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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생전, 식권 팔아 부자 되는 이야기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왕희대 기자 (wang43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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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생은 달동네 고시촌(古市村)에 살면서 성균관을 다녔다. 최생은 글읽기만 좋아해서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판 돈으로 매일 학관B를 사먹었다. 하루는 처가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 글을 읽어 무엇합니까?" 최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했소."
"그럼 장인바치 일은 실천 가능하시나요?"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하겠소?"
"그럼 장사는 실천 가능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것을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장인바치 일도 불가능하다, 장사도 불가능하다면, 도둑질도 불가능하시나요?" 최생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글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인 것을…"하고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최생은 거리에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시장가(市場街)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최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최생은 변씨를 대해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백만 냥(兩)을 뀌어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하고 당장 백만 냥을 내줬다. 최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최생은 백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도장 전문업체로 갔다. 거기서 1700냥짜리, 2500냥짜리며 3000냥짜리, 4000냥짜리의 식권을 모조리 만들었다. 위조 식권을 들고 성균관으로 돌아온 최생은 친하게 지내던 유생들에게 싼 값에 식권을 몽땅 팔았다. 한 유생이 이를 수상히 여겨 따져 물으매 성균관은 식권 이야기로 술렁였다. 수천만 냥을 벌게 된 최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남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섬에 닿았습지요.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물고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최생은 변씨를 찾아가 백만 냥에 이자를 후하게 쳐서 갚고는 처와 함께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이튿날, 포졸들이 그의 죄를 물으러 갔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최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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