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돌 맞이한 한국만화,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 기획 : 서울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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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3 월 제 103 호

 
 

100돌 맞이한 한국만화,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일본 만화계와 비교하여 보는 한국 만화계의 현황,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김수연 기자 / llucky@snu.ac.kr

이래경 기자 / reflection4627@snu.ac.kr

한국만화가 100주년을 맞이한 2009년,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만화계의 두 흐름은 여전했다. 잡지와 같은 출판 만화는 쇠퇴 추세를 이어갔지만 그 속에서도 일본 만화의 성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만화 판형에 해당하는 코믹스 중 일본만화로 대표되는 수입 번역만화의 출판 비율은 84%에 달했다. ‘예스 24’, ‘온라인 리브로’, ‘인터파크’, ‘한양문고TOONK’에서 제공한 2009년 통계자료를 통해 만화 베스트셀러의 국적을 살펴본 결과 50위권 안에 한국만화는 불과 33%를 차지한 반면 일본만화는 65%를 차지해 일본만화가 한국만화를 압도하고 있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베스트셀러 50위권 작품 중 한국만화는 33%, 일본만화는 65%를 차지해 일본만화의 시장 지배력을 보여준다.

거대한 일본만화계에 비해 왜소한 한국 만화산업계의 현실

만화평론가 박석환 씨는 “일본 만화는 ‘동시대 문화’란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만화가 높은 시장 지배력을 지니는 상황을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 평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예술가들의 창작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자본 및 기술적으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일본 만화계가 세계 만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한국 만화계와 일본 만화계의 차이를 고려한 후 양국의 만화 문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국의 만화 산업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출판만화 시장의 소비문화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비즈니스 팀의 김민정 선임은 “한국 만화 소비자들은 만화를 구매하지 않고 보는 정서가 강하다”며 한국 출판 만화 시장의 특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웹툰이 기존의 출판 만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로서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실질적 구매가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만화를 출판물에만 한정시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출판물 위주로 만화를 소비하는 문화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출판 시장 자체가 작은 것이 한국 만화 산업의 더 큰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출판 만화와 웹툰이 구분된 시점의 시장에서 실질적 구매 현상은 출판 만화 부분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출판 만화 시장이 작을뿐더러 주로 ‘대여’를 위한 소비가 발생하는 것이 한국 만화 시장의 특성이라는 얘기다.

‘대여 문화’라는 한국 출판 만화의 특수성 외에도, 일본에 비해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연계가 부족한 것, 즉 시장 창출 능력의 차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 씨는 “일본은 한 번 만화가 성공하면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부분까지 진출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식객’과 같이 영화화해 성공한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만화 작품은 일회성 소비에 그쳐 사라져간다”며 우려했다.

새롭고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한국 만화 산업의 숨통 트여줄 것

단지 시장 규모의 차이로 인해 우리의 만화 시장이 일본 만화로 점철됐다는 분석에 대한 이견도 있다. 만화가 박형준 씨는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사랑받지 못하는 환경이 문제”라며 “일본과 달리 소비자의 선호가 한정된 한국 만화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베스트셀러 만화 장르는 ‘순정’이나 ‘극화’로 치우쳐있었다. 이에 박 씨는 “잡지사에서도 인기 있는 장르의 작품만 주문하고 작가들은 그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인디 장르의 만화가 살아남기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 출판만화 시장의 베스트셀러 작품의 장르는 일부 장르로 치우쳐 있다.

그러나 만화에 심취해 만화책을 구매, 수집하는 소수의 만화 구매층과는 별개로, ‘구매’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다수의 만화 소비자는 점점 다양한 소재의 만화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다양해지는 대중의 욕구는 소수 대가의 작품에만 의존하는 출판 만화에서 충족되지 않았다. 출판 만화의 베스트셀러는 만화 장르별로 ‘극화’는 허영만의 「식객」, ‘순정’은 박소희의 「궁」 등 소위 ‘대가’들의 작품에 치우쳐 있었다. 박석환 씨는 이에 대해 “대중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대중적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일부 대가의 작품에 의존했던 경향이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랐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수의 작가에 의존했던 우리 만화는 스토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 씨는 “단일작가의 창조활동은 좋은 품질의 작품을 생산하기에 적절한 구조는 아니다”라며 스토리 작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내에 저명한 스토리 작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천일야화」의 전진석 씨나 「신 암행어사」의 윤인환 씨 외 몇 정도로 스토리 작가의 층이 얇다. 전진석 씨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만화를 통한 이야기이기에 이야기가 만화의 본질”이라며 스토리 작가 층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hoto 3)

