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 > 특집
예비 직장여성, 직장이냐 출산·육아냐 그것이 문제로다 업무·육아 병행 부담으로 진로선택에 제약 겪어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덕현 기자 (deokhyun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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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A씨는 요즘 진로 선택에 고민이 많다.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더라도 출산과 육아문제로 인해 직장을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출산·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진로를 찾다보니 진로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A씨는 “업무와 출산·육아의 병행 가능성이 진로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예비 직장여성, “출산·육아 병행 부담된다”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 결과.
보건복지가족부가 2009년도에 실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임신 또는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길 원하는 118명의 취업미혼여성(20-44세) 중, 그 이유로 ‘자녀양육과 직장일을 수행할 시간부족’을 꼽은 응답비율은 24.3%, ‘기타(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여러 가지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 직장에서 눈치가 보일 것 같아서 등)’의 비율은 11.1%를 차지했다. ‘우수벤처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대학생 B씨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출산·육아 관련 보장이 잘 안 되는 직업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의 업무와 출산·육아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은 취업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0년에 18-33세의 미혼여성 1,3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40.7%가 ‘면접 과정에서 결혼 및 출산 계획에 대해 질문 받은 것’을 꼽았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박애스더 사무관은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교육을 통해 업무에 전문화된 여성들이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휴직하거나 퇴사를 하면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며 “직장의 업무와 출산·육아가 병립이 힘들다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서울대 4학년 C씨는 “첫 직장을 선택하는 지금 나이에는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출산을 하게 되면 이직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의 육아휴직 보장여부가 진로 선택에 큰 영향 미쳐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대생 D씨는 육아휴직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진로선택의 가장 큰 제약으로 느끼고 있었다. 관련 제도가 갖춰져 있다 해도 모든 기업에서 실질적인 육아 휴직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D씨는 “육아휴직을 쓸 경우에 발생하는 불이익이 큰 직장은 선택지에서 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출산·육아휴가의 실질적 보상 정도가 진로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재 취업을 생각 중인 회사에 대해서도 “결혼·출산·육아와의 병행이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이 다른 진로를 고려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서울대생 E씨도 “일반회사에 비해 출산휴가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F씨는 “사회적으로 육아와 가정생활에 충실한 여성을 원하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에 몰두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에 육아를 위한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육아를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른 직장을 찾아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 취직을 고려중인 D씨는 “출산휴가 후에 여성들이 쉽게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내 보육원 설치가 확대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적 비효율과 저출산 해결위해 제도와 인식 개선돼야
'우수벤처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한 예비 직장여성은 “업무가 적성에 맞더라도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직장을 찾겠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부담이 여성의 직업 선택에 왜곡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여성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신혜정 씨는 “여성들이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살리지 못하는 업무에 종사하게 되면 이는 기업과 사회 전반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박애스더 사무관도 “이로 인해 개인적 발전이 지체됨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이 단절돼서는 안 되며, “여성의 개인적 발전을 이룩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와 인식이 개선돼야한다”는 것이다.
예비 직장여성들이 느끼는 출산·육아 부담은 저출산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해결책으로 양육비 지원 확충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여성정책과 박애스더 사무관은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에게 국가가 양육비용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출산휴가와 산전후 휴가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출산·육아에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F씨는 “출산·육아 휴가를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이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