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사회
대안학교가 ‘대안’으로 남으려면 다양한 대안학교 속 변질화 우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2016.11.07 13:04l 이지윤 기자 (liy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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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인 꿈틀학교(사진 왼쪽)와 일반학교인 청량중(사진 오른쪽)의 수업시간. 대안학교의 수업은 기존 학교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 인수위원회는 ‘고교 다양화 300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개방형 자율학교 등 새로운 형태를 띤 학교들이 개교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국제중학교 설립은 특히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달 발행된 대안학교 출신 서울대생의 공부법이 담긴 책이 나와 인기리에 판매중이다. 학구열 높은 학부모들은 소문을 듣고 어느 학교가 가장 효과적인 대입의 길인지 모색한다. 이렇게 뒤숭숭한 교육시국 뒷편에는 10년 전부터 ‘대안학교’라는 낯설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교육실험터’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안’이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안학교는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시류 속에서 대안학교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안학교의 ‘꿈’을 살펴본다.

다양한 학교 속 대안학교
대안학교라 하면 흔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교육시설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대안학교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간디학교’를 선두로 좋은 평가를 받는 대안학교를 살펴보면, 대안학교는 공교육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반발의 일환으로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려는 운동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대안학교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음에 따라 국가에서는 대안학교를 공교육의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 하고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는 크게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로 나뉘며, 고등학교의 경우 일반계고등학교, 전문계고등학교, 특목고, 특성화고, 자립형사립고가 존재한다. 그 이외 학력인정기관은 각종학교의 범위에 속한다. 대안학교의 경우 네 종류의 법적 지위를 가진다. 먼저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가 있는데, 이중 70%의 특성화학교는 교사 인건비부분에 있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또한 학력인정은 되지만 고정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각종학교에 속한 ‘인가 대안학교’가 있다. 또한 특별한 유형으로는 학교 부적응 학생을 일정 기간 위탁시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게하는 ‘위탁형 대안학교’가 있다. 그 외 나머지 대안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이며 학력인정도,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전국에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음지화 돼있어 추정하기 쉽지 않지만, 전체 대안학교 110여개 중 7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안교육법 시행령’을 공포해 비인가 대안학교의 법적 양성화를 시도했다. 정부는 인가를 통해 ‘학력인정’이라는 당근을 던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안교육현장 측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비인가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이재훈 교사는 “대부분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인가에는 기대를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가를 위해서는 각종학교 시설기준인 ▲교사 1인당 학생 4명 ▲자체 학교 건물 소유 ▲교지 면적 ▲교지 내 시설기준 등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대부분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지조차 전세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재정적, 시설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 시행령이 발표되고 1년이 지났지만 인가된 학교는 두 곳 뿐이며, 그 두 학교마저 학력인정은 안되고 시설 인정만 된 상태다. 특히 도시형 대안학교의 경우 상가 건물에 교육시설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 인가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김종욱 기획팀장은 “교원자격증 없는 시인도 아이들에게 뛰어난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며 교원자격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다른 인가기준도 대안교육에 있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가를 받는다는 것은 공교육권 안으로 들어감을 뜻한다. 때문에 교육부가 지정한 국민공통교과의 단위수의 50%를 이수해야만 한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김종구 기획팀장은 “대안교육진영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국가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아이들을 평가해야하고 내신을 매겨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인가받은 학교 중 이런 문제로 후회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교육에서 벗어나 태생한 대안교육이 제도권 안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진통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교원자격 기준, 재정지원문제 등 많은 문제가 산재돼 있을 뿐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대안학교? 궁핍한 속사정
앞에서 언급한 대안학교 인가의 수순은 ▲시설인가 ▲학력인가 ▲재정지원 순이다. 대안학교를 운영함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재정적 요소다. 일부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와 위탁형 대안학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숙사 시설비, 교사인건비,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인가·비인가 대안학교를 위한 정부예산은 2007년을 기분으로 총 10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대안학교의 수업료 현황. 대안학교 수업료와 일반고, 자사고 등의 수업료와 비교해 봤다. (2007년 기준)

