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 > 사회
우리는 노숙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빅판이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안효성 (ans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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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했다. <빅이슈 코리아>는 창간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노숙인들이 말끔하게 차려입고 ‘빅이슈!’를 외치는 광경은 노숙인은 게으르고 위험한 존재라는 우리의 편견과 뚜렷하게 대비됐다. 몇몇 언론에서는 <빅이슈 코리아> 발간에 ‘노숙인들의 인정투쟁’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잡지 한 권당 1400원이 빅판의 몫으로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존 버드와 고든 로딕에 의해 창간됐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5000명이 넘는 노숙인이 <빅이슈>로 자립했다. 영국에서 거둔 큰 성공 덕에 현재는 세계 35개국에서 노숙인들에게 잡지 판매권을 주어 그들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와 같은 신문이나 잡지가 발행되고 있다. 이들은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 세계홈리스자립지원신문잡지협회)에 가입해 기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빅이슈 코리아>의 발간은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외국에서 <빅이슈>를 접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임을 만들고, 이 모임과 14년 동안 노숙인들을 도운 ‘거리의 천사’들이 만나 <빅이슈 코리아>를 발간하게 된 것이다.
8월 14일 열린 빅이슈 간담회에 모인 빅판들, 처음 빅판을 시작했을 때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빅이슈 코리아>가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판매교육을 받고, 10가지의 행동수칙에 동의한 후 <빅이슈>를 판매하게 된다. 처음에는 10권이 무료로 빅판들에게 제공된다. 빅판들은 처음 10권을 판매한 이후에는 권당 1400원으로 <빅이슈>를 구입해 판매할 수 있다. 3000원인 <빅이슈> 한권을 팔 때마다 1600원이 빅판에게 돌아간다. 현재 활동 중인 빅판은 15명 정도로 이들은 삼성역, 서울대입구역, 신촌 등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빅이슈 코리아>는 빅이슈 판매 수익 외에도 빅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주거지원프로그램도 진행한다. 15일 동안 꾸준히 <빅이슈>를 판매한 빅판에게는 고시원이 한 달간 무료로 제공되고, 6개월 동안 고시원 생활을 유지한 빅판에게는 주거복지재단을 통해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가 제공된다. “우리가 빅이슈를 통해 얻는 것은 희망이다” 8월 14일 열린 ‘빅이슈 집들이’ 행사에서 만난 빅판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빅판이 된 이후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자신감과 희망을 꼽았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김영철 씨는 “빅이슈를 통해 노숙생활을 벗어나 안정된 주거공간을 얻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홍대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홍삼용 씨도 “빅판으로 식자재 사업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며 “노숙인에서 벗어나 자신의 평생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른 빅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판매부수가 늘 때마다 자신감과 희망을 얻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감과 희망으로 넘쳤던 것은 아니었다. 주변 상인, 지하철 역장과 싸우기도 하고 저조한 판매량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홍삼용 씨는 “처음에 각오를 단단히 했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할 때에는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며 빅판 초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판매량 뿐만 아니라 장소 확보도 문제였다. 진무두 판매 국장은 초창기의 가장 큰 어려운 점으로 장소 확보를 들었다. <빅이슈 코리아>가 판매되는 지하철역과 상가의 관리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진 국장은 ‘왜 여기서 판매를 하느냐, 다른 곳에서 판매해라’고 냉담하게 말하는 역장들의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 서울시로부터 <빅이슈 코리아>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시민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된 판매 장소를 얻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홍대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배윤식 씨는 “빅판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고정된 자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음 빅판을 위해 안전한 자리를 잡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홍삼용 씨는 "빅판으로 성공해 식자재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노숙인들의 가능성을 세상에 외치다 오늘날 노숙인 문제는 심각하다. 저렴한 주거공간의 멸실과 불안정한 노동상황은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한 번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길은 매우 요원하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노숙인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의 자립에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숙인들의 자립조건인 안정된 일자리 제공과 연계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안병훈 문화사업국 팀장은 “노숙인 자활프로그램이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며 <빅이슈 코리아>가 노숙인 자활에 가지는 의미를 강조한다. <빅이슈 코리아>는 노숙인들을 빅판으로 고용함으로써 노숙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의지와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을 제공하고 있다. 진 국장은 “일용직만이 아니라 노숙인들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빅이슈 코리아>가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의 다른 의미를 이야기한다. <빅이슈 코리아>가 하는 일은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선 노숙인들의 ‘인정 투쟁’이라는 이야기다. 신촌에서 빅판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원 씨도 “우리는 빅이슈 판매원이 된 순간 더 이상 노숙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당당한 빅판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