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호 > 특집
서울과 대구, '초대받지 못한 자'가 축제를 여는 법 지자체·혐오세력과의 충돌 지속돼
등록일 2017.06.25 23:19l최종 업데이트 2017.06.28 14:37l 박윤경 기자(pyk941110@snu.ac.kr), 정수경 기자(coramdeo64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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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성소수자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대구퀴어문화축제도 척박한 환경에서 한 해도 빠짐없이 개최되고 있다. 두 축제 모두 다수의 참가자들이 방문해 지속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주창하고 있다. 한편 축제를 개최하려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거쳐야 한다. 일부 기독교단체를 비롯한 혐오세력의 반대운동에 맞서야 하고, 집회신고를 위해 끊임없이 지자체와 협상을 해야 한다.



혐오세력의 반발로 서울광장 사용 매년 어려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제 16회부터 서울광장에서의 개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우연한 계기로 서울광장에 입성했다. 2015년 제 16회 조직위가 생각하던 축제 장소는 서울광장이 아닌 대학로였다. 하지만 조직위가 집회신고를 위해 축제 한 달 전 혜화경찰서를 찾았을 땐, 이미 혐오세력이 열흘 전부터 경찰서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던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조직위는 급하게 다른 공간을 물색해야 했고, 6월 28일 서울광장으로 시간과 장소를 변경해 사용신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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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개최됐던 2015년 제16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많은 호응을 받았다. ⓒ퀴어문화축제



  지자체와 경찰 측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서울광장 사용조례)' 제6조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모든 광장사용신고를 수리돼야 하지만, 서울시청은 반대 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하며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서울남대문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사용신고 중복과 교통혼잡을 이유로 거리행진을 금하는 옥외집회금지통고를 내렸다. 이에 조직위는 매일 여러 번 집회신고를 하고, 서울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노숙시위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이 경찰의 금지통고를 무효화하며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막상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하고 보니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펜스로 둘러싸인 서울광장은 접근성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이듬해 조직위는 2016년 제17회 개최를 위해 다시 서울광장을 찾았지만, 난항은 계속됐다. '동성애 축제 서울광장 사용 반대 운동' 시민연합 등 일부 반대세력은 축제 안에서 '음란행위'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며 개최 반대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조직위는 건전함과 음란함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박했지만 갈등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청은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15인 이내의 공무원, 학자, 시민단체 대표 등이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광장의 운영을 논의함)에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결정을 위임했다. 결과적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리를 통지받았지만, 최종 통고를 전달받을 때까지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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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회를 맞은 대구퀴어문화축제 ⓒ대구퀴어문화축제


  올해도 조직위는 서울시청 및 혐오세력과 장기간 협상을 거쳤다. 지난 2월 28일 조직위는 6월 3일 축제 개최로 서울시청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생명가정효국제본부' 등 3개 단체와 사용신고서가 중복돼 조정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조정회의에 가보니 제17회 축제 때 반대시위를 벌였던 단체가 생명가정효국제본부 측으로 와있었다"라며 "생명가족효국제본부는 조정회의 내내 서울광장이 '부적합한 행사'를 접수받았다며 성토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가 고의적으로 동일한 날짜에 행사를 기획하고 서울광장 사용신고서를 제출하는 일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더불어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했던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탄무국)'의 텐트도 문제가 됐다. 여타 단체와 사용신고가 중복되고, 탄무국의 텐트 철수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직위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결국 조직위는 서울광장을 포기하지 않고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날짜를 7월 15일로 변경한 후, 지난 5월 2일 다시 서울광장 사용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7월에 사용신고서를 접수했던 여타 단체가 모두 수리를 받을 때까지도 서울시청으로부터 뚜렷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광장 사용조례 제7조에 따르면 서울시청은 광장사용신고를 접수받은 후 48시간 안에 신고수리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서울시청은 사용신고를 접수받은 지 17일이 지나고 나서야 퀴어문화축제가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된다며 시민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전해왔다. 서울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퀴어문화축제 광장사용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9만여 명 시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지만, 조직위는 "서울시청이 규정된 일정 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근거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차별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지난 6월 9일 진행된 시민위원회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이 최종 수리됐다.)



대구, 혐오세력 규모 크고 지자체 개입 더 잦아


  한편 비수도권지역 중 유일하게 대구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참가자 100여 명, 후원금 50만 원 규모로 2009년 처음 시작됐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처음 축제를 기획할 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성공을 기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른바 'TK' 보수 색채를 우려했다. 더불어 축제에 참가하겠다 밝힌 성소수자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배 조직위원장은 "성소수자가 적다고 포기하기보다, 성소수자가 나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대구퀴어문화축제는 고유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는 등 내실을 다져나갔고, 지난해 제8회 축제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자리를 밝혔다.