한국만의 특수성을 살리는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성 교수(사회학과)는 일본의 만화 산업이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이유에 대해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만화에 담아 큰 성공을 거뒀다”며 만화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후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아톰>은 악의 무리를 무찌르고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평범한 소년의 이미지를 캐릭터에 반영했다. 전쟁 이후 피폐해졌던 일본 사회에 평화의 철학을 확산시킨 것이다. 정 교수는 “일본은 서구의 만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후 상황에 걸맞은 ‘평화’라는 그들만의 철학을 담아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했다”며 한국 만화 산업 또한 현재 한국만이 말할 수 있는 철학을 담는 컨텐츠를 개발해야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체적 출판물의 위기 속에서의 만화산업의 어려움

현재의 만화 산업의 위기는 만화 자체의 불황이 아니라 출판물의 위기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일부 대가들에 의해 생산된 베스트셀러 위주의 단행본을 제외하고 잡지 류의 만화의 소비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1조 엔에 달했던 시장규모였던 일본의 출판만화 시장은 현재 5천억 엔 규모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이에 스토리 작가 전진석 씨는 “흔히 ‘만화의 위기’라고들 하는데 만화의 위기라기보다는 출판물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전 세계적인 출판물의 하락세 속에서 오히려 만화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렇지만 만화 평론가 박석환 씨는 잡지를 통한 만화 출판이 붕괴될 경우 “경쟁력 있는 신인작가의 발굴이 힘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화 잡지는 신인작가들이 넘나들면서 가능성을 시험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상품화 가능성에 대한 검증을 거쳐 출판사는 작가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화를 제작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그 만화를 통한 수익을 다시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데에 쓰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반적인 출판 만화의 쇠퇴는 신인 작가들을 점점 인터넷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석환
 

만화 평론가 박석환 씨의 캐리커쳐. 그는 만화 성장을 위한 기술 및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통 환경의 변화와 웹툰의 등장

박석환 씨는 이어서 최근 10년 한국 만화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기존의 유통 환경이 사라진 점을 꼽았다. 과거에 만화를 팔던 대본소는 대여점이 흥성하면서 문을 닫았고, 대여점은 공급 과잉으로 점차 쇠퇴해갔다. 이와 함께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터넷으로 만화를 사고, 웹툰을 읽는 문화가 정착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대본소나 대여점을 통해 만화가 소비됐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만화가 소비되면서 컨텐츠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지적이다.

박 씨는 “과거에 대여점 등이 만화 소비의 중심일 때는 소비자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컨텐츠 길이가 긴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출판 유통환경자체가 사라지다보니 한 번의 구매로 소비자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컨텐츠들이 발전하게 됐다”며 짧은 단편 형식이나 ‘묶음형’의 컨텐츠들이 발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웹툰이 발전하면서 컨텐츠의 주기성이 짧아진 점도 지적했다. 보통 완성되는 데 2~3개월이 걸리는 단행본에 비해 웹툰은 보통 주 단위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주기성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박 씨는 “웹툰은 계속 이야기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 캐릭터와 특정 이슈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서사성이 약해진다”는 우려의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부상하는 웹툰이 출판만화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만화 산업 관계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만화가 박정환 씨는 출판 만화에 비해 웹툰은 연재가 지속적이지 않아서 “호흡이 짧다”는 견해였다. 또한 “컴퓨터 화면 상 효과를 지면으로 옮기기 힘들다”며 웹툰이 출판 만화로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적했다. 출판 만화와 웹툰이 완전히 대체되기 힘들다면 웹툰 쪽에서 성장한 작가들의 경우 기존의 출판 만화를 책임질 대가가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석환 씨는 “만화 산업은 아직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웹툰은 포털에서 소비될 뿐 책으로 출판돼도 판매율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웹툰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학생만화 공모전과 같은 컨텐츠 진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안과 활로 모색위한 한국 만화 산업 지원도 이어져

만화 소비시장의 작은 규모와 ‘대여’라는 특수한 소비 형태로 인한 한국 만화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김민정 선임은 “소비자 확보를 위한 만화 페스티벌과 컨텐츠 진흥을 위한 공모전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작가 예산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만화산업진흥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김 씨는 또한 “작품번역과 가이드북 제작,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을 위해 일억 원 상당의 지원을 하고 있다”며 “만화 작가에 대한 시설 지원과 공간 임대 등 다각적으로 지원의 방편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원에 대해 만화 평론가 박석환 씨는 “내수 시장을 먼저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안정적 내수 시장에서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 출판 만화 위주의 만화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소비하는 유통 매체의 변화를 겨냥한 색다른 지원도 하고 있다. 김 씨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으로 만화를 쉽게 볼 수 있게 우수 만화를 디지털화하여 유통시키는 ‘우수출판만화 디지털화 및 유통 사업’에 오억 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새로운 만화 유통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사에 제시된 한국 만화 시장의 출판 만화의 특징 및 시장 현황에 대한 자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10 한국만화연감」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사업 설명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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