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호 > 특집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먹거리의 가치를 나눌 수 있어요”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방문하다
등록일 2018.04.12 00:34l최종 업데이트 2018.04.13 00:33l 박세영 기자(precieu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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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부를 만나, 안전한 먹거리를 맛보며 장을 볼 수 있는 시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 농부시장 마르쉐@’. 그 시작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먹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대화하는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었다.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든 마르쉐@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혜화, 성수, 마포 문화비축기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시민들을 맞이한다. 다가오는 봄을 맞아 3월에 개장한 마르쉐@를 방문해,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농산물 코너, 생산자와 함께 먹거리 안전과 환경을 생각하다

 

  지난 311,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장터 마르쉐@가 올해로는 처음 혜화에서 열렸다.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걷다보니 마르쉐@ 입구에 대화하는 농부시장이라 적힌 팻말이 보였다. 특정 테마를 가지고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도시장터 중에서도 마르쉐@의 모토는 특별하다.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시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마르쉐@는 어디서부터 어떤 경로를 통해 왔는지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든 요리의 판매를 금지하고, 출점 가게 선정 시 출점자의 소통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여러 규칙을 통해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농()의 가치를 배우며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즐겁게 소비하자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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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코너에서 유기농 과일을 파는 '귀한 농부'의 모습



  다양한 곳에서 모인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마르쉐@의 가장 앞쪽에는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농산물 코너가 있다. 코너마다 유기농’, ‘토종이라는 글자를 크게 써놓은 팻말들이 달려있었다. 산마늘 장아찌, 모과청 등을 팔고 있는 부스 앞에 멈춰 섰다. 산마늘을 땅에 심어 수확에 성공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유기농법을 터득했다는 설명이 시작됐다.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슬로우파머농장을 운영 중인 정성훈 농부는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산마늘 얘기와 함께, 농장에 놀러 오라며 농장 소개문을 안겨줬다. 마트에서는 알 수 없던 생산 과정을 들으니 음식에 신뢰가 가고, 농장 방문을 권유하는 그의 자신감에서 직접 생산한 먹거리에 대한 자긍심을 볼 수 있었다. 부스를 구경 중이던 손님에게 어떻게 오셨냐며 말을 건네자, 수원에서 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원에서 친환경 농사를 직접 짓고 있다는 김지인(가명) 씨는 수원에도 이런 장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점이 있나 보러왔다"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된 기존 식품 산업과는 달리 소비자와 생산자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마르쉐@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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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재미 농장의 작물 엽서



  여러 가게들 중에서도 작물사진이 담긴 엽서를 펼쳐놓고 고구마, 애호박, 콩 등을 판매하는 종합재미농장이 눈길을 끌었다. 상호의 뜻을 물어보니 삶의 재미를 거래하는 시장인 종합재미상사에서 취급하는 여러 재미 중 농사하는 재미,라는 답이 돌아왔다. 종합재미농장은 나무 심는 재미, 시골 생활 재미와 같은 다양한 재미를 느끼며 자연과 함께하는 농사를 배우고, 토종 종자를 늘려가고 있다. 농장의 주인 부부는 원래 마르쉐@의 소비자였으나, 농촌으로 이사한 후 농사를 시작해 현재는 먹고 남은 작물들을 마르쉐@에서 판매한다. 이 부부는 소비자나 다른 출점 가게들과 대화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친환경 농사를 배우는 재미를 찾고 있다. 부부는 비닐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비닐로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화학비료, 농약 등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짓는 농사는 결코 쉽지 않다면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더 배워 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그들은 나지막이 웃으며 마르쉐@에서의 교류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부의 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생산자와 생산자 사이의 소통의 장이 돼주는 마르쉐@의 역할이 전해졌다.

 

  ‘더불어 농원권태옥 농부는 마르쉐@ 이보은 대표와의 인연으로 출점을 시작했다. 충청남도 논산시에서 먼 길을 온 그는 농약을 치면 일차적으로 농민에게 유해하기 때문에 유기농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농부의 건강과 더불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먹거리 생산을 위해 유기 농사를 시작한 지 7년째. 환경에 대한 관심은 우리네 환경과 가장 어울리는 토종 씨앗으로 이어졌다. 동네에 토종 씨앗 도서관을 만들어 씨앗을 대여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씨앗이 없으면 농사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힘들어, 농부들과 만나 정보를 나누고 씨앗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씨앗을 사서 쓰면 농사에 필요한 비료 등도 해당 기업에 의존해야 하고, 결국 농사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토종·유기농 운동을 많이 해서 취재도 여러 번 응했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다는 자랑으로 시작된 이야기 속에는 토종과 친환경의 가치를 전하려는 노력이 담겨있었다.

