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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3 월 제 103 호

 
 

[서울대저널 묻다] “삼성의 책임을 묻고 통제하는 건 시민들의 자발적 의식이다”

::떡검, 섹검으로 얼룩진 지금 김용철 변호사를 만나다

김민석 기자 / snuwantu@snu.ac.kr

전진원 기자 / comjjw@snu.ac.kr

최근 스폰서 검사 문제로 정국이 시끄럽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섹검, 떡검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이 문제는 얼마전 특사로 풀려난 이건희 회장 및 삼성의 문제와도 묘연한 연결고리를 띄기도 한다. <삼성을 생각한다>가 주목을 받으면서 ‘스폰서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삼성’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졌기 때문일까? 이러한 판국에 대해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인 김용철 변호사를 만나 거침없는 의견을 들어봤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을 양평 그의 집에서 만났다.

삼성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 유착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간단히 말해서 서로에게 좋고 도움 되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나. 매춘처럼 이게 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있으니까 발생한 것이다. 과거제도도 생긴 때부터 부정행위가 있었다. 인류 사회는 언제나 일정한 비율의 범죄를 가지고 있다. 그 비율이 높아지는 사회가 병든 사회다. 그 병이 어느 정도 화농이 심해지고 농축되면 결국은 죽던지 망하던지 치료를 해야 하던지 해야 하는 단계까지 오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우리 사회는 현재 상당히 심각한 단계에 와있다. 전임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되고, 현직 대통령 아들도 구속되는데, 왜 경제사범은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가. 단군 이래로 최고의 탈세사범을 처벌하지 못하나. 세금은 고작 16억 내고 매출은 250조나 되는 기업이 무죄란다. 우리나라에 현재 법학박사가 3000명을 넘고, 법률가 10000명을 넘어서는데 그 중 단 한 명도 이에 대해 평설하지 않았고 논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은 잘 팔리지만 시민들의 직접적인 행동은 가시적이지 않고, 정부의 조사 및 대응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게 현 상황이다. 책만 잘 팔리는 현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나.

가시적인 행동으로는 소비자들이 삼성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삼성은 노조가 없으므로 삼성 내부에서는 통제가 안 되니까 외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행동이 아니라 사실 의식 차원의 일이다. 의식이야말로 이 사회의 중심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악의 중심에 있는 대형 범죄자가 주도하는 생산품이나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소양 아닐까? 공동체 안에는 공적 시스템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부당한 불법적 권력이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영속적 권력이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의 책임을 묻고 통제하는 방법은 시민들의 의식에 의한 행동인데 이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한다.

삼성의 제품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소비자들은 결국 그들의 ‘쳇바퀴’ 안에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장하시는 삼성불매운동 등의 대중적인 운동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어낼 것인지 의문이기도 하다.

현실과 이상이 거리 멀때는 둘 중 하나다. 포기하고 굴종하면서 그 신하로 살던지 아니면 혁명을 하던지. 하지만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제로인 유일한 나라라는 것, 교육 광풍, 촛불시위 등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다. 먹거리에 관한 문제에 대해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까 온 국민이 나서잖나. 100일씩 잠도 안자고 생업도 포기하고 나서버렸었다. 자꾸 나에게 현실이야기 하지 말라. 나는 이제 한물 간 사람이고, 젊은 사람들이 고민해야 될 것 아닌가.

 

“결국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약해진다.” 김 변호사는 삼성 25만 직원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건희 회장이 결국 특사로 풀려나면서,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도 참담했을 것 같다. 이 문제를 다시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건가.

세상이 순리대로 간다면 초대형 범죄자가 처벌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살인죄와 같은 하한, 뇌물죄에 대해서는 살인죄의 2배에 해당하는 하한을 정했다. 이렇게 형이 무거운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대형 경제범죄나 거대 뇌물사본이 국민에게 많은 해를 끼치기 때문에 입법자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건희로 상징되는 특수한 권력층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특검이니 뭐니 하는 일련의 연극을 통해 검증한 꼴이다.

“삼성의 25만 임직원도 죄인이다. 그들도 직장이동을 하든지 등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신 바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보충설명을 해 달라.

내가 과격하게 이런 얘기를 했다. 특검을 거칠 때 삼성 임직원 2000명이 넘게 조사받았는데, 다들 조사 받으면서 제대로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한 두 명은 있을 줄 알았다. 이들이야말로 공범이지 않은가. 직원들은 삼성에 입사할 때부터 그렇게 나쁜 짓하는 걸 교육 받는다. 또 그걸 해내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는다. 삼성물산 건설 현장에 사고가 나면, 사장을 포함해서 삼성 전 임직원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1박2일 반성대회를 한다. 그리고 반성문을 써서 회장한테 올린다. 노예처럼 사는 것이다. 수십 개 공장 중 한 곳에서 사고 났는데 왜 엄한 사람들이 반성문을 쓰나. 그래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굴종하고 산다. 결국 돈이랑 연관된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약해진다.

삼성을 정치적으로 견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물론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가고’ 그놈이 그놈인 상황이지만, 6.2지방선거나 국민들의 투표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있는데.

정치적 견제는 현재로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反삼성’의 기치를 내놓는 정당이 없다. 정면으로 문제 삼는 정당이 있어야 지지해줄 텐데 그런 정당이 없다. 진보신당에서 노회찬, 심상정 같은 분들이 삼성 이야기를 조금 하던데,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스폰서 검사 문제로 넘어가겠다. 실제로 검사들의 언론이나 대중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박기준 지검장의 경우 PD수첩 PD에게 ‘김용철처럼 되고 싶냐’고 폭언을 한 것으로 인터넷에서 냉소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화장해와서 산소도 없다. 나도 화장할 거다. 그런데 무슨 매장을 얘기하는 건지…. 사회적 매장을 얘기하는 거 같은데 이틀 후에 본인이 매장되지 않았나. 박기준은 자기가 궁지에 몰리니까 그렇게 고압적으로 나온 것 아니겠나. 오히려 일반적으로 검사들은 언론에 기사 좀 잘 써달라고 뇌물 준다.

