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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10.21 22:59l최종 업데이트 2019.11.04 19:40l 김해윤 PD(golddog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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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지난 한 해 한국에서 유기된 동물은 12만 9천 마리에 달한다. 수많은 동물이 유기되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도 언제나 동물권을 지켜내기 위한 작고 큰 움직임은 존재해왔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소 ‘천사들의 보금자리’는 현재 2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에게 안락사 없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천사들의 보금자리’와 이곳에서 정기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유기동물봉사동아리 ‘꼬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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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소 '천사들의 보금자리'의 모습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사설 보호소 ‘천사들의 보금자리’는 보호소의 상세주소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주소를 공개할 경우 사람들이 보호소 앞에 동물을 유기하거나 보호소가 개장수의 표적이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봉사자가 보호소를 찾아오고자 하는 경우 봉사신청서를 받아 개별적으로 주소를 발송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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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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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와 진실이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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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입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쌤마루'. 소형견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천사들의 보금자리는 입구에 위치한 ‘쌤마루’, 이를 지나면 등장하는 ‘작은마당’과 ‘큰마당’, 가장 끝에 위치한 창고로 구분된다. 야외에 동물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운동장이 야외에 마련돼 있으며 그 주위엔 묘사(猫舍)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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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당에서 생활하는 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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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동아리원들이 보호소를 찾아 큰마당 물청소를 하고 있다. 



  봉사자 한 명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은 보호소 운영에 있어 큰 동력이다. 2018년부터 정기봉사를 통해 보호소와 연을 맺은 서울대학교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꼬리’ 또한 천사들의 보금자리를 움직이는 수많은 힘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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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꼬리'의 8기 회장 오세원 씨(좌)와 동아리원 박준석 씨(우)



   학과 동기인 오세원(산업공학 14) 씨와 박준석(산업공학 14) 씨는 모두 오랜 기간 꼬리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햇수로만 오세원 씨는 올해가 2년, 박준석 씨는 3년이다. 오세원씨는 인터뷰를 통해 “꼬리의 활동목표는 이미 어디선가 버려지고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 전했다. 

  지난 8월 24일, 7명의 꼬리 동아리원이 천사들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정기봉사를 다니지 않는 방학이지만 보호소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한자리에 모였다. 꼬리는 오전 동안 오물을 치우고 물청소를 한 뒤 유기견에게 물과 밥을 준다. 청소봉사를 끝내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엔 보호소의 유기견들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오세원 씨는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겐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 큰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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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동아리원들의 봉사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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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견사의 철장에 탈출주의 표시가 걸려있다. 



  오세원 씨는 동아리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주의할 점을 설명한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견사의 문을 잘 닫는 것이다.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유기견이 서로 접촉하는 것을 예방하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유기견에게 보호소를 탈출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호소로 들어가는 길목 근처엔 보신탕집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천사들의 보금자리는 안락사가 없는 유기동물보호소다. 시나 자치구가 위탁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가 아닌 사설보호소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정부가 위탁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안락사를 시행할 의무를 가진다.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다고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사람이나 보호조치 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등이 있다. 이외에도 10일이란 법정보호기간이 지나면 수용 공간, 치료비용 등 비인도적 사유로도 안락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세원 씨는 비인도적 사유로 인한 안락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호소의 용량을 넘는 유기동물의 수를 지적한다. 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유기동물의 숫자보다 유기되는 동물의 숫자가 적어지면 비인도적인 안락사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오 씨는 우리가 반려견을 ‘사지 말고 입양’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입양은 안락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기견의 수를 줄이는 동시에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수차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폭력적인 공장형 동물생산과 이로부터 반려동물을 들여오는 애견샵 문화를 막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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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장에 갇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보호소의 유기견들



  천사들의 보금자리에서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선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입양자격은 보호소에 최소 5번 이상 봉사를 다닌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자신이 입양할 유기견의 특성과 성격에 대해 미리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번의 봉사 이후에는 ‘임시보호 기간’을 거쳐 야 한다. 임시보호 기간엔 입양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 앞으로 생활할 환경에서 유기견이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을지를 최대 3개월 동안 관찰한다. 이 기간에는 유기견이 입양자 이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도 잘 어울리는지, 다른 반려동물이 있다면 그들과는 잘 어울리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이후 입양담당자가 모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정식으로 입양절차를 밟는다. 박준석 씨는 이런 입양절차가 “누군가에겐 까다롭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미 최소 한 번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부주의하게 입양된 반려견이 다시 파양을 당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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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동아리원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호소의 유기견들과 교감한다. 



  천사들의 보금자리는 봉사자들로부터 물티슈나 배변패드, 사료 등의 물품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호소 스태프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준석 씨는 “후원되는 물품에 비해 후원금이 모집되는 경우는 적다”고 말한다. 보호소 입장에선 보호소 부지의 임대료나 거주직원 급여, 유기동물들의 병원 치료비 등 다목적으로 사용가능한 후원금이 더 절박하지만 사람들은 사용경로가 명확한 물품을 통한 후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후원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았다. 지난 3월, 우리나라 3대 동물권 단체인 ‘케어’가 외부적으로는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홍보를 해 후원금을 모집한 채 내부적으론 무분별한 안락사를 시행한 것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케어와 같이 일부 동물보호단체가 유기견을 이용해 후원금을 모집한 문제가 불거져 후원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박 씨는 유기견을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단체들이 속출하는 상황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더 이상 동물들이 유기되지 않아 보호소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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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당의 뚜비와 꺽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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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봉사를 마친 후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꼬리 동아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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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유기견들을 산책시키는 '꼬리' 봉사자들



  동물권은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오세원 씨는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엔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오 씨는 동물학대나 유기에 대한 낮은 처벌수위를 예로 들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46조의 벌칙사항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 자체가 낮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판단되거나 동일범죄 전력이 없다면 정상참작 가능성이커 현재까지 최고 형량을 선고받은 사례는 없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5년 239건, 2016년 304건, 2017년 39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법 위반자는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부터 2019년 5월까지 동물학대 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오세원 씨는 동물들이 학대받지 않고 유기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먼저 동물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 씨가 ‘꼬리’를 통해 이번 학기 동물권에 대한 학내 캠페인이나 봉사활동 사진 전, 오픈 세미나 등을 기획하고 있는 이유다. 박준석 씨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동물이 누군가의 가족이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나와 다른 종’에 불과한 동물이 다른 누군가에겐 삶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일 수 있다는 인식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