 

 

요리 코너,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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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트프리 베이커리의 이임경 대표가 손님에게 설탕과 경회유 없이 통밀과 무가당 코코아 가루로 만든 머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산물 코너가 끝나자 요리 코너가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맞아 케이크, 호박죽 등 다채로운 음식을 먹기 위한 줄이 부스마다 늘어서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헤쳐가다 각종 머핀과 쿠키를 팔고 있는 길트프리 베이커리(guilt-free bakery)’를 발견했다. 토종을 강조하는 마르쉐@에서 빵이라니. 조금 생뚱맞게 여겨져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시는지, 어떻게 만드신 건지 질문을 이어갔다. 길트프리 베이커리 대표 이임경 씨는 어떤 과일이나 채소는 농약이 잘 씻기지 않고 체내에 쉽게 쌓이는 경우가 있다길트프리 베이커리는 그런 유기농 제품을 꼭 사용해야 할 곳에만 분별적으로 사용한다고 운을 뗐다. 굳이 유기농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될 재료까지 유기농을 사용하면 가격이 높아지기만 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신 글루텐프리 밀가루를 사용하여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빵, 탄수화물 제한식을 하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탄수화물 제품 등을 만든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누구나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매일 먹는 먹거리는 어쩌면 사소하지만 행복과 즐거움과 직결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르쉐@를 몇 바퀴 도는 동안에도 쉼 없이 손님들에게 설명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설명이 지겨우시겠다"며 말을 건넸다. 이 대표에게 건강에 관심이 있는, 마음 맞는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판매할 수 있어서 좋죠라는 웃음 섞인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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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팜에서 파는 제품들



  몇 걸음 옮기니 케이크와 빵을 파는 로푸드 팜(raw food farm)’이 있었다. 마카롱, 티라미수 등 디저트를 팔기에 관심을 보이니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든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아플 때 로푸드(raw food)를 먹고 나았다며 로푸드의 건강함을 강조한 송재덕 대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비건을 위한 버거, 케이크 등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로푸드를 거진 처음 시작했다는 로푸드 팜은 마르쉐@에 출점 중인 찬우물 농장등에서 채소를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마르쉐@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서 믿을 수 있는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이라는 말 속에서 마르쉐@가 생산자들끼리의 연결고리로서 갖는 가치가 묻어났다. 로푸드 쿠킹 클래스를 열어 로푸드를 육성하는 송 대표처럼 마르쉐@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한 먹거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 문화의 바람을 일으키자, 마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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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파머 정성훈 농부가 농부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르쉐@는 출점 선발과 출점 규칙 교육 과정에서 출점자들에게 요리 재료와 과정을 숙지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를 설명할 의무를 강조한다. 먹거리에 대해 투명하게 대화하는 마르쉐@의 규칙에 공감한 출점자들은 프로그램 기획이나 새로운 출점자 선발 등에 참가하기도 한다. 마르쉐@는 매 장터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토종씨앗 워크숍’, ‘도시농부 워크숍등은 출점자들이 직접 기획한 것이다. 311일 오후 1시에는 소소하게 귀를 사로잡던 공연이 끝나고 농부 워크숍이 진행됐다. 앞서 친환경 산마늘에 대해 얘기해주며 농부 워크숍을 보고 가라고 권유하던 슬로우파머의 정성훈 농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정 씨는 약 한 시간 동안 건축학도의 장점을 살려, 수면보의 지형을 이용한 농장을 지은 경험부터 토종 씨앗의 건강함과 가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귀농을 결심한 이후 유기농법을 배고 무화학 비료를 스스로 개발해 정부의 인증을 얻기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정성훈 농부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건강한 먹거리가 인간의 건강한 삶에 필수 토양이라는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의 몸을 일구어 나가는 농()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비싸서 자주 오기는 부담이 있죠”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마르쉐@를 둘러보며 손님들 혹은 출점자와 나눈 대화 속에는 마르쉐@가 개선해야 할 부분과 나아갈 방향이 담겨있기도 했다. 종합재미농장 측은 정부가 대규모 농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니 소규모 농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시민사회의 움직임만으로는 해소되기 힘든, 정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구조 속에서 마르쉐@와 같은 소규모 장터가 일상적인 먹거리 소비처가 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르쉐@가 지향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살충제 계란과 AI, 구제역 등으로 먹거리 안전이 위험에 처한 우리 사회에, 건강하고 행복한 먹거리 문화를 위한 지속적인 고민과 관심이 이어져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