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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 속, 잃어버린 ‘집’을 찾습니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왕희대 기자 (wang43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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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나중에 큰 덩어리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리 사회에는 티끌을 아무리 모아도 태산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을 다 바쳐 모은 티끌은 태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바람은 한순간에 찾아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갑니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람을 막아달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대표자는 온갖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느니’, ‘법을 어기면 안 된다느니’, ‘바람이 불면 이득이 생긴다느니.’
우리 사회에는 티끌을 모으지 않고 태산을 쌓아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바람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바람은 어디 사는 누군가 피땀 흘려 모은 티끌을 쓸어와 태산에 자꾸만 보태줍니다. 그들은 누가 태산을 하늘 높이 더 쌓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시조를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르고 또 올라도 못 오르도록’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일까요?
오늘도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높다란 건물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흑석•신림•노량진•영등포•신길 등등 서울에는 지금 뉴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뉴타운 바람은 서민들의 집을 모조리 헐어버리고 그 위에 높은 건물을 지으려 합니다. 서민들에게는 “추가 분담금을 못 내는 자, 뉴타운에 살지도 말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그리운 내 집과 그리운 내 고향을 잃은 이들을 위해 이제는 정말 바람막이를 설치해야할 때입니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본질은 집을 부동산 ‘시장’의 ‘상품’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내놓은 상품을 보다 비싸게 팔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집을 보는 시선을 달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품’에서 눈을 돌리면 나와 내 가족의 추억이 담긴 정든 집을 발견할 것입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법도 아니고, 돈도 아닌 따뜻한 마음가짐입니다.
통학 혹은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서 사는 우리 모두에게 ‘집’이란 특별한 공간입니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곳, 피곤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 집은 다양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집에 왔을 때, 집의 의미를 되새겨보세요.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재테크 수단인지, 가족과 행복한 삶을 보내는 주거 공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