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총장선출 정책평가 특집호 > 특집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서울대 스피릿을 위해” 기호 5번 이건우 교수
등록일 2018.05.04 15:56l최종 업데이트 2018.05.06 19:34l 김가람 기자(1004grk@snu.ac.kr)

조회 수:485

  <서울대저널>이 만난 총장예비후보 기호 5번 이건우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74학번으로 입학한 이건우(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본교에서 86년부터 근무를 시작, 융합기술연구원 원장과 공과대학 학장을 거쳐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예비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서울대입니다’이라는 구호로 총장직에 도전한 이건우 교수에게 학생 공약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후보께서는 학부생 시절 어떤 모습이었나요? 추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사진과 테니스 동아리를 했고, 과대표도 했던 굉장히 바쁜 학생이었다. 1학년 때부터 만난 여자친구는 지금의 부인이 됐는데, 늘 바빴던 탓에 시간을 잠시라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특히 공부를 하는 방법에서 시간을 많이 아꼈다. 당시 태릉에 있던 공과대학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한 시간의 등교 길에 그날 수업할 내용을 미리 다 봤다. 예습을 하고 강의에 들어갔더니 내용이 너무 쉽고 학점도 따기 쉽더라. 그렇게 과에서 1등, 공과대학에서 2등으로 졸업했다. 당시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이나 양이 (지금에 비해)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70년대는 유신시대라 학교 수업을 자주 못했지만, 기말고사 시험범위는 똑같은 한 학기 분량이었다.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은 혼자 공부해야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때 교육방식이 지금보다 더 창의적이었던 것 같다. 책을 보고 혼자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DSC00530.JPG

ⓒ최한종 기자



후보께서는 서울대생이 지금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핵심적인 공약을 중심으로 설명해주십시오.

  학부 학생들에게는 취업과 진로고민, 대학원생에게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중요한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학부생들의 통학 고충과 기숙사 부족 문제, 대학원생에게는 행정잡일의 문제가 크다. 특히 이공계는 영수증 처리 등 연구비와 관련한 작업이 많아서 대학원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다.

  통학은 '캠퍼스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2번 답변에 상술), 기숙사는 수용인원을 늘리려고 한다. 현 본부 집행부에서 이미 확정한 국제학생기숙사 신축과 구기숙사 재건축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기숙사 수용인원이 2500명 는다. 또 기숙사와 교직원아파트 신축 측면에서 시흥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용인원을 늘려, 기숙사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은 모두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대학원 잡일은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다. 행정업무는 교수의 일이 넘쳐흘러 대학원생에게 가는 형태기 때문에, 결국 교수에 할당되는 행정업무의 경감이 본질적 해결방안이다. 교육, 연구, 행정이라는 세 차원으로 대학을 나눴을 때, 행정 축을 행정직원들이 완전히 맡도록 해야 한다. 순환근무 제도로 2년마다 리셋(reset)되는 행정 시스템에서 벗어나, 직원은 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들고 교수들은 행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현 학부 교육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관련해 어떤 개선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현 학부 체제는 50년이 넘은 시스템이다. 사회가 서울대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융합적, 창의적 교육인데, 우리는 학과 간 벽이 너무 높고 교육 공급자 위주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융합적 교육을 위해 학생들이 학과 사이를 맘껏 건너 뛰어다니길 바란다. 다른 학과 전공과목은 S/U로 들을 수 있게 해, 학생이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어떤 학문이 적성에 맞는지 살필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공과대학 학장일 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타전공수업 S/U전환을 주장해 현재 9학점까지 인정되는 제도를 정착시킨 바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 공적인 책무를 느끼는 서울대 스피릿(spirit)이 학생에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RC를 시행해, 단체생활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한 전인교육을 하고 싶다. 시흥에서 하는 RC가 싫다면 관악에서 할 수 있다. 어차피 당장 기숙사에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도 없으니, 자원자부터 시작해 프로그램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궁극적으로는 3학년 4학년 학생에게도 RC를 제공하고 싶다. 의무 RC도 가능하면 좋지만, 이를 위해선 학내 반대가 없게끔 좋은 프로그램을 짜서 시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현 진로 탐색 및 취업 지원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관련해 어떤 개선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현재 경력개발센터에서 지원해주는 내용은 이력서 작성, 면접, 대기업 인사담당자 연결정도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지도하는 제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실 이력서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나갔을 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문제풀이 능력과 창의성 계발이다. 학장 시절 공과대학에‘아이디어 팩토리’를 시도한 이유다. 여러 단과대 학생들이 와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하고, 마지막에는 물건까지 제조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의사소통, 창의적인 생각, 문제 푸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스스로, 마음껏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도록 캠퍼스 곳곳에 아이디어 팩토리를 만들어야한다. 물론 처음에는 공과대학 아이디어 팩토리의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기부금을 받아 기계를 보관하는 공작실 공간을 둘로 나누고, 운영비를 공과대학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이제는 학생들이 항상 붐비는 공간이 됐다. 인문·사회계 학생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후보께서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해 주셨지만, 학부생 장학금 정책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께서는 어떤 학부생 장학금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학부생 장학금의 전체 액수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체 장학금을 학생 수로 나누면 등록금의 절반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짜 필요한 학생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는데 있다. 학부생 장학금은 니즈(needs)를 기본원칙으로 해서, 학생의 생활비까지 해결되도록 개선돼야 한다. 공부를 잘 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명예를 주면 된다. 또 기왕이면 근로장학생이 많아져서 학생들이 서로를 멘토링하는 기회도 늘면 좋겠다.