비인가 대안학교 혹은 지원이 없는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의 가장 큰 수입원은 입학금 및 수업료다. 때문에 수업료는 일반계고등학교(160만 원)보다 비싼 편이다. 물론 무료로 수업을 하는 대안학교도 있고, 그런가 하면 개중에는 수업료가 천만 원이 넘는 곳까지 다양하다.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교외 농촌지역에 있는 전원형 대안학교와 도시 내에 있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나뉠 수 있는데 평균 연간 수업료가 2007년 기준 각각 840만 원, 240만 원(교육인적자원부 자료)으로 다양한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일부 대안학교는 입학금과 예탁금으로 1천만 원 단위의 돈을 받기도 하고 기부금으로 더 많은 액수의 돈을 받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안학교에 ‘중산층을 위한 학교’ 혹은 ‘귀족학교’라는 별칭을 붙이고 고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김 팀장은 “대안적인 교육자체를 꿈꾸다 보니 생각보다 돈이 든다. 기존 학교는 교과서만 있으면 되는데 대안학교는 다른 교구와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냐”며 대안학교의 높은 교육비는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안학교의 실험적인 교육의 특성 상, 교육의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게 돼 소규모 학급, 쾌적한 기숙환경, 다양한 체험과 낮은 교사 대 학생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이 만만치 않다. 교사 또한 재정상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의 평균 급여가 273만 원이라면 재정사정이 좋지 않은 그 외 학교의 급여는 110~130만 원 수준이다. 교사들은 필요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중역에 시달린다. 이재훈 교사는 “교사들은 수업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얻으러 다니거나 기획서를 짜서 교육 프로그램 공모전에 지원해야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며 취약한 재정구조를 꼬집었다. 이 교사는 대안학교들도 국가의 지원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과 안정적인 학교로의 진입을 원한다고 밝혔다.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임에도 재정지원을 포기한 ‘이우학교’의 강병욱 교사는 국가에서 학교의 공공성을 따져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에서 고등학교 기준으로 학생1인당 교육비로 570만 원이 책정돼있는 반면, 우리 학교의 경우 총 교육비가 480만 원으로 학생들이 일반 공교육보다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안학교’의 함정
국가의 재정지원은 절실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정지원으로 인한 파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재정지원이 가능해지면 변질된 형태의 대안학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가 대안학교로 지정받아 학력인정을 받으려는 움직임 또한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원의 형태를 띠는 비인가 교육시설은 현재 대안학교라고 자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육법 시행령의 요건을 맞춰 인가를 받으면 대안학교라고 공식적으로 불리게 된다. 작년 시행령 공포 이후 인가된 대안학교 두 곳 중 한 곳인 ‘고양KLBU글로벌스쿨’에 대해서도 일부 대안교육운동자들은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를 ‘대안학교’라 이름 붙인다며 쓴소리를 가했다. 대안교육연대 송영민 간사는 “최근 몇 달 동안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근래 나타난 대안학교와 차별화가 있어야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10여 년 전 순수한 대안교육운동자들이 대안학교를 설립하던 시기를 지나 대안학교가 차츰 인기를 얻으면서,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설립규제가 없는 틈새를 타 ‘너도나도’ 대안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최근 대안학교의 유형을 보면 기존의 부적응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새로운 교육을 원하는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와 더불어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향하거나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개교하는 기독교계 대안학교의 경우 미국식 교육을 따르고 있어 이질성이 크다. ‘한국기독국제학교’ 이다니엘 교감은 “우리학교를 졸업하면 미국에서 학력이 인정되게 된다. 쓰고 있는 교재도 미국식 커리큘럼이고, 원어민이 과목을 가르쳐서 미국대학 진학에는 문제없다. 다만 한국대학에 입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쳐야한다”고 학교를 소개했다.
대안학교는 학습공간에서 그 특색을 엿볼수 있다. 왼쪽부터 공간민들레, 하자작업장, 성장학교 별.

또한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가 자립형사립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김 팀장은 “특성화학교는 좋은 사립학교라 보면 된다. 정규교육과정에 약간의 대안교육적 요소를 가미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표한 2007년도 졸업생 현황을 보면 도시형 대안학교 졸업생은 41%의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한 반면 인가 특성화 대안학교의 경우 90%의 학생이 대학진학을 했다. 이런 입시위주의 대안학교의 근간에는 ‘초-중-고-대학-직장’으로 연결되는 한국사회의 ‘입시’라는 틀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학부모와의 가장 큰 마찰이 생기는 분야도 진로관련 문제다. 송 간사는 “대안학교라면 아이들이 대학에 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 학교가 강요하지 않는다”며 “대안적인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안교육연대의 송영민 간사. 대안교육연대에 가입하려면 입시위주로 교육하지 않으며 수업료가 보편적이어야 하고 치우치지 않는 교육(종교, 이념 등)을 해야한다.

길거리에 피는 들꽃 같은 대안학교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전체 청소년의 0.2%로 극소수지만 이들이 제도권 밖에 있고, 교육을 통해 아이의 가치관과 성향이 좌우되는 점에서 주목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색깔의 대안학교의 난립을 막을 제도적 규제는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던 대안교육전문가 이종태 박사는 현 대안학교 분포에 대해 “일부 중산층이 과도한 사적인 욕심을 충당시키려고 대안교육을 오용한 상태다. 현 상황을 정부가 막을 수 없으니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자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들꽃과 잡초는 길거리에 자유롭게 피어난다. 들꽃을 화분에 심으면 시드는 이유는 들꽃이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안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대안학교를 특정한 틀에 가두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게 한다면 대안학교는 잡초가 아닌 들꽃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