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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산업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눈앞에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한 인지융합 심포지엄
등록일 2016.06.11 19:51l최종 업데이트 2016.06.12 22:56l 선창희 기자(sch71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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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무궁화홀에서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한 인지융합(2016 Mind-Bridging for Big Future)’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서울대학교 미래연구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한 이날 포럼은 전반부 강연과 후반부 패널토론으로 구성됐다. 

  서울대학교 이우일 부총장 겸 미래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대국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인지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축사를 열었다. 이어 “인지과학의 발전과 복잡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교육, 연구, 산업, 언론 및 행정 분야의 전문가들의 융복합적 혜안을 모으기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며 심포지엄 개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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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치러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 ⓒwww.huffpostmaghreb.com




  학문과 학문을 다리로 연결하기

  이날 심포지엄은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서울대학교 교수진들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강연은 총 4개였으며 각기 다른 관점으로 뇌-인지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첫 강연은 서울대 이상훈 교수(뇌인지과학과)의 ‘연결된 인지, 복잡하고 낯선 미래 문제해결의 키워드’였다. 이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정리라기보다는 영감을 줄 수 있는 키워드를 제안하고 논의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연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 교수에 의하면 과학의 거대한 패러다임, ‘학제주의(highly disciplined paradigm)’에 따라 각각의 학문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됐다. 학과주의는 과거에도 효과적으로 운용됐고 앞으로 도 유효하겠지만,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는 데에는 학제주의가 잘 작동하지 못한다. 이때 사악한 문제란,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 하나가 새로 생기는, 낯설고 거대하고 복잡하며 심각한 문제를 말한다. 학제주의로 사악한 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연구되면서 학문 간 융합이 그 해결 방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많은 분들이 학문 간 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하는듯하나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야하나’는 굉장히 난감한 문제”라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연구, 교육기구 등과 같은 구체적인 실례를 제공했다.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공학 간의 경계를 허무는 초학제적 노력은 세계 각국 캠퍼스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작게는 뇌-인지과학 학회를 설립하는 것부터크게는 1조가 넘는 국가 예산 지원을 받는 런던의 초학제적 과학 연구 프로젝트까지 다양하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사악한 문제 해결을 위해 초학제적 융합의 진전이 필수적”이고 “미시적으로 보자면 대학 내에서 정보가 흐를 수 있게끔 문제 중심으로 학문과 학문을 잇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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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상훈 교수(뇌인지과학과)의 심포지엄 첫 강연, ‘연결된 인지, 복잡하고 낯선 미래 문제해결의 키워드’. ⓒ김대현 기자



  다음으로 서울대 김용대 교수(통계학과)는 ‘키워드 분석으로 살펴볼 뇌-인문사회학 연구 트렌드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뇌-인문사회학 융합 연구가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통계학적으로 설명했다. 분석 대상은 6개 분야로서 예술과 인문학(Arts and Humanities), 경영학(Business), 경제학(Economics), 다학제(Multidisciplinary), 심리학(Psychology), 사회과학(Socialscience)이었다. 그는 여섯 개의 분야별로 상위 논문들을 선정한 후 제목, 키워드, 초록을 대상으로 fMRI를 검색해 결과로 나오는 논문을 수집했다. 수집된 논문에 대해 분야별로 키워드를 산출해냈다. 또 학문 분야별로 “fMRI+keyword”의 검색결과를 비교해 각각의 눈문 수 증가율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논문 수가)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속도 보다 fMRI에서 초학제적 연구를 진행한 논문 수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지난 5년 동안 6개 분야에서 그냥 키워드의 논문 수는 120% 내외로 증가한 반면 fMRI와 키워드의 논문 수는 140% 내외로 증가한 것을 보아 융합학문이 훨씬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각 분야별로 활성화된 연구가 어떤 키워드의 연구인지 역시 알 수 있었다. 예술과 인문학에서는 미(美), 경영학에서는 브랜딩(branding), 다학제에서는 공정성(fairness), 심리학에서는 ‘자기-구체성(self-specificity)’, 사회과학에서는 도덕 인지(moral cognition) 키워드의 연구가 활성화됐다. 


  인간과 인공 지능의 공생

  이어서 서울대 장명학 교수(컴퓨터공학부)가 강연을 했다. 제목은 ‘인공 지능과 자연 지능의 공진화’였다. 장 교수는 “인지과학은 오로지 뇌에 대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연구는 자연 지능(natural intelligence)의 연구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인지과학 연구는 초기 30년 동안 상징적 인공 지능(Symbolic AI) 중심이었다. 당시 자연 지능 연구가 인간의 행동을 관측하는 ‘행동주의’에서 인간의 ‘인지(mind)’에 대한 탐구로 전환될 때 인공 지능 연구가 영향을 받았던 탓이다. 그래서 상징적 인공 지능은 인간의 인지를 모방했다. 1997년 체스 게임에서 인간을 이긴 IBM의 체스머신 딥 블루(Chess Machine Deep Blue)가 상징적 인공 지능의 예이다. 이후 인공 지능의 연구는 인간의 신체를 탐구하는 데 주력하고 기계로 인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물리적 인공 지능(physical AI)이 다. 부엌 로봇 제임스와 로지(Kitchen Robots James and Rosie)가 대표적인 물리적 인공 지능이다. 생각은 못 하지만 아침밥을 만들고 나를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인지과학 연구는 스마트기계(Smart Machine) 위주이다. 최근 연구 동향에 대해서 장 교수는 “뇌만이 아니라 신체도 중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개발한 무인차와 일본에서 상용화된 휴먼로이드 감정 로봇 페퍼(Emotion Robot Pepper)가 체화된 인지인 스마트 기계에 해당한다. 페퍼는 주로 일본 내 상점에서 고객을 안내하며 함께 대화하는 로봇이다. 표정도 자유자재, 이동도 스스로 하는 페퍼는 소리에서 감성까지 느낄 수 있다. 장 교수는 “AI는 이제 시작”이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수 있는 플랫폼이 준비가 된 시작 단계다”고 인공 지능 연구의 현 위치를 분석했다.

