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 특집
나아온, 그리고 나아갈 에너지 전환 에너지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구체적인 방안 엇갈려
등록일 2018.03.08 14:13l최종 업데이트 2018.03.08 17:30l 박세영 기자(precieu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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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20일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원자력과 화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달 29일 최종 확정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 로 전망했다. 2015년 발표한 7차 계획보다 약 11% 절감된 수치였다. 에너지원 비중 조절과 전력 수요치 절감은 현재 우리사회가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지금 에너지 전환이 대두했을까. 에너지 전환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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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정부에서 발표한 발전량 비중 전망 ©산업통산자원부



왜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할까?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의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넓은 맥락에서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김남영 연구위원은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효율화 절약을 통한 에너지 소비 절감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 에너지 시설 소유·통제 주체의 변화 에너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사유하는 시민성의 함양까지 포함한다고 상술했다. 윤순진 교수(환경계획학과) 또한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느냐를 넘어서 채굴, 수송, 전력 생산과 정제 설비, 법과 제도, 일하는 사람들까지 에너지 전환에 결부되어 있다며 에너지원을 넘어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 요소들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근거로 든다. 윤순진 교수는 현재 한국의 주된 에너지원인 원자력과 화력발전은 원료의 고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세먼지,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제를 제기 했다. 김남영 연구위원은 환경의 지속가능성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에 시달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곧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원자력 발전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해 기후변화를 해결하자는 주장에 대해 원자력의 환경적 위해와 위험의 파급력 등을 함께 고려해 에너지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과 안전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의 의미가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는 의견도 있다. 윤순진 교수는 지금까지는 에너지원의 경제적 효율성 측정에 환경 및 사회갈등에 드는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연구 개발비나 보조금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용을 반영해 경제적 효율성을 새롭게 평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하나의 사회 시스템으로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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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측에서 평창올림픽을 맞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지구의벗환경운동연합 



  에너지 부정의 문제, 즉 전력 소비로 편의를 누리는 지역과 희생을 감수하는 지역의 불일치는 전환 대상이다. 윤순진 교수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이원화는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주민들에게 보건상의 위해 가능성을 안기고 관리·수송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가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지역에 존재하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소비지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분산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정책의 의사결정 방식 또한 전환 대상이다. 김남영 연구 위원은 에너지에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며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입는 것도 일반 시민이라며 보건이나 사건해결 비용 또한 시민들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배제된 결정은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중앙 정부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을 꼬집으며 에너지 전환이 현재 정부가 방점을 둔 재생에너지 개발로 방향을 잡는다면, 의사결정 과정의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개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책결정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발언권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가능성과 부작용을 따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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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정부에서 발표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대전력 수요 전망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수요전망워킹그룹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미흡한 부분이 많아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에너지 사용 실태 진단이 미흡하고, 과도한 목표를 단기간에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용석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8차 전력수급 기본 계획에서 진단한 2030년의 전력 수요가 과도하게 낮게 측정됐다고 비판한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 전기차 확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전기 사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현 정부에서 여느 때보다 강력한 수요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과 겨울 10여 차례의 급전 지시를 통해 산업체의 전력 사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수요 억제를 시도했음에도 7차 계획의 최대 전력 수요를 넘어서 수요예측이 잘못됐음을 이미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센터 박상덕 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치에 대해 목표치를 과도하게 설정한 채 탈핵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박상덕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의 상승이 자칫 빈곤층의 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로의 급진적 전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상덕 연구위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의 빠른 확대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십년간 재생에너지는 6% 수준으로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풍력 발전으로 인한 소음이나 철새 이동 문제, 지역 주민 간 입지 부지를 둘러싼 갈등, 간헐성(날씨, 시간 등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 에너지의 특성)” 등 재생에너지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황용석 교수는 한국의 지리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산악지형과 대도시 중심의 환경에서 재생 에너지 확대는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아니라 각국이 가진 에너지원을 친환경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이은철 전 위원장은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원자력 학계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대규모 전력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이은철 전 위원장은 원자력을 기저부하로 사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보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안정적 전력 공급을 하기에는 재생에너지가 불안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은 대륙 규모의 전력망이 구축돼 비상상황에서 국가 간 전력 구매가 가능하다반면 지리적으로 고립된 한국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현재 추진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도 있다. 현 정부와 방향성을 같이해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폭적 전환을 주장하는 측은 재생 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은 천연가스 비중을 확대해 보완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에 이은철 전 위원장은 항공 수송이 불가능한 천연가스의 경우 선박을 통해 공급된다전쟁 상황에서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 이후 중국·러시아를 통한 안정적인 연료 공급이 가능해야만 천연가스 비중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황용석 교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에너지 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준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 비중을 높여 자급률을 제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전환, 어떻게 해야 할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들은 에너지 전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있다. ‘어떻게에너지 전환을 이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에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신중한 정책 결정을 첫 걸음으로 꼽는다. 박상덕 연구위원은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자원의 수급 상황과 함께 꾸준히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경제성, 안보 등 에너지 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막대한 세금 투입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정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교수 또한 에너지 자원 수급 상황과 기술, 산업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정책의 수립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환경단체 등 특정 분야의 의견과 더불어 기술자, 원자력 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충분히 반영해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학계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다수준관점(multi-level perspective)’에서의 변화를 제시한다. 다수준 관점의 변화란 정부, 산업구조, 시민사회 수준과 같이 다양한 수준에서 함께 이뤄지는 변화를 일컫는다. 김남영 연구위원은 전력산업구조 개편과 같은 정부수준의 변화와 함께 재생에너지 시민 펀딩, 에너지 협동조합 등을 통한 시민사회 수준의 변화, 교육을 통한 에너지 시민성 함양 등이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시민의 절약운동과 시 차원의 행정적 사업의 병행을 예로 들었다. 현재 에너지 전환 계획의 첫 단계인 전력 수요 감축을 위해 시민들은 직접 구성한 에너지 협동조합 등을 통한 절약운동을 하고, 시는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업은 최악의 마비상태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전력자립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 자치구 별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선정하여 후원하는 등 시민단체와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업 시행 이후 서울시의 전력 자립도는 2012년 기준 2.95%에서 현재 5.5%까지 상승했다. 김남영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 없이 이런 사업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직접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춰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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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서울시민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건립했다. ©지구의벗환경운동연합



  보다 민주적인 에너지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순진 교수는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와 같이 대표성을 가진 시민들의 선출 및 참여 보장, 균형 잡힌 정보의 제공, 충분한 학습 및 토론, 숙의 과정을 거친 의사결정과정의 확립을 주장한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보장하며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연구위원 또한 현재 태양광 설치 사업 등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데 유럽과 같이 주민들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확충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폭적 전환을 할 시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두는 전문가도 있고,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책 결정 과정, 방향, 목표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