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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기 노동자, 근로기준법에 차단 당하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주차관리직, 근로기준법마저 외면해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최정훈 (cogito072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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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근처에 위치한 정산소. 역할에 관계없이 직원들은 업무의 과중함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서울대에는 이미 3개의 요금정산소와 14개의 나들문이 있다. 이 주차관리 체계는 어떻게 운영될까. 본부에서는 약 2년마다 주차관리직을 관련 업체에 입찰한다. 학내 주차 관리는 지난 2009년 3월 이래 (주) 아마노코리아가 담당해 왔다.
아마노코리아가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경영이념의 하나는 ‘공존공영’이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직원의 근무 환경은 ‘사원의 공존공영’과는 모순됐다. 아마노코리아에 고용된 직원에게 주어진 것은 공존공영이 아닌 고된 근무 환경과 저임금이었다.

호소할 곳도 없는 과중 업무
주차관리사무소 내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을 제외하면 주차관리는 크게 ‘정산조’와 ‘유도조’로 나뉜다. 정산조는 정문 근방과 후문 근방에 위치한 세 정산소에서 차량의 출입을 허용하고 요금을 계산하는 직원을 이른다. 유도조는 학교 곳곳에 위치한 나들문에서 주차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게 적절히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을 말한다.
업무 내용에 따라 직원이 겪는 어려움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역할에 관계없이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은 업무의 과중함이다. 정산조는 24시간을 격일로 근무한다. 약 6시간 되는 휴식 시간을 제하면 18시간 가량 일하는 게 된다. 또 휴일 근무나 야간 근무가 있어도 직원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6조에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산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노동자는 “야간이나 휴일 근무 수당이 따로 없지만 회사에서는 아니꼬우면 나가라는 식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성(性)에 따른 업무량의 차이도 불만의 이유가 됐다. 정산조는 일요일이나 공휴일 등 휴일 근무를 남성 직원이 전적으로 맡고 있는 실정이다. 정산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다른 노동자는 “남녀가 하는 일의 양이 다르다. 불합리한 상황이지만 요즘은 세상이 무서워 내가 아무리 옳아도 말하기가 꺼려졌다”고 불편한 근무 여건을 토로했다.
유도조 직원도 근무 조건의 어려움을 입을 모아 털어놨다. 이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한다. 식사 중에도 차량 출입은 계속돼 나들문을 오래 비울 수 없어 점심 시간은 30분 정도다. 하루에 10시간 30분 꼴로 일하는 셈이다. 한 유도조 직원은 “10시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에서 훨씬 모자라게 받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다른 직원은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져 법에 저촉되는 일은 없는 선에서 책정된 듯하다”면서도 “한 달 동안 쓰기에 너무 적은 돈이다. 조금이라도 인상했으면 좋겠다”며 업무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임금을 지적했다. 확인 결과 유도조의 월급은 최저임금제를 단순 적용했을 때보다는 높았지만 연장근로 임금제를 적용했을 경우보다는 적었다.
유도조의 경우 한 달에 한 차례 일요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추가로 근무한다. 예식장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많기 때문이다. 익명 취재원은 “일요일 근무로 ‘특근비’를 받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임금으로 책정되지 않는 관례적 근무였다”고 말했다.
한 유도조 직원은 “한 달 동안 쓰기에 너무 적은 돈인 것은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인상했으면 좋겠다”며 저임금을 한탄했다.


좋다고 사인했으니 불평하지 말라?
물론 이런 불만에 동조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정산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아마노는 일본 기업 아닌가. 버스 시간표까지 정확히 지키는 일본인들이 공연히 트집 잡히도록 최저임금제도 안 지킬 것 같진 않고 월급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다른 직원도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환경에 불만을 가진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주차관리사무소도 직원들이 동의한 계약조건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주차관리사무소 표공일 소장은 “나를 포함해 이 사무소 전 직원이 비정규직이다. 그래도 모두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기 의사에 따라 1년 간 계약을 맺은 분들”이라면서 “제시된 근무 조건을 보고 애초에 원했기 때문에 근무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표 소장은 “주차관리직은 3D 업종이기에 불만스러운 직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좋다고 사인해 놓고 불평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 번 동의한 계약 조건에 크게 반발해선 안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임금 문제에 관해서도 표 소장은 “임금은 본사에서 노동법에 위반되지 않게 주고 있다. 몰상식하게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표 소장은 “노동부가 바라는 대로 100% 만족시키는 환경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여러 업체는 입찰할 때 직원에게 지급할 봉급을 미리 약속한다. 그 봉급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오히려 약속한 봉급보다도 더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에 따라 근무 시간이 다른 점에 대해서는 “여직원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오히려 표 소장은 “서울 시내 타대학에 비해 국립대인 서울대는 직원 수가 많은 편이다. 정산소에 여직원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한데 그것도 힘들다며 본부에선 두 명을 요구한다. 그만큼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며 다른 학교와의 차이도 부각했다.
결국 사무소 측의 해명은 계약 조건이 불합리하지 않다는 것에 그쳤다. 실제로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의 강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유도조 직원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지 않겠나. 더 좋은 조건을 알아봐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낮은 임금 때문에 주차관리직은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차관리직에서 물러나서 다른 용역 회사에 고용돼 학내나 학교 근방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견디기 힘든 현실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지금 근무하는 인원의 절반쯤이 지난 해 가을 이후 바뀐 걸로 안다. 근무 여건이 어려워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법
그럼에도 주차관리사무소는 학교 본부나 아마노코리아 본사로부터 임금이나 운영 방침을 결정할 때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를 뿐이다. “기기를 포함한 모든 사무소 물품은 학교 소유다. 에어컨 하나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게 표 소장의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주차관리직 직원이 겪는 문제를 사무소에서 해결·조정하길 기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에 있다는 지적이다. 공인노무사 이기중 씨는 “비정규직이라도 근로기준법이 다 적용된다”면서도 “주차관리직과 같은 감시·단속직에는 근로시간과 관련된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연장 근로 임금을 지급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주차관리직 노동자가 겪는 문제가 법률 자체에서 파생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한 직원이 정산소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감시·단속직에 근로기준법 조항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기준법을 만든 취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노무사는 학내 주차관리직의 근로 환경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연장 근로 한도를 초과하진 않아 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 판례에서는 감시·단속 근로자는 다른 근로에 비해 노동 강도가 약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권 보호 논리를 앞세워 임금을 높게 보장했다가 오히려 무인경비 시스템 대체가 늘어나 노동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법률을 해석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즉 근로기준법 규정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국 차단기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 강도에 대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 직원은 “아무리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잘리지만 않으면 된다”며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