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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서울대 뒤편, 시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서울대 기전노조,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요구하며 피켓 시위
등록일 2015.08.12 14:55l최종 업데이트 2015.08.14 01:44l 안미혜 기자(algp143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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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기전노조)’는 7월 29일부터 임금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 안미혜 기자


  ‘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기전노조)’가 지난 7월 29일부터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임금 인상과 근로 환경 개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전노조는 서울대학교의 냉난방, 화장실, 배관, 전기 등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노동자 14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와 시설 관리 계약을 맺고 있는 백상기업 소속의 용역 직원으로, 현재 사측인 백상기업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기전노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정규직 전환 요구

  기전노조는 사측에 임금 인상 연차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서울대학교의 시설관리는 24년간 원방기업이 맡아왔다. 작년에 백상기업으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새 업체가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새로운 회사는 직원 교육이나 업무 방식에 기여한 것이 없고 실질적으로 모든 업무는 서울대 내 사업소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기전노조의 주장이다. 기전노조 김재일 위원장은 “회사는 인건비 지급만 하고 있는데 계약금의 15%를 사측이 가져가는 것은 지나치게 높다”면서 “민간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인 3%로 낮추고 그 금액만큼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전노조는 또한 1인당 인건비를 산정해 계약했다는 이유로 이를 초과하는 법정 연차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에는 고용 안정 사무환경 개선 약속 이행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김재일 위원장은 “서울대에서 인원을 감축하고서는 다시 그 업무를 외주하는 식으로 편법 감원을 하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감축을 중단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사무환경 개선에 관해서는 2013년 회사와의 교섭 과정에서 학교가 구두로 약속했던 부분이다. 30여 곳 중 작년에 4곳이 개선되었으며 학교는 올해도 ‘사무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설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대부분 연식이 10년 정도 된 컴퓨터이고, 이중 지급받은 것은 10대이지만 나머지는 직접 폐품에 가까운 부품들을 모아 조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책상, 옷장, 캐비닛 등의 물품도 지급받지 못해 학교에서 버린 물품을 주워와 재활용했다. 노조 사무실 역시 위험 구역인 전기실에 임시로 마련된 채 마땅한 장소를 제공받지 못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서울대 정규직은 캠퍼스 내 주차비가 1만원이지만 용역 직원은 5만원인 점도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원청으로서 개입 불가”

  학교는 작년에 임금 인상이 적절히 이루어졌고, 더 이상의 임금 인상은 회사에게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무환경 개선은 원칙적으로 하청업체가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개선해 준 것이며, 예산대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차수당 역시 지침대로 하고 있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설지원과 이규진 과장은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대학 측에서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은 용역이지 파견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 계약관계에는 법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학교 측에서 개입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사측인 백상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지출된다”며 “(회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사무환경 개선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연차수당과 관련해서는 현재 협의 중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시설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위해선 정규직 전환해야”

  기전노조 김재일 위원장은 “용역의 문제점은 1년이나 2년 후에는 얼마든지 다른 회사로 변경될 수 있어서 직원 복지나 사무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시설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 시의 인건비 부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전 임금은 업계 최저인 140만원 정도였다. 그나마 임금이 인상되어 180만원인데 이정도면 업계 중간 남짓일 것”이라면서 “직접 고용하면 오히려 하청업체가 떼어가던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면 1인당 70만 원 정도인데, 그럼 월급이 250만 원 정도 된다. 추가 예산 없이도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원·하청 관계에서 용역 직원의 업무 관리 감독은 용역회사가 해야 한다. 그러나 기전노조에 따르면, 실제로는 서울대 직원이 회사를 통하지 않고 용역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나 관리, 감독을 하는 일도 많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서울대가 구체적인 업무, 1인당 인건비 등 세부 조건을 결정하며 용역 계약을 맺고 있다면 실질적으로는 직접고용”이라 지적했다. 그는 “단지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형식적인 간접고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재일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총장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토로하며 “성낙인 총장께서 선한 인재,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셨는데, 이런 (학내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선한 인재 양성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해 파업권을 얻어야 우리의 요구에 응할 것 같다”며 “피켓 시위는 계속할 것이지만 학생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나름대로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를 구성원의 문제로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