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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대학신문과 인터뷰 한 적 없는데요?” 땅에 떨어진 대학신문 취재윤리, 이대로 좋은가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선혜 기자 (sarawy@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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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발행된 대학신문 1743호.


“우리 언론인은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다짐한다.” 이것은 이 매호의 지면을 할애해 명시하고 있는 신문윤리강령의 제4조다. 은 1952년 창간 이래 매주 월요일마다 3만여 명에 달하는 관악의 학생과 교직원들을 찾아가는 국내 최고(最古)·최대 규모의 학보사다. 총장이 발행인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은 국립 서울대학교를 대표하는 공신력 있는 언론이며, 그 곳에서 발행되는 기사는 서울대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동시에 과 그 곳에 소속돼 있는 기자들은 자신들이 독자들과 약속한 신문윤리강령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제기된 인터뷰이 조작 의혹과 몇몇 학생들로부터 제보된 의 취재윤리 위반 사항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에 은 관련 기사를 작성한 대학신문 기자와 제보자들과의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정황을 알아봤다.

9월 22일자 기사에 하지도 않은 인터뷰 실어

2주 전, 김규래(인류 06) 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상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네가 류우익 교수를 옹호하다니 정말 의외다”, “너 인터뷰 대학신문에 실렸던데 이거 진짜야?” 등의 주변 반응들에 김 씨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황급히 지난 9월 22일자 대학신문에 게재된 ‘김도연·류우익 교수 거취문제 의견 분분’이라는 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김 씨가 ‘류 교수가 사퇴를 하거나 교수의 자질을 의심받을 정도로 큰 잘못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대 학생회의 이번 시위는 도가 지나쳤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김 씨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인터뷰가 실린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자신의 학과가 전공진입 이전인 '인류·지리학과군'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 “이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디선가 본 내 이름을 끼워 넣은 것 같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최정환 기자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고 송성환(불어교육 06) 편집장에게 사과·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이에 은 한 주 뒤인 9월 29일자 ‘바로잡습니다’ 코너에 그 발언이 김 씨가 아닌 김수지(인문 07)씨의 견해였다고 기재했다. 이 부분만 보면 문제의 기사는 기자가 단순히 취재원을 착각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수지 씨는 “사회대 학생회에 대해서 언급한 적도 없고, 류 교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던 것이 아니라 학자와 교수를 구분해서 이번 사태를 파악했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인터뷰가 문자메시지로 이뤄졌기 때문에 의견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지난 9월 22일자 <대학신문> 기사에 등장한 김규래 씨는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사진 왼쪽)<대학신문>은 1주일 뒤에 정정보도를 냈으나, 원 발언자로 지목된 김수지 씨 역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사진 오른쪽)


무단 명의 도용에 ‘사과’ 대신 ‘묵인 요구’

상황을 정리하면 김규래 씨는 과 인터뷰를 한 사실 자체가 없고, 김수지씨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지만 발언의 취지가 다르게 보도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발언의 당사자는 누구일까. 사건의 발단은 최정환 기자가 의 또 다른 기자인 김지혜(인문 07) 씨에게 인터뷰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최 기자는 직접 김수지 씨와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류 교수가 사회대 소속인 것을 감안할 때 사회대 학생의 의견을 싣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동료 김지혜 기자에게 추가적으로 인터뷰를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김지혜 기자가 인터뷰 발언을 지어내고 향우회 동문인 김규래 씨의 이름을 무단 도용해 최 기자에게 건네준 것이다.

따라서 이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통해 취재원이 김규래 씨가 아닌 김수지 씨였다고 정정한 것은 진실을 은폐한 미봉책일 뿐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김지혜 기자는 김규래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고향 친구고 편해서 이름 좀 쓴 거니까 네가 한 걸로 해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 이에 김규래 씨가 “사전에 이름을 도용하겠다는 연락 한 번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묻자 김 기자는 “정정보도 해줬으면 된 것 아닌가. 에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아 달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송성환 편집장은 “지난 1741호 9월 22일자 기사(‘김도연·류우익 교수 거취문제 의견 분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점에 유감을 표한다”는 해명을 보내왔다. 하지만 ‘착오’ 와 ‘왜곡’은 다르다. 또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10월 7일 현재까지도 홈페이지 상의 기사는 정정되지 않은 채 김규래 씨의 인터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중어중문학과의 ‘한 조교’는 과연 존재하나

<대학신문> 5월 14일자 1면의 ‘절반이나 남아도는 강의실 “수업 공간 모자 란다” 하소연’ 기사(사진 위쪽). 대학신문은 정정보도문에서 중문과 측에서 ‘유감을 표시했다’고만 전했다.(사진 아래쪽)


