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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재개정안 논쟁의 주요 쟁점 이해하기
등록일 2018.12.27 21:38l최종 업데이트 2018.12.27 21:40l 이우창(영문과 박사과정 / 서울대학교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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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말부터 현재까지 한 달 반 가까이 대학가를 술렁이게 했던 강사법 재개정안(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논쟁은 한편으로 시행일이 한 학기를 지난 2019년 8월 1일로 결정되면서, 다른 한편으로 12월 8일 국회 본회의 의결에서 288억 원의 강사처우개선비가 2019년 교육부 예산으로 책정되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11월 20일 공개된 학장단의 강사법 재개정안 반대입장문을 제외하면 본부 및 각 학과 내부에서 이뤄진 대책논의내용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기에 학부생 독자 다수에겐 조금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최근 강사법 재개정안 논쟁을 둘러싼 주요 사건의 전개를, 다음으로 어떤 쟁점들이 문제로 남아있는지를 간략히 훑어보기로 하자.
 


  강사법 재개정안 논쟁은 일차적으로 대학 시간강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1980-90년대 대학원(생)의 급격한 팽창은 대학 정규직 교원 자리 증가량이 그에 못 미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수만 명의 시간강사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학은 정규직 교원을 확충하는 대신 매우 낮은 인건비로 다수의 시간강사를 활용하는 ‘경제적인’ 방침을 채택했다. 문제는 이때 강의배정을 결정하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주체인 학교·학과·정규교원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할 가능성으로부터 시간강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현 강사법 재개정안 논의의 직접적인 출발점인 2010년 故 서정민 선생(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사건의 유서에는 시간강사가 교수임용·강의배정 결정권을 쥔 교수에게 종속되어 다량의 논문대필을 포함한 부당한 지시에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사례가 그대로 나타난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수업배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두 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강사법 제정 시도가 시작되는데, 2011년 12월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했던 강사법이 현재의 재개정안으로 나타나기까지는 7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대학측의 책임부담을 올릴 때 시간강사가 대량으로 해고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실제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지적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강사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대학에 고용되는 시간강사 총인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된다. 다음으로 대학의 강사해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두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두 시간강사노조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육부와 국회 교육 관련 의원실 모두 제대로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2011년 이후 유예만 네 차례였던 강사법 논의는 2018년 초 두 시간강사노조와 대학·국회·교육부 측 인원이 함께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발족과 함께 전기를 맞이한다. 약 5개월에 걸친 논의가 끝난 8월, 협의회는 여러 쟁점을 차후의 과제로 넘기면서 ①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신분보장 등 교원의 법적 권리를 부여) ②강사 기준·기간 등 임용관련 규정(최소 1년 임용 보장, 3년까지 재임용절차 보장) ③공정성 담보·공개임용원칙 등의 임용절차 규정 ④강사와 겸임·초빙교원 수업시수를 매주 6-9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시수 규정 ⑤퇴직금 및 방학기간 중 임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합의안은 강사법 재개정안의 입법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한 10월 하순부터 대학·고등교육관련 인사들의 논쟁을 촉발한다. 주 쟁점은 결국 현재의 대학재정 내에서 대학의 추가부담을 요구하는 강사법 재개정안이 시간강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하게 될 가능성이었다. 아름다운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든 지난 한 달 반의 비효율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서울대 학장단을 비롯하여 강사법 비판자들 중 일부는 법안내용 및 교육부의 추가방침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관계에 반론의 여지가 있는 비판을 섣불리 제기했다. 강사법 지지자들 중 일부는 부분적으로는 강사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필사적인 의지에 따라, 또 부분적으로는 지난 7년 간 강사법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전임교원들이 이제 와서 법안을 비난한다는 (어느 정도는 정당한) 분노에 따라 다소 감정섞인 비난으로 응대했다. 가장 저급한 모습은 강사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거대한 대규모 강사구조조정안을 계획하고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악화시킬 것을 천명한 일부 사립대학 운영진에서 나타났다. 가장 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자 한 K대학교와 Y대학교는 소위 한국 명문사학의 교육적 책임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가 사태에 어느 정도까지 대비했는지, 정책적 시그널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제시했는지도 한번쯤 비판적인 시선을 던질만한 지점이다. 정확한 자료가 공유되지 않고 서로에 대한 불신만 높은 상황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전개되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법안은 11월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2월 8일 예산안 의결까지 마무리되면서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 된 듯하다. 그러나 당초 교육부가 요청한 금액의 절반 정도인 288억 원만이 예산에 반영되었음을 감안하면 다음 9개월 혹은 그 이후에도 우려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강사법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며 논쟁의 결과는 여전히 우리의 교육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강사법 논쟁이 지금까지 언론 및 논쟁에서 조명된 것 이상으로 고등교육 상의 다양한 쟁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는 그중 일부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쟁점이 되는 대학 재정 문제를 살펴보자. 이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등록금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학 등록금(기성회비 포함)은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연 평균 5-9% 안팎의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이후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반값등록금’ 논의가 현실화되면서 지난 10년 간 등록금 인상은 사실상 정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한국 대학이 재정을 확충할 가장 중요한 수단이 막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이 이 난관에 대응해온 방식은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①산학협력·기부금모금사업·기타 투자 및 수익사업 등 대학이 직접 재정을 획득하는 방법의 경우 충분한 자원을 가진 대학과 아닌 대학의 차이가 크게 나며, 대표적으로 I대 사례처럼 투자 실패로 인한 재정위기의 위험문제가 있다.

