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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학자의 양심 대학연구사회의 구조 앞에서 무너지는 연구윤리, 타개책은?
등록일 2016.09.17 14:13l최종 업데이트 2016.09.18 10:33l 성소진 기자(power233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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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4일 서울대 조명행 교수(수의학과)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 검사 보고서 조작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앞서 조명행 교수는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이 판매했던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이 2011년부터 급증한 의문의 폐질환의 발병과는 무관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가습기 살균제로 입은 피해에 대해 해당 제품 판매 기업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지만, 조 교수가 제출한 독성 검사 보고서가 기업 측에 사법적인 유리함을 제공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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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불매운동ⓒKBS뉴스


독성결과는 누락, 실험결과는 조작...서울대 교수의 부정행위

  현재 생활화학제품 판매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독성 검사를 검증하고 독성의 위해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판매를 승인하는 것에 그친다. 즉 현재로서 제품이 가진 독성의 위해성을 검증하고 보고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의 독성에 대한 연구는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 연구팀에 의해서 이뤄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에서 독성연구를 맡았다. 그중 서울대학교에서는 수의과대학 독성학 연구실 조명행 교수 연구팀이 해당 업체의 살균제품 독성 검사를 맡았다.
  
  조명행 교수 연구팀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가 가진 독성물질과 신종폐질환 발병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기업 측에 직접 제출했다. 우희종 교수(수의학과)는 “기업과 대학 간의 연구협력은 연구협력의 투명성을 위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체결되는데, 해당 보고서를 산학협력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기업에 제출한 것은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 교수가 진행한 독성물질 검사에서는 생식독성과 호흡독성이 모두 검출됐지만, 그의 연구팀이 제출한 보고서에 생식독성에 관한 결과는 누락됐다. 또 독성 실험 시 원인물질을 투여한 실험군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중 실험군에서뿐만 아니라 대조군에서도 질병이 발생했다면 재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조 교수는 이에 따라 원래 진행했어야 할 호흡독성 재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희종 교수는 “실험의 과정 자체를 왜곡한 새로운 유형의 연구윤리부정행위”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대조군에서의 발병에 대해서도 “자연발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작을 해서 발병을 유도했을 의혹은 남아있다”며 조명행 교수팀의 연구에 강한 의혹을 표출했다.

  조명행 교수의 연구보고서 조작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연구윤리부정행위의 일면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대학에서 발생한 연구윤리부정행위는 169건에 이른다”며 그 가운데 표절행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연구윤리를 공부하는 서이종 교수(사회학과)는 표절이 심각한 연구윤리부정행위라고 지적한다. “표절은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넘어 학문 발전에 중요한 요소인 창의성을 저해하는 행위이자 지적재산권을 절도하는 범죄행위”라며 표절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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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지침을 마련한 교육부ⓒ우리학교뉴스


  성균관대에서는 2006년 약학대학 지 모 지도교수의 생동실험 결과 보고서 조작으로 같은 연구팀에 소속돼있던 대학원생들까지도 소송을 당한 사례가 있다. 김삼호 연구원은 “교수의 연구윤리부정행위는 부정행위 사실을 모르는 같은 연구팀의 대학원생들에게도 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 명의 교수가 저지른 연구윤리부정행위에 대해 같은 팀 소속의 연구원들까지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윤리부정행위는 논문의 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논문의 수가 늘어나야만 교수의 학문적인 업적을 가시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논문 중복게재다. 교수들이 서로 논문 수를 늘려주기 위해 서로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넣어주는 것과, 한 사람의 교수가 자신의 논문 한 편을 여러 편의 논문으로 나눠 게재하는 것 모두 논문중복게재에 해당한다.

  산학협력의 과정에서도 연구윤리부정행위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독성 실험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잦다. 기업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독성 실험은 주로 기업의 신제품 독성 검사를 위해 이뤄지는데, 이번 옥시사태의 조명행 교수팀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독성 실험이 인체에 대한 제품의 유해성을 알아보는 실험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정직하게 진행돼야함에도, 기업의 이익에 따라 조작·변조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서이종 교수는 “기업과의 산학협력은 연구재단과의 연구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에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연구 또한 불투명하다”며 산학협력의 연구진실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출했다.


