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호 > 사진 >사진으로 보다
미술대학 작업실을 엿보다
등록일 2018.10.25 18:27l최종 업데이트 2018.10.26 17:23l 김혜지 기자(khg6642561@snu.ac.kr), 박세영 기자(precieuses@snu.ac.kr), 박은성 기자(ensungpark@snu.ac.kr), 이상호 기자(seoroleeeee@snu.ac.kr)

조회 수:111

캡처.JPG


  미술대학 주변을 걷다 보면 곳곳에 수북히 쌓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창문으로 빛이 새어 나오고 건물에서 날카로운 기계소리가 울린다. 이 안에선 미술대학 학생들이 12월에 열릴 졸업전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조소와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섯 명의 학생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와 작업실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151호 최종.jpg

▲김명주(조소 14) 씨


2.jpg

▲김명주, '미정' ⓒ김명주 씨



Q. 졸업전시를 위해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미대극회에서 배우, 무대, 의상, 기획 그리고 연출까지 했었어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는 것들과 연극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요.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기념하거나 축하하는 상징물의 연관성에 주목해서 이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서로 다른 요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하나로 모이는 현상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개연성 없는 것들이 같은 맥락으로 읽히거나, 개인이 갖고 있는 역사에 따라서 다양하게 읽히는 부분에서 흥미를 느낀 것 같아요. 



Q. 현재의 자신을 1학년 때와 비교했을 때 많이 변했다고 느끼시나요?


A. 대학에 입학하고서 저는 작업에 뜻이 없으니까 동아리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스튜디오 수업의 선생님께서 글쓰기 과제를 내주셨는데, 제가 여태까지 어떤 작업을 하면서 이 자리에 왔는지 되돌아보는 것이었어요. 그 과제를 하면서 결국은 제가 고등학교 때 생각하던 것을 지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전 무대에 오르고 싶었으니까요. 제 작품이 여러가지 이야기가 한데 모여서 하나의 서사로 읽히는 것처럼, 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jpg

▲심규진(조소 15) 씨의 작업실


4.jpg

심규진 씨가 과거에 만든 작품


5.jpg

심규진, '미정'


6.jpg

심규진, '미정'



Q. 다른 분들과는 작업 공간의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요. 특별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A. 여러 번 손때가 묻은 재료들과 장식적인 것들을 선호해요. 그런 것들을 수집하고, 잘라내고, 원하는 형태로 재단해서 다시 묶어뒀을 때의 상태를 좋아해요.



Q. 그렇다면 본인의 작업 공간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지가 궁금해요.


A. 방 청소를 할 때, 정리하고 보관하는 저만의 체계가 있어요. 재료를 꺼낼 때 그 체계에 비춰서 훨씬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근데 살짝 장식인 것 같긴 해요. 제가 사용하는 공간이 깔끔해 보이게만 해 놓을 뿐이지, 사실 작업은 다른 자리에서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포질을 하면 먼지가 많이 나는데 제 자리가 먼지에 뒤덮여서 더러워지니까, 그런 걸 피하려고 다른 데서 사포질을 해요. 그리고 대부분 작업이 기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계실에서도 많이 작업하고요.



Q. 졸업전시를 위해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뭔가를 작도하고 측정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고 있어요. 우선 기구를 설계하는 '1차 수식'이 있고, 기구가 생기면 이를 토대로 '2차 수식'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2차 수식으로는 장식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체계에요. 1차 수식이 저희가 교육받은 수학 공식이라면, 2차 수식은 제 나름대로의 정의 혹은 용어들을 섞으면서 만들어져요. 결국 제가 뭔가를 만들 때는 기존의 수식보다는 2차로 만들어진 수식을 통해서, 즉 기존의 것을 제 언어로 바꿈으로써 작품을 습득하고 보관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졸업전시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A. 조그맣게 부품들을 먼저 만든 다음에, 이걸 붙여보고 조립하고 연결짓고 한 번 놓아보는 식으로 해요. 최선의 방식이 뭐가 있을까 계속 대어본 다음에 결정이 되면 박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 같아요.



Q. 큰 구상을 미리 해놓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결정하면서 작품을 만드시나요?


A. 일단 막연한 인상은 있어요. 막연한 인상대로 설계도를 제작하고, 그 다음에 그걸 뼈대로 해서 부가적으로 뭔가를 붙여나가요. (졸업전시작품에) 황동을 붙인 것도 계획에는 없었는데 새로 붙인 거에요.




7.jpg

▲정대호(디자인 12) 씨가 공간디자인프로젝트 판넬을 설치하고 있다.