 

요즘 한가롭다는 그. 이를 반영하듯 그의 복장도, 그의 집도, 그의 20여마리 애완견들도 모두 자유로워 보였다.

진상규명위원회 성낙인 위원장이 ‘온정주의’적인 발언을 해 초기에 물의를 빚기도 했다. 현 사회의 광범위한 ‘스폰서 문화’의 근간에도 이러한 온정주의가 기반을 두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 완전한 척결은 힘들어 보인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한탄’인 것 같다.

검찰이 수사하는 기관인데, 진상규명위원회가 뭘 규명하겠다는 건가? 접대한 사람이 접대했다고 말하는데, 진상규명은 이미 돼 있는 거 아닌가. 검찰은 이제 그냥 기소하면 된다. 한명숙 사건은 뇌물 준 사람이 줬다고 말하니까 바로 기소하지 않았나.

성낙인은 그야말로 한국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범죄나 비리 얘기를 하면서 왜 제자 소리가 나오는 건가. 정말 정신 나간 친구 아닌가. 그런 제자를 둔 것이 부끄러워서 차라리 자책이라도 하던지. 이게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단일문화, 단일 언어, 한민족, 정 등을 운운하는데 이런 것들이 합리성을 저지한다.

스폰서 검사 결과발표에 대해 비관적인 예측이 많다. 결국 정치권이든, 재계든, 법조계든 광범위한 ‘스폰서’의 영향 아래 있어왔는데, 정권에 상관없이 공명정대한 조사와 처벌이 현 구조에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은 아닌가?

비관도 낙관도 없다. 검찰의 권력은 어떤 정권이든 정말 써먹기 좋은 권력이다. 검사들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이겨만 온 사람들이라서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예전에 의정부 지청장이 위암으로 죽어가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자신의 다음 보직이 어딘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본인의 생명이 끝나 가는데도 자신의 보직을 걱정했다. 이것은 출세에 환장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은 끝없는 권력의지와 출세욕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인사권이 대통령한테 있으니까 검찰이 대통령한테 잘 보이는 것은 당연한 거다. 집권층의 비위를 건드는 일을 감히 누가 하겠나. 해결책은 개헌에 있는데, 검찰을 선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출직으로 해서, 물론 문제도 많겠지만 일단 인사권을 국민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면 일단 시민들이 원치 않은 짓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청렴한 검사는 정말 강력하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검사가 되고 싶다는 농담섞인 소회를 털어놨다.

검찰과 명문대생 또한 같은 사이클에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모두 기득권에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기존의 기득권에 점차 동화되어 가서 초기에 가졌던 깨끗하고 정의로운 심성이 점차 희미해지는 사이클이 비슷한 거 같다. 검찰이 떡검이 되고, 기업 변호사로 가는 것과 명문대 출신이 사회 각계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위치로 가서 안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솔직히 명문대생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라를 망친 게 명문대생이다. 서울대 나온 잡놈이 제일 많다. 지금은 고대 나온 잡놈도 많다.

내가 초임 검사 때 검찰 수배사범을 한 명 잡은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이 수배가 내려진 이후에 교통 단속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 그때 체포됐어야 했는데 왜 체포되지 않았나 의문스러웠다. 알고 보니 검찰 간부 한 명과 고등학교 선후배였다.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이유로 직무 유기를 한 것이다.

해결책이나 현 명문대생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공동체에 대해서 채무의식을 가져야 한다. 명문대를 다니면 비명문대생을 포함해서 자신보다 못한 동년배에 대해 채무의식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럴 때 잘난 척 할 수 있는 것이다. 검사 향응도 마찬가지로 ‘내가 잘났는데 이정도 대접을 받아야지’라는 의식 때문에 이렇게 삐뚤어진 결과가 나온 거 아닌가.

언론, 특히 주류 언론들의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그의 주장에 대한 주목이 뜸하다. 이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나는 투명인간이다. 주요 언론에 내 책에 대한 서평이나 광고가 없다. 일부 진보언론에서 스스로 부끄럽기 때문에 한번 씩 통과의례로 써준 것 밖에 없다. 재밌는 것은 조선일보 미디어란에 나오지 않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건 조선일보가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한겨레의 삼성 의존도는 15%, 경향신문은 20%, 오마이뉴스도 20%다. 정말 한심하다. 한 기업에 언론의 생존이 좌우되고 있다. 우리가 진보언론이라고 말하는 언론들이 다 취약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진보 언론은 다 상황이 어렵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해줘야한다. 우리를 위해서 그들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일들을 할 생각인가? 후회는 없는가?

인생은 장기판처럼 무를 수 없는 한판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검사는 하고 싶다. 남자로 태어나서 대한민국 검사처럼 감력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없다. 정말 폼 난다. 검사는 범죄를 발견하고 증거를 잡으면 누구든지 보낼 수 있다. 단, 현직 대통령만 빼고. 그리고 검사는 청렴할 때 그 힘이 엄청나다. 청렴한 검사는 정말 강력하다.

혹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글에서 공개적으로 “정치로 나가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계 진출의 생각이 있는가?

내가 정치권에 나가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정치판은 시궁창인데 난 나름대로 깔끔한 사람이다. 내가 왜 시궁창에 몸을 담그나? 그렇다고 정치에 대해 혐오하는 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심상정과 노회찬을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낙선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런 국민들한테 표를 얻기 위해서 허리를 굽히는 짓은 못하겠다. 국민의식이 상당하고 정치권이 할 만할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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