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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듣고싶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진혁 기자 (hyugin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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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총학생회를 인터뷰한 기사는 교육투쟁, 제2전공, 남학생휴게실 세 개다. 은 취재를 위해 총학생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총학생회장은 즉각적인 대답을 피하고 서면인터뷰를 요구했다. 재차 인터뷰요구에도 총학생회 측은 서면을 고집했다. 이런 태도는 선거 때부터 계속된 것이다. ‘실천가능’선본은 복지와 다원주의에 대한 의견에 즉시 답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보충하고자 했다. 총학생회와의 대화가 서면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을 염려케하는 대목이다.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답변은 총학생회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답변하겠다”는 것을 서면인터뷰의 이유로 제시했다. 언행이 신중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가져야할 미덕이고 따라서 총학생회장의 태도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서면인터뷰는 보도 자료를 내고, 이를 받아쓰게 하는 관급보도에 머무르게 한다. 의례적인 언어만이 오갈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추가 질문이 제약되기 때문에 몇몇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고 기자들은 서면인터뷰를 기피한다. 서면을 통한 추가질문과 답변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의 맥락이 끊겨 이해가 불분명해지기 쉬우며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즉흥적인 질문은 아예 할 수 없다. 같은 질문과 애매한 대답이 반복될 뿐이다.



서면으로 보내온 답변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앞으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식인 것도 문제다. 총학생회장은 간판공약인 남학생휴게실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을 회피하고 서면으로 질문을 요구했다. 이미 결정된 정책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합의를 통해 나온 대답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이는 총학생회가 평소에 합의된 ‘비전’을 공유하지 않고 있음을 의심케하고, 결국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정책에 대한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위한 협의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다원주의’란 단어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논리로 흐른다. 이번 총학생회도 다원주의를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여론 수렴 이후 합의를 거쳐 생각을 밝히겠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세련된 양시론(兩是論)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잘못된 다원주의로 인해 학생사회에서 논쟁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개인의 생각은 그 사람의 직위가 무엇이든 간에 표현할 때 의미 있다. 물론, 총학생회장 개인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 양 호도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총학생회장이 부재한 현실은 씁쓸하다. 총학생회가 ‘중립’이라는 단어에 매몰돼 목소리를 죽이고 있진 않은지, 총학생회장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덧붙여 서면인터뷰라는 비상식적인 대화에서 벗어나 총학생회장의 목소리를 들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P.S 이 글에 대한 반론은 서면으로만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