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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크게 떠봐요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은수 (원예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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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을 바쁘게 하다보면, 삶 가까이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리들이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비록 우리들이 TV와 라디오,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 ‘현상’을 보고 들은 것은 많을지라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고민한 것은 아마 거의 손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 이유가 ‘여유의 부족’ 혹은 ‘관심의 부족’이건 간에 결과적으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현상’을 대하기 쉽겠지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다면 ‘현상’의 단면만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 어쩌면 우리는 다수에 의해 형성된 ‘의견’만이 참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다수 의견만이 자연스레 정당화되고, 대학인의 마음에 그것만이 아로새겨질 것입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서울대저널 93호에 실린 ‘시각장애인 직업’에 관한 기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문제 상황을 다루면서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이 안마 수업에 치중돼 있는 서울맹학교의 현실을 보면서, 구조적으로 안마사가 주로 그들의 직업일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헌재 판결’로 인해 잃을지 모르는 숙명을 조금이라도 이해했습니다. 다수의 삶 바깥에 놓인 이들의 ‘불편한 진실’을 제 가슴에 조금이라도 새긴 것입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이 기사를 본 많은 분들도 시각장애인의 억울한 현실을 통감했을 것입니다.
또한, ‘문래 창작예술단’에 대한 기사에도 이와 비슷한 뜻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를 내세운 주류 상업적 예술에 맞선 예술단의 고유하고 색다른 예술의 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예술’이 ‘돈’과 동일시되는 풍토가 지배적입니다. 사람들은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보면 우선 ‘값’으로 매기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예술은 자본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예술단의 문화 재생 작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술과 이와 연결된 지역민의 문화적 호흡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그들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간과하고 등한시하기 쉬운 ‘소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실어주는 저널의 기사가 참 고맙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현상’의 다면을 모두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또 ‘현상’에 대한 속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현상’말고도 캠퍼스 내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 중에서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을 기사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목소리도 여럿 들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