  연구윤리부정행위는 학자 개인의 양심과 도덕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희종 교수는 “학자 본인의 도덕성과 양심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위협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봐야한다”며 빈번한 연구윤리부정행위의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사회에는 교수의 학문적 양심을 위협하는 배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배경의 예시로 ‘교수등급평가제’를 들 수 있다. 교수등급평가제는 교수의 학문적인 업적과 실적에 따라 교수의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 교수등급 평가제는 교수를 A, B, C, D 4개의 등급에 따라 구분하고 이에 따라 차등적 대우를 한다. 등급 평가의 기준은 교수의 논문 게재 수, 논문의 피인용 횟수 등 정량적 요소다. 질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학자의 능력을 평가할 평가 집단 구성이 어려우며, 동료 평가와 같은 방법을 실시의 경우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이종 교수는 정량평가가 교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데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정량평가는 단과대학마다 다른 연구 환경으로 인해 형평성을 잃기 쉬운 방식”이라며 교수등급평가제의 허점을 역설했다.

  교수등급평가제를 통해 교수의 등급이 나눠지면서 임금, 연구비가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등 교수집단 내의 서열화가 발생한다. 전 대학교수협의회 의장 강내희 교수는 교수등급평가제가 “실적주의적이며 경쟁적인 연구풍토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교수등급평가제가 교수들에 대한 등급매기기와 차별적 대우를 통해 교수 집단 내부의 경쟁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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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종 교수가 대학연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권소현 사진기자


  
  이러한 실적주의적 연구풍토는 교수들이 연구에 있어 질보단 양을 선택하게 하고, 학문적 발전보다는 단기적 업적 늘리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연구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이러한 분위기는 연구윤리부정행위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산학협력의 구조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이종 교수는 “산학협력의 단기실적주의와 빈약한 연구지원체계는 연구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의 양심을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 중 하나는 빈약한 연구지원이다. 그러나 현재 산학협력의 구조는 충분한 연구 지원을 어렵게 한다. 산학협력을 의뢰하는 기업이나 재단은 연구 실적만을 중요시하고, 산학협력단과 학교 측은 계약의 체결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연구를 할 때 기자재가 필요해도 이를 지원해줄 시스템이 없다. 그러한 것들은 모두 교수의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기업과 재단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나오길 원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부정적인 행위를 할 유인에 빠진다. 실제로 상당수의 표절이나 데이터 변조도 이러한 이유로 발생했다. 


구조적 배경 개선돼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자의 양심

  교수들의 연구윤리 문제는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화두에 오른다. 그 전까지는 연구윤리부정행위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삼호 연구원은 “연구윤리와 같은 도덕적 문제는 문제가 된 것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서 이번 옥시사태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연구윤리부정행위의 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교수집단의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명행 교수의 사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어느 교수의 연구윤리부정행위가 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을 수 있다. 연구윤리부정행위는 대학과 교수집단의 명예를 실추시킴은 물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경우 인류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다준다. 과거 인간을 대상으로 행해진 일본제국과 나치당의 잔혹한 생체실험이나, 미국의 터스키기 매독 실험은 모두 수많은 사상자를 초래한 연구윤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우희종 교수는 “생명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학자는 기본적으로 인류와 생명에 대한 애정과 소중함을 간직하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며 생명을 연구하는 학자의 기본적 양심과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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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연구윤리부정행위 조사 과정ⓒ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연구윤리부정행위의 구조적 배경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김삼호 연구원은 “현재 모든 대학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립하고, 교수자의 연구윤리준수를 책임지고 감시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학이 주최하는 연구윤리 세미나와 교육도 존재한다. 하지만 서이종 교수는 “세미나 주최와 연구진실성 위원회가 어느 정도로 연구윤리부정행위를 막는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경우 사후적 대응책에 불과하며 학자의 자율성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서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세미나와 교육 또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원론적인 담론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힘들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차원의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학과 학자집단의 자치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미나 혹은 연구진실성위원회만으로 연구윤리를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내희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수등급평가제의 차별적 대우를 완화하고, 경쟁적이고 실적주의적인 연구풍토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의 병행 실시로 교수 능력의 복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산학협력의 구조에 있어서도 교수에 대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의 지원이 계약 체결의 조건이 돼야 한다. 충분한 자원이 지원된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학자의 연구가 연구윤리부정행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이종 교수는 “기업에 대한 자문활동의 경우, 교수들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익에 반하는 연구윤리를 부정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문에 있어 양심을 지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자의 몫이지만, 학자의 양심을 위협하는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사회가 점차 ‘지식기반화’돼가면서 학자들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학문의 성과가 인간과 사회를 위협하지 않도록 전체 사회가 나서서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학자의 양심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는 어디까지나 배경일 뿐이다. 연구윤리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자의 의지와 책임에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지, 혹은 인류와 학문의 발전에 공헌하는 성과를 낼지는 학자의 양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