8.jpg

▲작업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정대호 씨


9.jpg

▲정대호, 'DAHN'


10.jpg

▲정대호, '중심과 축의 다변화를 통한 수원야외음악당의 공공성 확대'



Q. 공간디자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이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살았던 곳인 수원에 '인계예술공원'이라는 야외음악당이 있어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대상지를 선정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기원전 6세기에 지어진 디오니소스 공연장과 지금의 공연장이 전부 다 한 쪽에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가 중요하니까 전부 다 무대방향으로 기울기를 갖고 있죠. 물론 뒷사람의 시야확보라든지, 소리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라든지 등의 이유가 있으니 계속 같은 형태로 제작이 되겠죠. 그런데 저는 이제 그런 것들을 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형과 높이를 수평적으로 바꿔보고, 대상지 곳곳에 무대를 배치해서 소규모 공연이 조금 더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게 하려 했어요. 강남역에서 걷다보면 곳곳에 스팟이 있어서 뮤지션들이 각자 공연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지도록 동기부여가 될만한 장소를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Q. 제품디자인프로젝트에서는 벤치를 디자인하셨어요.


A. 기존의 벤치는 전세계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 형태에요. 제가 주로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니까 다시 메기가 귀찮아서 가방을 멘 채로 벤치에 앉는 편인데, 그게 참 싫다는 개인적인 불편함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해서 단차라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의자를 걸거나 꽂을 수 있는 구조를 디자인하고 다양한 사용자가 자신에 맞게 좌면을 구성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같은 경우 엇비슷한 높이에 꽂아서 가방을 걸칠 수 있고, 친한 사람들은 붙여서 의자를 꽂을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멀리 떨어진 곳에 좌면을 옮겨다 앉을 수도 있죠. 그리고 휠체어를 동반한 일행이 있다면 좌면 사이에 거리를 둬서 이 분들도 위화감 없이 앉을 수 있고요. 사실 어렵고 진행이 안되고 있긴 한데, 모두를 배려하는 것은 어차피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형태를 정리하고 있어요. 



Q. 두 가지 프로젝트 모두 수평적인 공공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느껴지네요.


A. 그게 제가 디자인을 복수전공한 이유인 것 같아요. 기존에 공예전공에서 졸전을 할 때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가구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쪽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그건 사실 제 내면에 귀 기울이는 행위에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만드는 작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전시장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죠. 전시장에 온 사람들이 보고, 앉아볼 수 있고, 느끼고 하는 것인데, 저는 조금 더 역동적이고 사람과 부딪치는 걸 원했던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도 혼자 하는게 아니라, 같이 졸전을 준비하는 학과 친구들끼리 서로의 아이디어를 듣고 매주 수업시간이 되면 자기가 해온 거를 브리핑하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도 주고 받고. 그런 부딪침도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1.jpg

▲이 브라이언(디자인 13) 씨의 스케치 노트


12.jpg

▲이 브라이언, 'Hyundai Pony Fastback Project' ⓒ이 브라이언 씨


13.jpg

▲이 브라이언, 'Intuitive Movement Based Controller'


14.jpg

▲이 브라이언 씨가 제품디자인프로젝트에서 만든 컨트롤러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이 브라이언이고 공업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에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살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다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으로 대학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울대에 오게 됐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계신 제품디자인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A.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게임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텔레비전 연결해서 컨트롤러 잡고 하는 거요. 그런데 한국은 PC방 문화가 발달했잖아요. 제가 대호 형하고 지난 학기에 친해졌는데, 대호 형도 PC방 가는 걸 좋아해서 게임하러 몇 번 같이 가봤어요. 근데 저는 조작이 잘 안돼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 프로젝트는 컴퓨터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게임 컨트롤러에요. 컴퓨터게임할 때 움직이는 게 키보드 자판의 WASD 그리고 마우스잖아요. 이걸 타이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앞으로 가고 싶으면 앞으로 힘주고, 뒤로 가고 싶으면 뒤로 힘주는 방식으로 구현해주는 거에요. 



Q. 운송기기디자인프로젝트는 어떤 컨셉인가요?


A. 제가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가 자동차를 좋아해서였어요. 그런데 교수님들과 얘기하다가 '현대 포니 자동차' 얘기가 나왔어요. 영화 '택시운전사' 혹시 보셨어요? 그 영화에 나온 차가 1975년도에 현대자동차에서 처음 나온 포니에요. 그런데 저희 세대가 이 차를 잘 모르는 것 같고, 게다가 포니가 현대라는 큰 회사에서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Q. 포니라는 차에서 끌어내고자 한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A. (정대호 씨 설명) 사람들이 첫 차를 살 때는 금액이 중요하니까 보통 저렴한 것들 중에서 사잖아요. 포니를 재해석해서 젊은이들에게 첫 차로 다가가고 싶은 아이디어인 거죠.



