 파산이 될 때까지 운영을 해야하는 구조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정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 ⓒ참여연대 | |
지난 4월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의료법개정안에 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
“명백한 의료민영화” vs “과도한 우려"
이번 의료법개정안과 의료민영화의 연관성에 대해 노조 측은 강한 개연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번에 의료법 개정안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서영 씨는 “원격 의료는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산업인데 그것이 민간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MSO는 영리병원의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의료병원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병원이 지방에 체인병원의 형식으로 유입되면 중소 의원은 설 곳을 잃게 된다. 또한 독점으로 인한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반론에 대해서 임 씨는 “겉으론 본질을 흐리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아니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의료민영화”라며 이번 개정안은 결국 “몇몇 거대 자본들한테 의료공급 체계를 완전 떠넘기려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민영화와의 개연성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의료민영화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반론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민영화라는 것 자체는 국영으로 돼있던 의료 서비스를 민간으로 넘겨주는 것을 제3자나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의료민영화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상업성 강화’란 용어가 오히려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민 단체에서 주장하는 부분은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과도한 우려 속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적극적인 설명으로 여기에 대한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책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중요
임서영 씨는 학생들에게 의료민영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임 씨는 “의료 쪽을 보면 당장은 젊으니까 안 아플 수 있지만 나중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의 이익을 놓고 세상을 바라볼 게 아니라 긴 안목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씨 역시 “어떤 정책사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때 추상적인 정보가 아닌 정확한 정보를 바탕을 둔 학생들의 관심이 의료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법관계자들은 사안에 대한 관심이 의료법이 긍정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의료보건계 대학생들로 이뤄진 의료보건학생연석회의(연석회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의대, 약대, 한의대 학생들이 건강권을 지키는 운동을 추진하기 위한 단체다. 이 단체에서는 지난 달 30일에 기자회견에서 “의료민영화 가속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제출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연석회의 정책국장 최영준(가명) 씨는 “우리들이 의료보건계 학생이다 보니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와 공급자 두 역할을 모두 가진다. 소비자 측면에선 건강권 보장을 공급자 측면에선 자본에 종속되거나 영리추구에 이용되는 것의 극복을 촉구하는 내용을 주로 담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석회의에 속한 약대 연합동아리 ‘늘’의 안선혜(약학 07) 씨는 학생들의 역할을 “일반시민들이 어려워해 쟁점화하기 힘든 의료법 내용을 쉽게 알리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연석회의실천단 백신 | |
실천단 |
| ⓒ연석회의실천단 백신 | |
의료민영화 저지 보건의료학생 실천단 '백신'이 길거리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