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 > 학원
인문대 학부 통합 논의 어디까지 왔나 지역문명학부 내년에 신설될지도… 삼사과 통합은 아직 요원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최정훈 (cogito072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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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에는 ▲종교학과의 학부 승격안과 ▲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삼사과) 재통합안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취재 결과 현재 두 계획 모두 제안 당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문명학부 신설로 인문대에는 작은 변동이 예상되는 한편 삼사과 통합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문명종교학부가 신설된다고?
<대학신문>은 2009년 ‘종교학과는 제3세계 문화권을 아우르는 문명종교학부로의 승격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이 방안은 취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원철 종교학과 학과장은 “그게 지금은 물 건너갔다”고 표현했다. “종교학과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차원이었다. 지금 인문대에서는 문명종교학부가 아닌 지역문명학부(가칭) 안을 짜고 있다”고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윤 교수는 “종교학과에서는 종교와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학부 계획을 세웠다. 인문대에서는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문화 쪽으로 내용을 변경했다”고 비교했다.
지역문명학부는 일본·인도·중동 등을 중심으로 문명 단위의 언어·문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학부로 계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변창구 인문대 학장은 “문명종교학부는 종교학과에서 제의했다. 인문대 차원에서는 얘기가 되지 않았고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며 “인문대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 언어문화학부 또는 지역문명학부라는 안을 본부에 올렸다”고 밝혔다. 변 학장은 “강대국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인도나 이슬람 문화권 등에 우리가 소홀했다”며 “서구와 일본 학제를 모방한 인문대의 문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나름의 학문 체계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번 계획안의 의의를 자평했다.

본부와 협의 중… 내년부터 시행할 수도
변 학장은 현재 진행 단계에 대해 “본부에서 부학장회의를 이미 두 번이나 했다. 8월 말까지 인문대 쪽에서 안을 다듬으면 본부에 의견을 다시 내 9월쯤부터 본부에서 정식으로 토론될 것”이라며 “교육부에 요구해 이르면 내년부터라도 10~20명이라도 우리가 학생을 뽑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본부 교무과에서도 지역문명학부 안에 대해 “10여 명의 정원을 배정해 내년부터 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적절한 연구 역량을 가진 학자를 섭외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우려로 지적됐다. 변 학장은 “한국에는 그 분야에 대한 수요나 공급이 없어 필요한 연구자가 드물다. 서울대 명성에 어울리는 외국인 교수를 뽑으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변 학장은 “한국인만 뽑지 않고 좀 다른 체제로 가 보려는 것이 이번 안의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삼사과는 아직 시기상조?
반면 삼사과 재통합은 현재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변 학장은 “정치외교학부가 통합됐다고 해서 인문대에 큰 영향을 준 건 아니다. 학문 세계의 경쟁은 기업과는 달라 형편 되는 대로 빨리 갈 수도 늦게 갈 수도 있다”며 당장 통합을 추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본부 교무과의 한 관계자도 “지역문명학부와 달리 삼사과 통합안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변 학장은 “삼사과는 ‘한 형제’고 같이 모으는 게 정석이다. 교수도 과반수가 삼사과 통합에 동의한다”며 통합의 필요성은 인문대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시일을 정하는 게 문제다”라며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고 시사했다. 서울대는 1969년 기존 운영하던 사학과를 폐지하고 삼사과를 신설했다.
삼사과 재통합은 2005년과 2008년에 논의됐지만 추진되진 못했다. 2005년, 삼사과 교수회의에서는 출석 인원 27명 가운데 17명만이 통합안에 찬성해 안이 부결됐다. 재적인원의 3분의 2인 정족수 18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 학장은 “2008년경에도 연구팀이 만들어져 보고서까지 나왔다. 그때도 시기가 이르다고 보고 지금은 논의를 잠시 쉬고 있다”고 말했다. 변 학장은 “확언할 수 없지만 1, 2년은 지나야 진지한 논의를 재개할 것 같다”고 내다보며 “곧장 재논의하는 것은 어렵다. 과거에 통합이 99%까지 진행됐다면 지금은 85% 정도”라고 평가했다.
삼사과는 40년 이상 나뉜 채 있어 왔지만 구체적 통합 논의는 현재 없는 상태다.


사학과 통합, 본부가 나서지 않으면…
본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과거엔 안이 공식화되지도 않았는데 본부가 통합안을 언론에 흘릴 때가 있었다. 건강한 논의 과정이 아니었다”며 과거의 통합 제안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정운찬 당시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삼사과의 통합을 발표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 교수는 “세 과가 나뉘어 있는 동안 개별적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아직 통합 진행이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최 교수는 “통합 찬성자가 더 많지만 통합 반대 의견은 굳건한 소수”라며 “본부에서 개혁 의지를 표명하고 교수를 설득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추진할 주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한편 외부에서도 통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서중석 교수(성균관대 사학과)는 “서울대는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학과를 나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웃집’ 사정이지만 지금쯤 통합 논의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통합에 대체로 찬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