  ②여러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 재정을 충원하는 방안은 역시나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일부 대학이 더 많은 재정지원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재정지원의 주체인 정부 혹은 정권의 의도에 따라 대학운영이 좌우되는 위험·불편을 발생시킨다.

  ③인건비를 비롯해 대학의 지출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법은 필연적으로 교육·연구의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학내에서는 전임교원이 과도한 양의 교육책임을 무리하게 맡으면서 학생들이 수강하는 수업의 질이 하락하고, 직원에 대한 저투자는 비효율적인 교육행정으로 이어지며(H대 등 일부 사립대학 대학원 행정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격적이다), 지난 수년 간 서울대가 겪었듯 인건비 감축을 위한 무리한 인사정책으로 학내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학계 전체로 보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칠 교원 자리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학위를 마친 연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현 시점에서 강사법 재개정안 통과에 대학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의 긴축재정운용이 점차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강사법이 앞서 언급한 세 번째 경향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사립대학의 재단적립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은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실현가능하지 않으며 모든 사립대학이 충분한 적립금을 축적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정부재정지원을 그만큼 추가로 투입하거나 등록금 통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강사구조조정 자체를 완전히 막기란 불가능하다.

  대학 재정 문제를 이해하고 나면 왜 강사법 재개정안 논쟁이 교육의 질 하락 논란으로 이어졌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이 인건비 인상압력에 대응하기 가장 쉬운 방식은 강사고용인력 자체를 줄이고 기존의 전임교원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과목 수를 늘리고 강의를 대형화하며 (고려대가 계획했던 것처럼) 학생이 졸업까지 수강해야 하는 과목 수 자체를 줄이는 결단(?)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학생들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과목 당 수업의 질도, 졸업생의 평균적인 지적 역량도 하락한다. 한국에서 아직 고등교육의 질이라는 주제가 진지하게 다뤄진 적이 드물다보니 이 문제의 위험성이 잘 인지되지 않고 있지만, 교육의 질 하락은 장기적으로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게 언급되었지만 결코 덜 중요하지 않은 쟁점은 임용기간 보장에 따른 강사활용 경직성 문제다. 이 규정의 의도는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것이지만, 세부적인 논란거리가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학문·현장의 변화가 워낙 빠른 분야에서 다양한 강사들을 그때그때 초빙해 짧게 수업을 맡겨야 하는 학과에서 이 규정이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며, 다른 하나는 최대한 여러 명의 강사들에게 조금씩 수업을 배분하여 교육적 수요와 교수자의 경제적 수요를 충당하는 소규모 학과에도 이 규정이 적절할지의 문제다. 세 번째는 임용기간 보장과 강사들 간의 공개적인 경쟁이 (상대적으로 실적이 없는) 학문후속세대, 즉 새로 박사를 마친 젊은 연구자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나는 이것들이 현행 강사법 재개정안 내에서 시행령 등을 통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하지만, 적절한 시행령을 도출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뒤따라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언급하지 않지만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은 강사법 시행 반년 뒤 2020년이 대학입학생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전국적인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때라는 것이다. 이때 현재의 강사법규정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강사법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시간강사·연구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면 어떤 조치들이 추가로 필요한가를 미리 파악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사항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사회는 고등교육의 변화를 분석·예측하고 유효한 정책을 제시할 전문적인 기구만이 아니라 미래의 고등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구상을 결여하고 있기에—이는 자대 대학원에 관한 기초적인 자료생산기구조차 보유하지 못한 서울대도 마찬가지다—나는 우리가 학령인구수 감소라는 위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할지에 다소 비관적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면, 이제 한국 고등교육은 지금까지 얼기설기 만들어온 시스템으로 미래를 무리 없이 헤쳐 나가기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했으며 우리 모두 좀 더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이 소수의 독자들에게나마 그러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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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영문과 박사과정 / 서울대학교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18세기 영국문학&지성사, 현대 한국지성사를 연구하며 2015년 이후 대학원생 인권 및 고등교육 개선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