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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냐 계급이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에게 진보통합정당의 비전을 묻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채새롬 (tofha791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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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정당정치인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25년 동안 하면서 수많이 투쟁해봤지만 역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치라는 걸 깨달았다. 시민운동을 조직하고 요구를 모아 전달하는 것보다, 법안 하나를 입안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권력을 잡아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게 사용하면 내가 추구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하면서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하고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게 된 이유는, 진보는 본래 국민들과 소통하고 문제제기에 응답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안됐는데도 이를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2007년 당시 대선 참패였다. 한 때는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20%에 육박했는데 3%까지 떨어졌다. 이건 사실상 국민들의 최후통첩이다. 그런 문제제기에 응답하기 위해 엘리트적 운동권 정당을 넘어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기에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게 됐나?
다시 통합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국민들이 진보정당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때는 의석이 10석으로 입법발의요건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양당을 합쳐도 의석이 6석밖에 안 된다. 법안 발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권력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자기 전망을 갖기 어렵다.
국민들은 현재 양당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런 인식 아래서는 실제로 국민들에게 책임질 수 있는 정당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나 국민은 강력한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통합정당을 꾸림으로써 최소한 변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말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진보신당의 틀로는 국민에게 다가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종북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과의 결합이 더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선은 민주노동당 일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종북주의가 아닌 편향적인 친북주의 경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보진영 내에는 북한에 대한 태도에 여러 입장이 있다. 편향된 친북적 사고가 있는 반면, 말 그대로 반북적 사고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의제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중적인 진보정당 노선을 확고히 견지해 나갈 때 이런 극단적인 입장들을 주변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당의 논리라는 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든 정강 결정에서든 당원들의 의사와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로 점점 민주화돼가고 있다. 통합진보정당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진보를 같이 추구할 것이다.

그 말은 노선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진보진영에서 북한 문제와 신자유주의 문제에서 노선이 갈린다. 그러나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의제가 삶의 문제, 즉 민생 문제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해 주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보다 중요한 통합의 기준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문제라고 본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수십년 동안 삶의 투쟁 현장에서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보수정치세력에 맞서서 형성해온 실천적이고 경험적인 공감대가 있다. 지금의 가장 절박한 정치적과제는 국민들의 삶을 지키고 삶의 희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꼭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수 있는 그 힘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집권플랜을 갖지 않은 정당을 국민들이 지지할 이유가 없다. 진보정당이 지금 이대로 가는 한 영원히 소수정당, 등대정당일 수밖에 없다. 집권을 위해서는 일정하게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 추구하는 것이 집권을 위한 진보정당인 이상 진보적 가치를 전제로 한 폭넓은 규합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사람들이 꾸린 정당이 진보신당인데, 본인은 이 진보신당에서도 ‘독자파’를 남겨두고 다시 탈당했다. 독자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활동하면서 이들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할 생각인가?
당헌에 따라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2/3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진보통합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탈당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나 탈당이 포인트가 아니라,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하겠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의 한가지로 통합을 추진해 가겠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독자파와 통합파 구도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진보신당을 그대로 지켜가자는 것과 다른 당과 통합하자는 것의 대립이 아니다.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느냐, 노동자계급정당으로 남느냐가 그 핵심이다. 이른바 독자파도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반대하지, 사회당이나 사노위와의 통합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통합의 대상이 다를 뿐 두 입장 모두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파와 독자파라는 구도로 얘기가 이어지면서 당원들에게 노선차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지금 독자그룹은 사노위나 사회당과의 통합을 추진한다. 그러나 제2의 사회당은 답이 될 수 없다. 정치문제는 도덕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획득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독자파와 통합파 간 노선의 차이가 신념화된 견해차이라면 서로 존중하는 게 도의지, 강제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구상하는 진보통합정당의 전망이 구체화되면 당내의 상당수가 합류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통합정당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10여 년 간 진보정치가 이룩한 성과가 결코 작지 않다. 다만 지금은 진보적 역량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결집시켜 내면 된다. 가깝게는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석을 20석 갖는다는 것은 진보정당이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일정하게 국회 내에 정당으로서의 시민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나 정책을 실현해 가는데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진보통합정당이 생긴다면 정치구도 상으로는 보수, 중도, 진보라는 3분 구도를 정립함으로써 향후 진보와 보수 구도를 재편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절박한 다수 국민들의 최소한 방패막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연합정치를 잘 구사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나 민생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개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안풍’에서 보이듯 대중은 진보정당을 포함한 기존 정당세력에게서 완전히 돌아선 듯 보인다. 박원순 후보 등 시민사회세력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안풍’은 정치와 기존 정당 질서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서 정당의 개혁과 정당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감으로써 응답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당의 불신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무소속이나 시민사회계가 정치를 대신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지금은 정치에 대한 요구와 기존 정당질서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정당들이 이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변해나가는 정당질서의 재편기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후보가 잠정적으로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루게 된 것도 그 이유가 아닌가 한다. 기본적으로 정당정치 영역을 시민사회가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건강하고 유능한 역량이 정당에 참여함으로써 정당 자체를 개혁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불신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시민사회를 비롯해서 그동안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해왔던 다양한 세력을 정치적으로 묶는 것이 바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다. 적어도 교섭단체 이상을 만들어내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변화의 열망과 진보정당이 힘 있게 만날 수 있다. 진보는 정치노선만 갖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가장 민감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진보정치세력은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주도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세력은 세력대로 모으고, 동시에 비전과 정책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국정운영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명실상부한 수권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 통합만 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계속 노력해야한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런데 되겠어?, 뜻은 좋은데 되겠어? 그 작은 진보정당 가지고?”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어떤가. 그때 좌절됐던 의제들이 다시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지 않나. 무상급식이나 복지국가만 하더라도 그렇다. 내가 일했던 17대 국회 때는 복지에 ‘병’이라는 말이 항상 붙었다. 무조건 ‘복지병’이라는 것이다. 복지국가 얘기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보수세력도 복지를 말하지 않나. 이는 거의 상전벽해와도 같은 일이다. 나는 여기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은 정치나 진보정당을 미워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싹수있는 후보는 확 밀어주고 싶은 거다. 하지만 지금 진보정당은 너무 왜소하고 나뉘어져있다. 그래서 대안정당을 열망하는 표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거다. 그러면 뭘 해야겠나.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거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이 대안세력의 실험이 다시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어떤 결과를 예상하고 있나. 그때는 진보정당이 다시 반사이익을 보리라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에서 지면 안 된다. 박원순 후보는 무소속 시민 후보이긴 하지만 이미 야권 정당들의 후보다. 현재로서는 시민사회 후보가 아닌 셈이다. 선거대책본부도 다 그렇게 구성됐다. 박원순 후보가 실패하는 건 시민사회계가 아닌 야당이 실패하는 것이다. 내년 총대선에 미치는 역할이 클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