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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술로 돈 번다고? 자본금 50억~100억 원 규모 기술지주회사 발족 예정…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상형 기자 (starbabyk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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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는 산학협력단. 10월 22일 경 교과부의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한국 경제성장의 중추가 돼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 집착한 나머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지난 세월의 교훈일 것이다. 쓰디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나라는 보다 비전 있는 산업으로 눈길을 돌려야 했다. 자연스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의 가치는 재평가됐고, 사회 각 분야에서 기술을 경제적 원천으로 삼아보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서울대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2003년 1월, 경제(産)와 기술(學)의 연계를 돕기 위해 서울대학교산학협력재단(산학협력단)이 출범했다.

기술이 돈이 되고, 돈이 기술이 되고
출범 이후 대학의 특허기술을 외부기업에 이전하는 등 임무를 꾸준히 수행해온 산학협력단은 2007년 8월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화를 겪는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촉법)’의 개정이 그 직접적인 계기였다. 개정된 이 법은 산학협력단이 기술을 현물 출자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기술지주회사가 재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산학협력단이 정당하게 이윤 추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회사의 수익은 대주주인 기술지주회사로 배당되고, 그렇게 얻은 기술지주회사의 수익은 온전히 산학협력단으로 귀속된다. 최종적인 수익금은 대학의 연구 활동 등에 재투자돼, 결국 기술이 돈이 되고 돈이 기술이 되는 선순환이 그려진다.

이에 발맞춰 많은 대학들은 앞다퉈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중 한양대학교산학협력재단은 지난 9월 22일 ‘HYU 홀딩스’를 세워 국내 첫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의 영예를 안았다. ‘HYU 홀딩스’는 현재 통화 잡음 제거 기술과 과학교육컨텐츠를 앞세운 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서울대도 비교적 선발 주자에 속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10월 22일쯤이면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인 ‘SNU 홀딩스(가칭)’가 교과부의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에 이토록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산학협력단의 수익금이 대학 재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발전기금의 ‘VISION2025’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서울대의 연간 예산은 약 8천억 원이다. 하버드대가 약 2조8천억 원, 동경대가 약 2조1천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법인화를 앞두고 재정이 넉넉히 확보돼야 하는 서울대 입장에서 두둑한 돈을 안겨줄 기술지주회사는 더없이 반가운 존재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이유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보여주는 도표.


당초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계획대로라면 1000억 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가 6월에 이미 설립됐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SNU 홀딩스’는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노정익 설립추진단장은 지난 5월 28일 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산촉법이라는 큰 줄기만 있을 뿐 세부규정은 하나도 없다. 세부규정이 개정되고 다시 거기에 맞춰 설립하려면 올해 안에 설립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명목상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산촉법이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산학협력단 조서용 회사운영지원부장은 산촉법의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이들 모두는 정부가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술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산학협력단은 무엇보다도 기술지주회사의 까다로운 설립 요건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산촉법에 의하면 기술지주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산학협력단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현물 출자해야 한다. 자본금이 1000억원인 기술지주회사를 세우려면 산학협력단이 적어도 500억원의 가치를 지니는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지만 이 규정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학협력단이 기술을 출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공인기관에 기술평가를 의뢰해야 하는데, 기술평가 한 건당 2천~3천만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허기술의 평가액이 3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0%라는 커트라인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택환(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출원한 특허 ‘균일한 나노입자 대량생산기술’은 대학 특허기술 사상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은 43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와 같은 최고급 특허가 최소 12개는 있어야 1000억 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이 평균 2억 원 정도로 평가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대학에게 기술지주회사는 ‘하늘의 별 따기’다. ‘SNU 홀딩스’의 자본금 규모가 50억~100억 원 정도로 하향조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설립돼도 이익 창출에는 적신호

두 번째 문제로 기술지주회사의 자유로운 영리 업무가 제한된다는 점이 있다. 조만간 설립될 예정인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법적으로 순수지주회사다. 순수지주회사는 자회사를 통해서만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다. 2003년에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가 순수지주회사의 대표적인 예다. LG는 스스로 영리활동을 할 수 없지만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며 배당이익을 얻고 있다. 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자회사의 유무와 관계없이 스스로 영리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지주회사가 있다. 사업지주회사는 순수지주회사보다 비교적 재정 운용이 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LG처럼 ‘준비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 않다. 수익을 올리려면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의 중소기업을 인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자본금의 한계로 자회사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유로운 영리 활동을 제약받는 것은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조서용 부장은 “정부의 감사권 행사가 방해받을까봐 만들어놓은 규정인 것 같다”며 법령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신기술창업네트워크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21개. 조서용 부장은 “이 기업들을 인수할 가능성도 활짝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자회사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서울대는 1997년 6월 공대 내에 ‘신기술창업네트워크’라는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학생들의 벤처 활동을 돕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신기술창업네트워크를 거쳐 간 학내 벤처기업은 100개가 넘는다. 그 중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21개에 이른다. ‘SNU 홀딩스’가 이 기업들에 출자해 자회사를 확보한다면 회사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령 상 자회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적대적 M&A’를 통해서만 자회사를 영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기술창업네트워크를 거쳐간 기업 중 시가총액이 400억 원을 넘어서는 ‘SNU프리시즌’이 자회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자본금으로는 인수가 불가능하다.