의 취재원 조작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은 지난 해 5월 14일자 기사(‘절반이나 남아도는 강의실 “수업 공간 모자 란다” 하소연’)에서 비효율적인 시간표 편성과 강의실 배정이 강의실 부족 현상의 원인임을 지적하며, 중어중문학과의 한 조교가 ‘교수들이 특정 시간대나 강의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교수연구실과 먼 강의실은 잘 편성되지 않는다’고 발언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중문과는 과 차원에서 ‘대학신문 기사 오보에 관한 해명 촉구’라는 반박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중문과 조교들이 기자에게 취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문과 조교들은 기사를 접한 당일 취재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민석 기자와 통화했다. 그때 이 기자는 “전화로 취재를 했으며, 분명히 중어중문학과 사무실(880-6064)에 전화를 걸었고, 당시에 여자 분과 통화했으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조교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단 두 명인 학과 조교 중 그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중문과 조교들은 조교 2인 이외에 학과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사실여부를 확인했으나, 아무도 그런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기자는 “취재 날짜는 5월 11일 금요일이었으며, 시각은 오후 2시경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중문과 조교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당시 통화를 위해 사용했다는 중문학과 사무실 번호(6064)는 TA조교가 상담하는 전화이며, 당일 근무했던 TA조교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그리고 전화를 건 그 시각 중문학과 사무실에서는 학과 교수들이 모여 과무 회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수들의 자료 요청 및 정보 확인 사항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TA조교는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민석 기자가 중문학과로 전화한 사실이 맞다면 그 전화는 분명히 ‘남자’가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기자에 따르면 전화 통화한 조교가 익명을 요구하였고,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들이 간이벽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조교가 교수들에 관한 내용을 말하면서 익명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정황상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문과 조교 일동은 계속 중문과 조교와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이 기자에게 통화사실을 증명할 것을 촉구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기자가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라.”

그러나 측에서는 ‘중어중문학과는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며 유감을 표시해왔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석연치 않은 ‘알림’보도를 내보내는 것을 끝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이민석 기자는 끝내 통화 기록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으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어중문학과 측에 개인적인 사과 한마디 전달하지 않았다.

기획회의에서 미리 정해지는 ‘독자들의 공간’

캡션에 등장한 김민지(경제 06) 씨는 이 사진을 제보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제보자일까?


비단 인터뷰 기사에서만 취재원이 무단도용된 것은 아니다. 독자들의 참여로 구성되는 ‘현장포착’이나 ‘신문고’와 같은 코너에서도 대학신문의 무너진 취재윤리는 여실히 드러난다. 2007년 4월 9일자 ‘현장포착’ 코너에 ‘여기가 『대학신문』인가요?’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사진은 김민지(경제 06) 씨가 대학신문에 제출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현재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있는 김 씨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김 씨는 그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김 씨는 혹시나 경제학부에 동명이인이 있을 것을 고려해 학사과에 문의했으나, 경제학부 06학번 가운데 ‘김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 캡션은 ‘『대학신문』은 지난 2005년 농생대 옆 75동으로 떠났다. 하지만 중앙전산원 안내판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대학신문』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돼 있지만 김민지 씨는 자신의 이름을 무단 도용한 대학신문을 1년 넘게 잊지 않고 있었다.

한편 ‘신문고’에서는 기자가 직접 독자의견을 작성한 뒤 지인 등에게 이름만 빌리고 실제 명의자는 사례금만 받은 경우가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최근 3년 내에 취재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는 한 제보자는 “‘신문고’의 경우에 기획회의에서 소재를 미리 정하고 써줄 만한 사람을 물색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자 자신이 글을 쓰고 지인의 명의를 빌려 쓴다”고 말했다. 익명처리를 요구한 그 제보자는 명의 도용이 빈번히 행해지는 이유에 대해 의 일부 기자들 사이에 ‘바쁜데 대충 하면 된다’, ‘사람들이 항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어떻게 얼버무리면 된다’는 식의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기자다
매주 목요일, 마감 날이 돌아올 때 마다 기자들은 기사를 완성해야만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할 상식에 해당한다. 특히 명예훼손 보도의 경우, 피해자는 정정보도가 제대로 이뤄진다해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 게다가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이라면 개인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형법과 언론중재법 등에서도 이 경우를 특히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지난 10월 6일자 기획기사 ‘서울대생,신문 버리고 모니터 앞으로’ 에는 2008년 서울대생 언론관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있다. 이 설문조사에 응한 서울대생 중 “우리나라 언론을 신뢰한다” 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13.3%에 그쳤다. 또한 진실성(18.8%), 공정성(10.6%) 측면에서도 동의하는 학생이 매우 적었다. 언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외부의 압력에 대한 보도의 왜곡’ 이라고 생각하는 서울대생들에게 의 취재윤리 위반 사건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국립 서울대를 대표하는 기자들이라면 본인들이 명기하고 있는 신문윤리강령의 제7조에 명시된 ‘언론인의 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