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호 > 학술 >심포지엄
에너지 미래에 대한 통섭적 접근 '한국사회와 에너지 미래를 묻다' 심포지엄
등록일 2016.04.30 23:03l최종 업데이트 2016.05.03 17:47l 신민섭(charliesnoopy@snu.ac.kr)

조회 수:221

  지난 3월 4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는 ‘한국사회와 에너지 미래를 묻다’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및 한국사회학회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다양한 관점에서 에너지 미래를 고민하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장(사회학과)은 개회사에서 “에너지 문제, 특히 원자력 발전의 문제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첨예한 갈등이 이어져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우리사회 에너지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장 집착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1·2부로 나뉜 이번 심포지엄에서 1부는 하나의 주제발표 및 세 개의 분야별 발표로 이뤄졌으며, 2부에선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이태수 인제대 석좌교수(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 전임연구원)는 에너지 문제의 어려움 및 이것의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두에서 이 교수는 “우리가 논의할 에너지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미리 알고 들어가자”고 지적했다. 에너지의 확보, 전환, 소비 등 에너지 처리 기제를 구성하
는 핵심 과정마다 인류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교수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는 공포감을 자아낼 정도이며, 이는 윤리적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환경파괴로 인한 책임을 후속세대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자연에 대해 이기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필요한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도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아직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 문제 역시 심각하다. 재생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이 엄청난 속도로 쌓이고 있으며, 에너지부산물 처리 과정에서 부정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의의 문제와 관련해 이 교수는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 등과 관련해) 이기적인 인간들은 부산물로 나온 쓰레기를 남의 마당에 적치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jpg

▲이태수 석좌교수가 이번 심포지엄 관련해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 이지원 사진기자


  끝으로 이태수 교수는 이처럼 어려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점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성장’이라는 가치에 집착하는 한 산업 중심의 에너지 처리 기제가 현재 야기한 문제들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에너지 소비 증가를 전제로 한 지속성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성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결국 에너지 문제를 “‘인간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문제로 확대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제발표를 마쳤다.



에너지 문제를 삶 속으로 끌어들여
  이어진 순서는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도시환경공학부)의 ‘미래 에너지 초록 반죽: 인문학적 관점과 실용주의’였다. 공학자의 관점에서 에너지 문제의 인문학적 해결방안을 모색한 조 교수는 과학이 인간의 마음과 분리된 채로는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하며 말을 열었다. 그는 “에너지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마음이 분리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마음껏 써도 되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공
학자로서 에너지를 삶 속으로 가져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2.jpg

▲조재원 교수가 '인문학적 관점과 실용주의'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 이지원 사진기자


  조재원 교수는 질소로 인한 하천오염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질소의 40%가 우리의 분뇨로부터 나온다. 우리 자신도 하천오염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일상적 행위가 하천을 오염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조 교수가 제시한 것이 ‘FSM(Feces Standard Money, 똥본위화폐)’다. 그가 설명한 FSM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미생물 반응조와 연결된 변기에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이 반응조 내에서 환경공학적 과정에 의해 메탄가스와 바이오디젤로 변환된다.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여 배설을 했던 사람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조재원 교수는 결론적으로 FSM이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분뇨의 문제를 에너지와 연관 짓고 이를 우리 삶 속으로 가져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 우리의 몸속에서 나온 것이 환경과 교류하는 사회를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의 삶이 아닐까”라고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감축의무 지는 신기후체제
  두 번째 분야별 발표를 맡은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합의’라는 제목으로 파리협정의 체결 배경 및 이 협정이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지니는 함의를 설명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화석연료 소비의 증가는 대기 중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지구평균온도의 지속적인 상승을 야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리우 회의부터 국제적 협상이 진행돼왔고, 1997년에는 교토 의정서가 채택됨으로써 지구온난
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더 큰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지게 됐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참여하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선진국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2011년 더반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선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적용될 신기후체제 협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작년 12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감축의무를 질 것을 약속한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파리협정에 따라 참여국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1.5~2°C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윤순진 교수는 전 인류의 탄소예산(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제한선)을 한정했다는 점에서 파리협정이 ‘화석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라 해석했다. 또한 “앞으로 제한된 탄소배출량 하에서 누가 얼마나 더 배출할 것인가와 관련해 제로섬 게임이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교수는 모든 비화석 연료가 저탄소라는 이유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예는 비화석 연료지만 위험성이 매우 큰 원자력발전이었다. 윤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사고를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으며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에너지 설비의 입지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분리시키는 중앙집권적 에너지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 많은 부분이 대도시에서 이뤄지는데, 대도시 사람들에게 절약을 요구하지 않은 채 대규모 에너지 설비를 지방에 증설하려고만 한다면 소수의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윤 교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의 확대를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목표는 낮게 설정한 한국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하며 발표를 매듭지었다.