교과부와 산학협력단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동안 산학협력단은 현재 산촉법이 지니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교과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 측은 요지부동이다. 차라리 지원금을 요청하면 주겠다는 입장이다. 산학협력단 조서용 회사운영지원부장은 “정부가 돈을 좀 주더라도 법 개정만큼은 막아보자는 심통”이라며 답답해했다.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과부 관계자는 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기술평가비를 일부 지원하기 위해 내년 예산으로 10억을 올려놓은 상태’라며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대학이 기술료 수입의 20%를 정부에 내도록 한 규정을 없앴고, 향후 기술지주회사 평가금액을 자회사에서도 그대로 인정받게 해 소요비용을 줄이도록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힘입어 산학협력단도 활기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조 부장은 “탈세가 아닌 절세를 통해 세금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 ‘SNU 홀딩스’는 어떤 모습일까?
IT 산업은 ‘칭화홀딩스’의 주력 분야로 영업이익의 60% 가량을 창출한다. 2006년 매출액은 2조7963억 원이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롤모델은 중국 칭화대의 ‘칭화홀딩스’다. 국양 산학협력단장을 포함한 여러 명의 전문요원들이 지난 1월 ‘신사유람단’을 자처해 칭화대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사회주의 국가에 속해 있으면서도 일찍이 설립된 ‘칭화홀딩스’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벤치마킹할 만큼 크게 성장해 있다.

본디 출발은 1995년 칭화대학교가 직접 투자해 만든 ‘칭화기업그룹’부터였다. 이후 이 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칭화쯔광주식유한회사’, ‘칭화테크노파크’를 흡수해 2003년 ‘칭화홀딩스’로 거듭났다. 재창립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2006년에는 매출액 2조7963억 원, 자산 규모 3조6761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94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그 중 7개 기업이 중국 증시에 상장된 상태다. 가장 큰 자회사인 ‘칭화퉁팡’은 시가총액 3조3357억 원을 자랑한다. 철저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창립 5년 만에 어떤 시장에 내놔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작년에는 420억 원의 흑자를 내서 대학에 65억 원, 연구비로 262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칭화홀딩스’가 대학의 특허기술을 받아가는 대신 수익금을 재정에 보태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칭화홀딩스’와는 너무 다른 ‘SNU 홀딩스’

하지만 ‘SNU 홀딩스’가 ‘칭화홀딩스’를 따라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조서용 부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칭화홀딩스’가 속한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자본금의 50% 이상을 현물 출자해야 한다는 규정도 중국에는 없다. 조 부장은 “‘칭화홀딩스’가 사회주의 국가 하에 있지만 경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칭화홀딩스’는 경제특구로 지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각종 세금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조 부장은 ‘칭화홀딩스’는 애초부터 수많은 자회사들을 달고 시작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자회사로부터 할당받는 배당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도 가속도가 붙는 법이다. 보통 기업은 3~5년을 지나야 흑자로 전환하는데 ‘칭화홀딩스’가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자회사가 뒷받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칭화홀딩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전경.

하지만 상황이 훨씬 열악한 서울대에서는 기술지주회사 설립 이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 조 부장은 “적어도 5년 안에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특허기술의 질을 꼽을 수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9월 29일, 출자된 31개 특허기술의 평가를 마쳤다. 아직 세부내역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SNU 홀딩스’의 자본금이 50억~100억 원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현물출자 규모는 25억~50억 원 선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특허 하나하나의 평가액은 8천만~1억 6천만 원 수준이라는 말이 된다. 조 부장도 “특허마다 편차가 커서 어떤 것은 10억에 이르지만 1억에 이르지 못하는 기술도 많다”고 말해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했다.

‘칭화홀딩스’에서는 경우에 따라 하나의 특허기술이 1년에 5000억 원 넘게 벌어들이기도 한다. 실제로 ‘컨테이너 정밀검사 시스템’을 특허로 출원한 칭화대 캉커쥔 교수는 이 기술 하나로 2006년 한 해에만 48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특수한 경우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특허기술의 양적인 측면에서 보나, 질적인 측면에서 보나 ‘SNU 홀딩스’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브랜드 파워 ▲양질의 인적 자원 ▲풍부한 특허 기술로 ‘SNU 홀딩스’를 세워 돈을 벌겠다는 산학협력단의 야심찬 계획이 자칫 만성적인 적자로 허덕이는 기업을 낳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학부대학 위기 초래할 수도

‘SNU 홀딩스’의 미래가 순탄치 않다는 점 외에도 여전히 문제점이 발견된다.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주된 목적은 대학의 시설 및 운영에 지원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보기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촉법이 ‘산학협력단은 수익금 일부를 대학의 시설 및 운영의 지원에 따른 업무에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에 제약이 따른다. ‘대학의 시설 및 운영의 지원에 따른 업무’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서용 부장은 “대학 지원금은 넉넉하겠지만 대통령령은 자유로운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NU 홀딩스’가 아무리 막대한 수익을 올리더라도 학생 복지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령은 교수들의 연구 분야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커진다. 연구비에 차등을 둬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만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철저히 기업가적 마인드로 무장한 산학협력단이 ‘돈 되는 기술’만을 찾아 지원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시장가치’가 없는 애꿎은 기초과학만 홀대받는 결과가 생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대학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