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호 > 특집
제2의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부의 먹거리 안전 체계 운영 부실함 지적돼
등록일 2018.04.12 07:54l최종 업데이트 2018.04.13 00:32l 배인환 기자(iabae12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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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살충제 계란 사태 당시 계란 생산, 유통 현장 모습 ⓒ식품의약안전처



  2017년 8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됐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은 한국까지 넘어왔고, 전수조사 결과 유통되던 계란 중 일부가 살충제에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829만개(2017년 9월 12일 기준)의 계란이 폐기됐고 평시 대비 계란 소비가 46% 감소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매일같이 식탁 위에 올라오는 먹거리도 따져가며 먹어야 한다는 불신으로 이어졌다. 사태가 터진 지 3일 만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를 마치고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의 잇따른 발표와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은 높아져갔다. 농식품부의 부실한 전수조사로 누락된 농가까지 조사에 포함해 ‘부적합 농가’를 종합 발표하기까지는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산발적이고 일원화되지 못한 정부의 대응에 사람들의 의심은 멈출 줄 몰랐다. 커져가는 불신에 정부는 인증제도와 규제 강화를 내놓았지만,작년 11월까지도 살충제 계란은 검출됐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정부 조치 강화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5년에는 식품의약안전청을 총리실 산하로 이관해 먹거리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나왔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먹거리 안전 문제를 모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의 노력 끝에 같은 해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적인 먹거리 안전 관리를 위한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신설됐다. 2013년에는 식품의약안전청을 식약처로 승급시켜 전반적인 관리와 운영을 강화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올해엔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먹거리 안전 논란에 민감도가 높아진 시민사회와는 달리 정부의 먹거리 안전 문제에 대한 대응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먹거리 안전 관리와 운영에 관심이 쏠리는 지금, 정부는 먹거리 안전 관리 체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일원화되지 않은 먹거리 안전 관리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와 글로벌보건안보구상이 실시한식품안전합동평가에서 한국의 먹거리 안전 체계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먹거리 안전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높은 수준의 먹거리 관리체계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관리·운영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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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먹거리 안전 관리·운영은 단계에 따라 여러 부처로 나눠져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일원화 되지 않은 먹거리 안전 관리체계다. 현재 생산·제조·유통·소비에 있어 안전 관리를 맡고 있는 정부 부처는 크게 세 개로 나뉜다. 식약처가 먹거리 안전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지만 생산·제조의 안전 관리는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에 일부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먹거리 안전 관리가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는 셈이다. 관리 체계가 분산되며 운영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부 이주형 부장은 “한 기관이 법리에 따라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만 한국은 현재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의 먹거리 안전 기준과 관련 법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관리 운영 부처가 나눠져 일관된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하상도 교수(식품공학부) 역시 “식약처와 총리실 산하의 위원회 신설은 먹거리 안전을 위한 정부의 큰 노력 중 하나지만 농식품부, 해수부, 식약처가 모두 먹거리 안전을 관리하다 보면 효율성 문제와 부처 간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원화되지 않은 관리·운영은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각 부처마다 다른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주형 부장과 하상도 교수 모두 식약처와 농식품부 사이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가 달라 먹거리 안전 관리에 혼란이 온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농식품부는 농민의 이윤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먹거리 안전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식약처와는 성격이 달라 먹거리 안전을 보는 시각 자체가 상이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살충제 계란 사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2년 전부터 살충제 사용이 거론됐지만 농민의 이윤을 추구하는 농식품부 입장에서 영세한 농민을 단속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농민들이 살충제를 사용하는 이유가 싼 가격 때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년 살충제 계란 사태 때도 살충제 사용 농가는 농식품부로부터 제한적인 처분을 받았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안전을 따지는 식약처와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부서 간 근본적 차이는 상충하는 먹거리 안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리 체계가 나뉘어져 있다 보니 책임 규명 문제도 생기기 마련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따로 대응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하상도 교수는 식약처와 농식품부의 위탁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식약처는 처이고 농식품부는 부인데, 처가 부에 위탁을 준다”며 “이런 관계에서 식약처가 농식품부를 완전히 감시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고 일단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먹거리 안전을 지키려는 적극적 노력에도 실효성 떨어져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먹거리 안전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매년 식품안전정책위원회에서는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작년 12월에는 살충제 계란 사태에 맞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종합대책에는 사육환경, 산란일자 의무 표시, 이력추적제 확대, 인증제도 강화 등이 포함됐다. 이주형 부장은 “매년 종합대책이 나온다는 건 정부도 먹거리 안전에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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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와 농식품부가 관리하는 인증제도 중 안전과 관련 된 인증제도는 HACCP과 GAP으로 한정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먹거리 인증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먹거리 인증제도는 기본적인 수준의 먹거리 안전 기준을 맞춘 식품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주형 부장은 “현재 시행되는 인증제도 중 먹거리 안전에 있어서 실효성이 있는 제도는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과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제외한 무농약 인증, 무항생제 인증 등과 같은 대부분의 인증제도는 먹거리 안전과는 큰 관련이 없고, 다른 상품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브랜드’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먹거리 인증제도를 남발하면서 인증제도에 드는 비용은 늘어났고 인증된 먹거리에 대한 차별성은 사라졌다. 또한 하상도 교수는 한국의 모든 먹거리 식약처의 HACCP 인증 의무화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HACCP을 의무화한다고 먹거리가 더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먹거리 안전 인증이 필요 없도록 정부는 기본적인 먹거리 안전 체계 관리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 100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먹거리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푸드플랜(Food Plan)’을 세우고 내년 중 실행에 옮기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생산·제조·유통·소비·재활용까지 아우르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곽노성 특임교수(과학기술정책대학원)는 전반적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종합 계획은 필요하지만 푸드플랜이 먹거리 안전과 실질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이주형 부장은 “푸드플랜은 먹거리 안전이 아니라 전반적인 먹거리 생산부터 재활용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내용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푸드플랜만으로 먹거리 안전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먹거리 안전 체계 자리 잡아야

  지속적으로 먹거리 안전 관리 방안을 내놓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한국의 먹거리 안전 수준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이주형 부장은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먹거리 관련 법과 정책에서 지금보다 소비자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며 먹거리 안전을 국민의 안전권과 건강권의 일부로 봐야한다고 역설했다. 하상도 교수 역시 “시대가 바뀌어 생산자의 이윤만큼이나 소비자의 안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거리 안전을 정부가 보다 철저히 감시하고 운영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시민들이 먹거리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정부가 적절히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지금, 푸드플랜을 비롯한 정부의 노력이 먹거리 안전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첫걸음은 먹거리 안전을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본권에 대한 보장으로 이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