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 > 특집
G20,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G20 정상회의, 그 엇갈리는 평가와 전망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안효성 (ans1@snu.ac.kr), 최은경 (milkygray@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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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의 ‘G’는 Group의 약자다. G20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주요 20개국의 모임’으로 해석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의 경제위기로 확산됐을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됐다.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20개국에는 기존 G7에 속했던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와 신흥경제국으로 분류된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터키, 호주, EU의장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다. 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몰라서일까, 없어서일까? 그렇게 모인 국가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


G20의 등장, 그러나 참가국 선정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2007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금융위기가 최소규제 원칙에 기반을 둔 고도의 금융 시스템을 타고 전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게 신자유주의적 체질개선을 강요했던 IMF와 세계은행식의 대응은 이 새로운 경제위기의 해결에 적합하지 않았다. IMF의 개선책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경제위기가 재발된 사례를 두고 각국은 내부 체질보다는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에서 원인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미국의 달러체제와 미국 중심의 IMF 의사결정과정의 개혁, 적극적인 금융시장 규제책 마련, 상호의존도가 높아진 각국의 거시경제공조 도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를 위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새로운 위기관리체계로써 G20 정상회의를 미국 대통령에게 고안했다.

이 위기관리체계에 참가하는 국가가 기존 8개국에서 20개국으로 증가한 이유는 경제 위기의 해결을 위해 더 많은 국가의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이동휘 교수 역시 “신흥경제국가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세계 금융경제는 물론 식량과 에너지에 이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 협의체 참가국의 확대가 필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20개국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교수 역시 “회원국의 선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당한 회원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제규모와 교역규모에 비례해 결정되는 IMF 쿼터가 0.77%인 노르웨이와 0.68%의 말레이시아는 참여국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쿼터 0.55%의 터키는 G20에 포함됐다. 이러한 사례를 들며 한국언론재단 김성해 교수는 “현재 G20의 국가 선정은 패권을 주도하는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선정됐다”고 비판한다. 분명한 기준도 없이 모인 20개국이 국제 경제 전반에 관련된 주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어디에서 오느냐는 의미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당시 IMF식의 체질개선을 거부해 미국의 눈 밖에 났고, 터키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으로 분류된다.


G20, 지금까지 무엇을 논의해왔나?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만큼 금융체제개혁과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논의된 주요 사안은 ▲확장적 거시정책 공조, ▲금융 규제감독 개혁, ▲국제 금융기구 개혁이다.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후 참가국들은 지구적 경제공황을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결의해 왔었다. 불안한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회복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덕분에 금융 붕괴를 막고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에서 보듯이 과도한 재정지출이 또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토론토 회의 때부터는 재정지출의 확대 여부에서도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위기 등의 부담으로 G20의 유럽 회원국들은 긴축재정을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은 지속적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 지출을 지속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G20 정상들은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축소하되 그 시점은 각국의 사정을 고려하자는 선에서 합의했다.
금융 규제 감독은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사안 중 하나다. 은행과 여타 금융기관의 방만한 운영이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가 출범한 이후 금융 규제 감독을 위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국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세’, ‘은행세’ 도입과 관련된 논쟁은 대표적이다. G20 정상회의의 초기에는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책으로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금융거래세란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급격한 자금유출입으로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는데 최근 금융거래세 대신 은행세를 도입하는 쪽으로 논의의 틀이 바뀌기 시작했다. 경제위기가 안정되면서 적극적인 규제책인 금융거래세보다 은행세가 낫다는 이유로 미국, 영국 등 금융자본의 비중이 큰 나라가 금융거래세보다 은행세 도입을 원했기 때문이다. 은행세 주가는 금융위기에 투입된 세금 회수와 향후 금융위기에 대비한 비용 마련이 목적이다. 결국 IMF가 제안한 은행세는 금융사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거나 경제위기 중 자국의 은행들이 큰 위기를 겪지 않은 국가들에 의해 도입이 좌절됐다. 결국 금융규제에 대해 토론토 회의 때까지 합의된 사안은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자본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원칙적 합의에 그쳤다. 은행세와 같은 금융부담금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IMF의제에 은행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G20 정상회의의 결정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기로 합의한다(agree to disagree)’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정책, 금융규제와 같이 국제공조가 필요했던 사안들이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게 추진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 기구 개혁도 G20 정상회의가 출범한 이후 중요한 과제였다. 경제위기에서 IMF, 세계은행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 이들 기구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G20 정상들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IMF의 경우 신흥·개도국의 쿼터를 9.6% 늘리기로 했다. IMF 쿼터란 각국이 IMF에 출자한 금액으로, IMF 내에서 각국의 지위와 비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IMF 쿼터 증가는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위치만큼 IMF 내에서의 목소리도 높여주겠다는 의미로 추진된 개혁이다. 그렇지만 9.6%의 쿼터 증가가 IMF의 지배구조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미국만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신흥·개도국의 IMF 쿼터 증가와 함께 이뤄진 결정은 IMF의 역할 강화다. IMF의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고 가용재원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IMF의 역할 강화를 두고 국제경제위기를 조율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IMF가 과연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여경훈 연구원은 7월 11일자 <한겨레>에서 ‘자본통제와 재정지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등 IMF가 상당히 변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진정한 민주적 지배구조와 세계의 중앙은행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거부권을 폐지하고, 달러체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의 틀이 바뀔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달러체제 대안 모색이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동환율제도 아래 여러 국가들이 돌아가며 외환위기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축통화를 발행해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미국 측은 생각이 다르다. 기축통화는 전 세계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국가부도를 피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외교안보연구원 이동휘 교수는 “미국은 기축통화의 문제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시작을 중국의 지나친 무역흑자로 인한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20에서도 화폐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무역불균형 쪽으로 시각을 돌리고 있다. 토론토에서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는 “과다 흑자국은 국내소비를, 과다적자국은 국내저축을 늘리자”는 정도의 합의에 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 중심의 달러체제를 유지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반드시 한국의 실리에 일조하는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가 G20에 참여하더라도 달러를 유일한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체제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은 계속 달러를 찍어내면서도 달러가치가 폭락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제도의 개혁은 불가결한 미래”라고 단언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은 멀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갖는 의미

이렇게 엇갈리는 평가와 전망 속에서 다가오는 11월에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의견을 달리하기로 합의한다(agree to disagree)’는 비판을 듣고 있는 G20에게 이번 서울 회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토론토 회의에서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 결정을 서울 회의로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회의에서 결정되는 내용은 은행의 자본 유동성 기준, IMF 쿼터 개혁 등으로 토론토 정상회의의 주요 안건 중 80%에 달한다. 기존에 논의되는 의제 외에 서울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저탄소 녹색성장,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새로운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한편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으로 G20이라는 심의기구가 지속될 수 있을지 가늠할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위기관리체계로 등장한 G20이 경제위기가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 필요성이 점점 희석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국제 경제 이외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된 의제를 선정하고 홍보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G20의 필요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G20에 참여하는 것이 큰 게임의 틀을 바꾸지 못하는 체재 내의 개선에 불과 하다고 보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이미 애초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했고, 여기에서의 결정이 국익에 부합하기 보다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 도움을 주는 ‘말뿐인 잔치’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