  그럼에도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서울퀴어문화축제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오 마찬가지로 대구퀴어문화축제 역시 축제를 신고하며 지자체와 충돌해왔다. 2014년 제6회 당시 대구시설관리공단은 공공성 저해를 이유로 2.28기념공원 사용을 불허했고, 조직위는 공공성에 성소수자는 포함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이듬해엔 대구중구청이 시민과의 충돌 우려를 이유로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윤순영 대구중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성소수자가 아닌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가 야외무대에 선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고, 윤 구청장은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배 조직위원장은 "결국 사회 기득권만 광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자유로운 광장사용이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며 여러 시민단체에 연대를 제안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의 단체가 함께 피켓팅 시위를 진행하며 목소리를 보탠 결과, 대구중구청은 야외무대사용을 최종 승인했다.

  혐오세력과의 충돌도 거셌다. 지자체와의 갈등이 언론에 노출되며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구건강사회를위한연합회 등 일부 혐오세력이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거나, 축제 현장에 찾아와 행진을 막는 일이 발생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참가자 수 대비 혐오세력의 규모가 서울보다 훨씬 큰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는 1,000여 명이었던 반면, 축제 인근에서 반대집회를 벌였던 혐오세력은 2,000여 명, 안전을 위해 투입된 경찰인력은 1,300명에 달했다. 이에 조직위는 참가자들의 안전을 우려해 인권활동가, 변호사를 중심으로 인권침해감시단을 꾸려 축제 현장 곳곳에서 지켜보게끔 했다. 또한 참가자 매뉴얼도 제작해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위기 상황이 생길 경우 개인적 대응을 삼가고 주변의 인권침해감시단 혹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축제'라면 대구퀴어문화축제는 '투쟁현장'에 가깝다"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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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저녁,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신고를 위해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올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축제를 진행한 후 일대를 행진하려면, 행사일 30일 전부터 2일 전까지 대구중구청과 지역 경찰서에 모두 집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즉 6월 24일 행사는 5월 24일부터 신고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직위는 혐오세력의 방해를 우려해, 5월 21일부터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숙하며 신고시작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혐오세력은 이내 대구시경찰청 앞에 텐트를 치고, 대구중구청 앞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반대 1인시위를 진행하며 대응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신고가 중복될 경우 신고순서가 우선시되므로, 신고시작일 일주일 전부터 조직위와 혐오세력 간 눈치싸움이 시작된다"라고 토로했다. 조직위 측 천막을 지키던 재웅 씨는 "일부 혐오세력이 천막을 찾아와 폭언을 하고 가는 경우가 있어 동료를 두고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참가자와의 연대다"


  서울과 대구 조직위는 모두 "지자체·혐오세력과의 갈등 속에서도 참가자들의 지지로 이겨낼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2014년 제15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축제로 꼽았다. 제15회 축제는 혐오세력이 처음으로 축제 현장에 나타나 행렬에 난입하고 폭력을 행사하던 때였다. 조직위와 경찰이 뚜렷한 대처를 하지 못하며 행사 진행은 4시간 넘게 지체됐다. 강 조직위원장은 "날이 어두워져 참가자들이 다 돌아갔다고 생각했지만, 행진이 시작되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참가자들이 다시 모여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어릴 때 이미 눈물이 말라버려 잘 울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만큼은 감정이 북받쳤다"라고 말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서울보다 인프라가 부족해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당사자의 참여가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16개로 늘어나고, 대구지역 네 개 대학(경북대, 계명대, 대구대, 영남대)에 성소수자모임이 설립되는 등, 대구지역 성소수자의 존재는 2000년대 후반에 비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대구지역 대학교 성소수자모임은 올해 대구퀴어문화축제에도 부스로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지역 거주자·활동자로 이뤄진 성소수자 공연단체는 극히 드물며, 대구퀴어문화축제도 매년 수도권지역 공연단체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조직위원장은 "지역성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 참가자가 5만 명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지만 대구는 그렇지 않다"라며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긴밀히 연결된 지역공동체 안에서 공개적으로 축제에 참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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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늦은 밤에야 행진이 시작됐지만 많은 시민이 참가했다. ⓒ퀴어문화축제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는 다양한 어려움에도 서로 연대하며 매년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처음 개최될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축제 초기 참가자가 부족할 땐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다른 수도권지역 시민단체, 성소수자인권단체와 함께 대구로 와 축제 현장을 지켰다. 서울에서 먼저 축제가 개최되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부스로 참여해 '서울에서 전반전, 대구에서 후반전'이라는 슬로건으로 축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일정이 중간에 변경되면서 대구에서 먼저 축제가 열리게 됐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대구는 의리다"라며 "이번에는 대구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