  앞으로 인공 지능 연구는 확장된 인지(extended mind)를 목표로 한다. 장교수는 “인공 지능의 입장에서 지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그 현상을 가능케한 기술 중 하나가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고 설명했다. 뇌에 있는 정보 처리 구조, 기능,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인공 지능 알고리즘을 뉴럴 넷(neural net)이라고 한다. 딥 러닝은 곧 딥 뉴럴 네트워킹(Deep Neural Networking)으로서, 특정 대상을 인지할 때 기계가 인간의 수준으로인지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딥 러닝을 하는 기계는 마치 인간처럼 스스로 성능을 향상시킨다. 빅 데이터(big data)와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가 자양분이다. 장 교수는 “알파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학습하고 있다”며 딥 러닝을 예시로 들었다.

  이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지능의 폭발을 가져온다. 장 교수는 “구글의 무인차가 시리(siri)와 결합하고, 백과사전 슈퍼컴퓨터 왓슨(Watson)과 시리가 결합한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한다.그는 “기계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면서 “(그렇게) 확장된 인지에 관한 논의에서는 철학적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딥 러닝을 하는 기계에게 자신이 하는 인지의 일부를 일임하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은 철학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진화하고, 인간은 진화하는 기계를 활용하는 동시에 진화한다는 개념이 바로 ‘공진화’다.

  인공 지능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 수준의 인공 지능(Human-Level AI)을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수준의 인공 지능을 지닌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것이 큰 그림에서 인공 지능 연구의 방향을 본 것”이라고 정리하며 강연을 마쳤다. 

  또 다시 인문학 교육 

  마지막 강연은 서울대 김기현 교수(철학과)의 강연이었다. ‘인지과학의 미래와 인문학의 역할’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는 강연를 시작하며 “인지과학 발달의 역사 속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어떻게 축적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산업적 유용성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을 확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이 탄생했다. 컴퓨터사이언스,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심리학, 언어학, 철학이 그 영역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인 학문이다. 김 교수는 특히 철학이 인지과학에서 가지는 역할에 대해 “이렇게 새로운 컴퓨터 모델로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인지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함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학문적으로 도출해 해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인문학의 역할은 과학철학적이었다. 이는 곧 인지과학의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철학에서 마음의 영역은 의식, 지향성, 지능으로 나뉜다. 철학은 ‘과연 느낌과 정서를 포함하는 의식, 그리고 세계에 대한 표상을 의미하는 지향성까지 기계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재 요구되는 인문학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지능적 작업을 돕는 매체로서의 AI가 알파고와 같은 지능적 주체로 발전했는데, 이와 같은 일이 정서의 영역에서도 가능한가?’ 전통적인 인간의 개념을 과학이 위협하는 전환기에 인문학은 새로운 인간관을 구성하기위한 담론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는가?‘등, 여러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교육과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질문과 논의거리가 제공됐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산업적인 영역에서 확산되는 인문학적 문제가 인지과학이 갖고 있는 의미를 함축하는 데에 머물고 인간에 적합한 기계를 만드는 데에 있었던 것이 미래에는 공학자와 과학자가 더불어서 해결해야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작업들이 인문학에 의해 형성된다”며 “결국 우리에게 다시 인문 교육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학도와 인문학도가 함께 교육받고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지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대학에 요구된다. 또한 그는 철학자 쟈크 에룰(Jacques Ellul)과 케빈 켈리(Kevin Kelly)를 인용하며 과학과 산업은 자체의 논리를 갖고 있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인문학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규범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계각층의 관심과 미래 계획에 대한 논의 절실해

  심포지엄의 후반부 패널토론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진규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정부는)정책적 돌을 놓고 있다”며 “잘못 놨으면 잘못 놨다고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말씀해 달라”고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부탁했다. 서울대 장대익 교수(자유전공학부)는 심포지엄 발표 내용에 대해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는 메가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두할 수 없다는 절절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이 설득을 당하셨다면 그다음 액션, 예를 들면 서울대의 초학제연구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관석에서도 질문과 발언이 이어졌다. 한 참관인은 “연구의 통합과 큰 그림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인간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구한 인지융합이 자율적인 개체가 됐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중앙대 허지원 조교수(심리학과)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기 훨씬 전인 작년 여름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공교롭게 심포지엄 시기와 맞물려 알파고 쇼크(AlphaGo shock)가 있었고, 이것이 인지과학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심포지엄으로 서울대학교의 더 많은 학과와 분과, 정부 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여 초학제 융합 연구 및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계획수립을 실제적으로 진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