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호 > 특집
학교를 움직이는 의사결정기구, 이들을 둘러싼 논쟁 총장선출과정과 시흥캠퍼스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본 학내 거버넌스
등록일 2017.06.23 03:51l최종 업데이트 2017.06.23 03:51l 박민규 기자(m266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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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기구들이 존재한다. 학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지만 심의기구로서 평의원회가 존재하며 학생 역시 독립적인 자치 기구를 운영한다. 이들은 학내 사안이 대학 내부에서 결정되도록 해 대학 자치를 실현해왔다. 그러나 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선 여전히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은 대학 의사결정기구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이사회,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논란


  지난 2014년 총장선출과정에서는 이사회의 위상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그 계기는 이사회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의 추천 순서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총추위는 내부 평가와 정책평가단의 평가를 합산해 오세정 교수(물리천문학부)를 1위로, 성낙인 현 총장을 공동 2위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토론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2위 후보였던 성낙인 총장을 선출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총장선임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이사회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 현 총장선출제도에서는 정책평가단의 평가와 총추위의 자체평가 결과를 합산해, 총추위가 이사회에 세 명의 총장 후보를 추천한다. 이후, 이사회에서 세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선임한다. 그러나 총추위의 추천순위에 교직원들의 총의가 반영된 만큼 이를 충분한 숙고와 설명 없이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법인화 이후 간선제로 바뀐 총장선출과정에서 전체 교직원의 10분의 1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은 교직원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평의원회에 의해 대부분의 인사가 구성되는 총추위의 정책평가 역시 교수사회의 의견이 반영돼 있다. 법인화 이전까지 교직원의 직접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기 때문에, 총추위의 추천순위가 뒤집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총장 선출 직후 ‘교수협의회(교협)’, 평의원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등 교수사회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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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평의원회


  이사회는 시흥캠퍼스 사안에서도 다른 학내 구성원의 견제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5월 학생사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저지로 기조를 전환했다. 이에 따라 58대 총학생회는 대화협의체, 기획처장 면담 등에서 실시협약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총학생회를 직접 만나지 않았고 같은 달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체결했다. 이후 본부는 본격적으로 실시협약을 추진했다. 김보미(아동가족 12) 전 총학생회장은 “(이사회 의결) 이후 천막 농성, 본부 앞 1인 시위, 집회 등을 진행했지만 대학 본부는 지속적으로 실시협약 중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본부에게 충분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거나 해당 내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학생사회의 반대 속에서 작년 5월 30일 이사회에서 실시협약이 통과됐고, 8월 실시협약 체결이 완료됐다.
 


본부점거로 부각된 학생사회의 의결과정


  5월 1일 ‘서울대인 총궐기’ 직후에 이뤄진 2차 본부점거는 학생사회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2차 본부점거는 4.4 총회에서 의결된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실시협약 철회에 대한 실현방안으로서 제시됐다. 강유진(경제 13) 사회대 학생회장은 “총운위에선 동맹휴업과 천막농성으로는 총의인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실시협약 철회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4 총회 행동방안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기 때문에, 총운위는 학생사회를 설득하는 절차를 거쳐야했다. 총운위는 4월 29일 성명서를 발표해 “본부점거를 만장일치로 총운위의 초안으로 정하고, 각 단대 대표자들이 모여 있는 단과대학운영위원회에서 총운위원들이 책임지고 설득해 결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총운위는 본부점거 계획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일반 학생들의 의견수렴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본부점거는 27차 총운위에서 10개 단대 중 6개 단대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그러나 여전히 본부점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홍진우(화학생명공학 14)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공과대학에서는) 총회에서 과반을 얻지 못한 방법을 총운위에서 의결했다는 점, 본부점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등으로 본부점거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컸다”라고 설명했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와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도 본부점거 의결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게시자는 ‘본부점거는 총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투쟁 방법이다’라며 총회에서 의결되지 못한 사안을 추후 총운위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비판했다.


  총운위는 본부점거 의결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유진 학생회장은 “기조를 정하는 의안 1, 의안 2와 행동방안을 정하는 의안 3은 성격이 다르다. 의안 3의 경우, 확정된 기조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안을 총운위원들이 선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기조가 정해진 후에는, 총운위가 실천을 통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 학생회장은 “학생대표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기층을 설득할 수 있다. 만약 그 설득에 실패하면 그때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라며 학생대표기구의 적극적 활동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홍진우 학생회장은 “기층의 의견이 확실하고 결정의 신속성을 요할 때만 본부점거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총회나 전학대회가 아닌 의결기구에서 결정할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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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 학생총궐기에서 본부와 학생이 행정관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당일 저녁 2차 본부점거가 이뤄졌다. ⓒ최한종 사진기자


  그동안 학내 거버넌스는 그 중요도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법인화 이후 대학 거버넌스의 변화는 총장선출, 시흥캠퍼스 사업, 중장기 운영계획 등에 폭넓은 영향을 줬다. 지난 총장선출과정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의사결정과정이 가진 영향력을 보여줬다. 또 학생 거버넌스의 중심원리인 민주집중제는 학생사회 의제형성과 그 실현에 큰 영향을 줬다. 이번 2차 본부점거 의결과정은 논란이 되는 의제가 학생 거버넌스를 통해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화두가 되는 대학과 학생의 거버넌스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이 촉구된다.



서울대의 거버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