새로운 위험...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적 합의 필요해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재열 교수(사회학과)의 주제는 위험관리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한 ‘한국사회발전모델과 에너지 미래 구성: 원자력 딜레마와 사회적 합의 모색’이었다. 그는 “원자력 딜레마는 근본적으로 효율성과 잠재된 위험 사이에서 균형 잡힌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원전 위험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축약된다. 원전 사고는 개인의 실수나 판단착오로 돌리기 어려운 복합적이고도 ‘피할 수 없는 사고’이자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후속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원전 위험은 공간적·시간적 경계가 존재하고 인과관계도 비교적 뚜렷했던 과거의 위험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나아가 이재열 교수는 원전의 위험이 사회체계의 성격과 결합해 현실화한다고 설명했다. 사고는 단순히 기술적 결함에서만 기인하지 않고 개인의 문화적 실천, 안전과 관련한 학습능력을 갖추는 과정, 그리고 사회적 관리 시스템 등 사회 전체의 체계와 연관돼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요인들을 아우르는 ‘사회구성론적 패러다임’이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히 효율성을 둘러싼 대립을 넘어 상이한 문화·세계관의 충돌 양상을 띤다고도 분석했다. 예컨대 정부는 위계적문화를 강조하는데 비해 환경주의자들은 평등주의적 태도를 강하게 가진다는 것이다. 이재열 교수는 상이한 세계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토론 절차에 대한 합의와 신뢰가 그 바탕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신뢰적자’로 인해 갈등 해결 역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외국에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해결되던 원전 관련 논의가 한국에선 평행선을 긋고 있다”면서 “사실과 논리에 바탕을 둔 합리적 토론을 거쳐 복수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 사이에서 열린 결론을 탐색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발표를 마쳤다.



소수에게 관심 갖자는 목소리도
  심포지엄 2부는 1부 발표내용에 대해 청중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논의는 원전문제 및 사회적 갈등 해결과 관련한 부분에 집중됐다. 주한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우리나라에선 찬핵과 반핵의 입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여러 번의 토론을 거쳐 원전의 위험성에 관한 진실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학내에서도 이러한 합의과정을 도출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한 참석자는 갈
등해결을 위해 필요한 이성적·합리적 태도가 ‘가치 배제’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성숙된 가치에 바탕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정보와 자료에 의존해 원전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갈등을 해결하려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청중들의 코멘트 이후 발표자들의 대답 및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조재원 교수는 “현대 사회의 에너지 처리 기제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백 명 중 한 명이 불행해도 그 사회는 불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그 한 사람을 고려하는 마음이 바로 인간을 생존하게 만드는 힘이며, 이것이 우리가 소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윤순진 교수 역시 “현재의 의사결정방식은 공리주의적”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소수”라며 조 교수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송전탑 문제를 예로 들며 “왜 송전탑이 설치될 지역의 소수가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편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방식은 잘못된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교수는 앞서 청중의 ‘가치 배제’ 발언에 대해 “자료 자체가 가치를 반영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택할 것이
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재열 교수는 “인간은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운을 뗀 후 “가치들의 세계에서 살고 있을 때, 내 가치와 다른 가치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고민은 원전처럼 불확실성이 큰 위험이 있을 때 더욱 문제가 된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는 공통의 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열 교수의 발언을 끝으로 심포지엄은 마무리됐다.


  주최 기관이었던 사회발전연구소 측은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추후에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발전연구소장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첫 술을 뜬 셈 치고 잘 됐다”고 평가했다. 발표자로 참여했던 윤순진 교수는 “에너지는 안전과 윤리와 책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이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면서도 “발표자 모두가 대체로 유사한 전
망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와서 활발하게 토론했으면 논의가 좀 더 흥미로웠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