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 > 사회
말 많은 동반성장위원회에 동반성장은 없다?!(가제) 동반성장 취지에 비해 방법론에 대한 합의 부족… 공감대 형성이 급선무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희원 기자 (hun062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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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경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동반성장’이다. 지난 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표방한 이후로 한국 경제 구조의 고질적 문제인 기업구조 불균형 문제가 재조명됐다. 그 결과 작년 12월에는 정운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민간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출범 직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많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수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지수의 평가 대상 기업 56개를 선정 중이고, 중소기업 적합 품목 신청을 받고 있으며 초과이익공유제의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기구’ 동반성장위원회의 아이러니
중소기업통계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의 사업체 수는 99.9%, 종사자 수는 87.7%에 달하는 데 반해 생산액은 47.6%에 그쳤다. 0.1%의 대기업들이 52.4%의 생산액을 창출해 12.3%의 종사자들에게 분배했다는 의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렇듯 극심한 기업구조의 불균형 해소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정운찬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 홈페이지의 인사말을 통해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는 동반성장문화 확산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로 규정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영역을 ‘민간’ 부문으로 한정시킨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이장우 위원은 동반성장위원회를 “당사자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이고 창조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제 3의 기구”로 규정해,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청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를 제 3의 기구나 민간기구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 원장은 “정부의 뜻이 반영된 정책임에도 민간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의 자의적 활동이자 강제력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을 피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쟁쟁한 대기업의 사장·부회장 9명이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부문 위원으로 선정돼 있는 것 역시 자발적 참여라고 보지 않는다. 청와대 눈치를 보고 ‘끌려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경묵 교수(경영학과) 역시 대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부재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논란이 “방법론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제적 방법이 아닌 기업의 자발적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통계에서 발표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사업체, 종사자 수, 생산액의 차이

주요정책들 ‘뜨거운 감자’ 신세… 드센 대기업들의 반발
동반성장위원회의 성격뿐만 아니라 주요 정책 역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주요 정책은 ▲동반성장지수, ▲중소기업 적합 분야·업종 선정, ▲초과이익공유제의 세 가지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협력하는 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결과를 발표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행하는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실적평가’에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 평가’를 추가 실시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말 사회적 관심이 크고 동반성장 추진의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을 중심으로 평가 대상 대기업 56곳을 선정해 발표했고 그 숫자를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계약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대기업 입장에서도 동반성장지수가 높아서 받게 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와 서면조사 면제, 국가 연구개발(R&D)사업과 공공입찰 참여시 우대, 정부 포상 등의 인센티브가 참여에 동기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 분야 · 품목 선정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산업 분야를 선정하여 대기업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진입을 자제하고 사업을 이양하도록 권고하는 정책이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으로부터 품목 신청을 받은 상태다. 추후 최종 선정을 거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고, 주기적으로 대기업의 진입 및 이양 실태를 조사해 인센티브와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측에서는 이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대기업 측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이 정책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과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은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제도였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인해 제품 품질의 하락, 중소기업의 회사 쪼개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2006년 폐지됐다. 중소기업 적합 품목을 선정 · 운영하는 가이드라인의 모호성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제도 운영의 효율성’, ‘중소기업 적합성’, ‘부정적 효과 방지’,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같은 품목 선정의 가이드라인들이 애매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보다는 풀무원의 품목을 선정하는, 결국은 정치적인 선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한 대기업의 기준 역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하면 근로자 300명 이상이 대기업에 속하게 되는데 반해,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자산 5조원 이상이 대기업의 기준이 된다. 무엇을 따르느냐에 따라 제재 대상에 포함되느냐 안되느냐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기본법을 따르는 것이 1안으로 결정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시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연초에 세운 목표수익을 초과해 발생시킨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정책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정책이 기존의 ‘삼성그룹’과 같은 대기업에서 회사 내부인사에게 실행하고 있던 성과급 제도를 협력업체로까지 확대시키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대기업에서 초과이익을 직원들의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으로 지급해왔다. 다른 정책들과 함께 동반성장위원회의 주요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공식 정책으로 제시된 적은 없기에 구체적 모델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 동반성장위원회 연구 태스크포스팀이 중간보고서에서 ‘판매수입공유제’와 ‘순이익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의 3가지 모델 중 목표초과이익공유제가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이경묵 교수(경영학과)는 그 모델이 어떤 것이 되든 “사후적 분배의 형태를 띨 경우 분란만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협력업체와 초과이익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초과 이익에 대한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평가해야하는데 협력업체의 수가 매우 많은 기업들에게는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 12월 13일 대·중소기업간 상생 협력과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출범직후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하여
동반성장위원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은 이를 단지 ‘정치적 이벤트’로 보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는 친기업적 태도를 보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대기업 때리기’로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말기에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구는 노무현 정권 때도 있었고, 이번 정부에도 생겼고, 다음 정권에도 생길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들이 동반성장위원회를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사라져버릴 일회성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경묵 교수(경영학과)는 동반성장이 정치적 수사를 떠나 지속가능성을 획득해야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벤트성 정책 제안보다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인력·자원을 불법으로 탈취하는 것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중소기업이 국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함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동반성장이 동반성장위원회에만 국한된 과제는 아님을 지적하기도 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이장우 공공부문 위원은 “미래는 특정 계층, 집단,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청년세대와의 동반성장이 진정한 동반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동반성장이 정부, 기업, 국민의 협력으로 성공 · 지속돼야 청년세대와의 동반성장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소모적 논쟁보다는 차분히 의논하고 공감대를 얻어가야 한다”는 그의 말은 동반성장의 지속을 위해 ‘공감대 형성’이 우선해야 함을 보여준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말기에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