Q. 그걸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자동차를 디자인하시는 거죠?


A. 네. 포니의 조그만 디자인을 살리되, 완전히 옮기기보단 제가 직접 해석하고 설명해보려고 해요.




15.jpg

서주연(디자인 13) 씨가 모션그래픽디자인프로젝트 '6월 3일'을 소개하고 있다.


16-1.jpg

16-2.jpg

16-3.jpg

▲서주연, '삼무도화집'



Q. 졸업전시를 위해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하나는 모션그래픽디자인프로젝트 수업에서 2D 그래픽 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시각디자인프로젝트에요. 무속신앙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리고 있잖아요. 굿을 할 때 무당들이 주는 강렬한 느낌에 매료돼서 그 느낌을 그래픽적으로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 1학기 때 작업한 건 무당들의 눈을 크롭해서 이미지 라이브러링을 한 작업이에요. 보통 사람의 표현이 눈에서 잘 드러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맨 처음에는 얼굴 표정에 집중해서 자료를 수집하려 했는데, 얼굴 표정 안에서도 눈에서 드러나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눈에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그래서 이것과 연계된 책을 두 권 더 만들고 나서, 이들을 감싸고 여닫을 수 있는 나무 재질의 케이스를 만들 계획이에요.



Q. 1년에 걸쳐서 전시를 준비해야 하니까 지치기도 쉬울 것 같아요.


A. 저는 여름에 슬럼프가 왔어요. 그래서 심적 압박이 심해서 방학 때는 작업을 거의 못하고 계획만 세웠어요. 그래서 슬럼프를 자기 마음 속에서 잘 보듬고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일단은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계속 고민하기보다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걸 알았어요.



Q. 교수님께서 매주 크리틱 시간에 지적하신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하나요?


A. 네.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주시는 것도 좀 더 좋은 작업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니까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17.jpg

▲정소영(디자인 13), 'The Witches Are Here to Help'


18.jpg

▲정소영 씨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jpg

▲그래픽디자인 스티커가 가득한 정소영 씨의 노트북



Q. 자하연 농협에 걸린 뜨개질 작품을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A. 저는 브랜드디자인프로젝트에서 'Witch Knit Crew'라는 모임을 통해 뜨개질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예가 사소한 것이 된 역사를 어떻게 전복할 수 있는지를 기획하고 있어요. 농협에 걸린 건 총 60명의 사람들이 같이 뜨개질 조각을 만들고 이를 연결해서 완성한 작업이에요. 가로와 세로가 3미터 씩이라서 연결하는 데만 8시간이 걸렸어요.



Q. 그런데 어떻게 그 장소에 전시를 하게 되신 건가요?


A. 농협의 '미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인쇄비를 지원해주고 미대 학생의 작품을 두세 달 정도 전시할 수 있게 해줘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친구에게 '지금까지는 인쇄된 형태만 걸어왔는데 언니의 뜨개질이 실물로 걸리면 힘이 좋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텀블벅 프로젝트를 열어서 뜨개질할 사람을 모집하고 뜨개질 키트를 배송했고요. 그러면 이 분들이 완성된 조각을 저에게 보내주는 방식이었고, 저도 제 친구들과 만들기도 해서 총 100 조각을 연결했어요. 저희는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데서 의미를 찾고 있어요. 그래서 캠퍼스 내의 다른 곳에도 설치할지를 고민하고 있고, 도시 곳곳에 게릴라 전시하는 것이 저희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에요.



20-1.jpg

20-2.jpg

▲2016년 시각디자인전공 졸업전시 도록



Q. 시각디자인과 공업디자인은 졸업전시가 아닌 '졸업주간'이라는 행사명을 내걸었는데, 어떤 이유인가요?


A. (서주연 씨 설명) 올해부터 명칭을 바꾸게 됐는데 디자인과의 전시를 좀 더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요. 


(정소영 씨 설명) 저희는 디자인과 내에서 행사와 포스터를 기획하고 도록도 독립적으로 발행해요. 특히 올해는 디자이너를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열고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도 기획하고 있어서, 이러한 것들을 전부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자 졸업주간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저희가 이번에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기획하고 있으니, 프로그램과 워크샵에도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