  학생은 학내에서 많은 지출을 합니다. 따라서 학내 물가상승은 학생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생활협동조합(생협)의 감골식당이 삼성 웰스토리로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가격인상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후보께서는 물가상승에 대비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사실 교수인 나도 음식을 먹으려 다니면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학내 물가 상승은 결국 복지기능과 수익기능을 동시에 좇아야 하는 생협의 문제다. 총장이 된다면 생협이 완전히 복지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고, 수익기능은 따로 빼 SNU홀딩스(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에서 전담케 하겠다. 본부는 복지를 담당하는 생협에 많은 지원을 해서 구성원이 질 좋은 음식과 후생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 후보께서 재정 확충 계획을 제시했지만, 금액과 방안은 각기 다릅니다. 다른 후보에 비해서 자신의 계획이 현실성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재정확충은 매년 5%씩 정부 출연금을 늘리고, 4년간 발전기금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정부출연금의 확보를 위해 서울대가 공적책무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비슷한 규모의 국립싱가포르대학은 서울대 두 배의 정부출연금을 받고 있고, 올해 150억 원이 삭감된 서울대와 달리 카이스트는 출연금이 올랐다. 결국 정부예산을 따기 위해서는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이를 위해, 서울대의 교육과 연구는 미세먼지나 양극화처럼 사회가 괴로워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SNU PLUS COLLEGE’를 만들어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회에 나눠야한다. 서울대가 국민 세금이 들어가도 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로 쇄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전기금 1조 원은 현재 보유한 3000억 원에 7000억 원을 추가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기부한 돈이 어디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목적사업형 발전기금을 4000억 원 늘리겠다. 2500억 원은 서울대 산학협력클러스터를 만들어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남은 500억 원은 SNU홀딩스 기술지주회사에서 확보하겠다. 이 금액은 보수적으로 어림한 수치다.


DSC00580.JPG

ⓒ최한종 기자



성낙인 총장의 지난 임기 4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느 기관장이나 공과 과가 있다.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총장에 대해서 후보가 평가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교수에 의한‘갑질’ 혹은 성폭력 문제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은 교원징계위원회나 인권센터 심의위원회에 참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후보께서는 권력형 인권침해 방지 및 대응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학생들이 인권센터 심의위나 징계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사건 처리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거나, 처리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처리절차를 개혁해 투명성을 높이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추가하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라도 결과를 불공평하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절차가 있으면 모두 납득할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징계 양형의 문제도 검토할 생각이다. 정직 3개월 이후 바로 해임과 파면인 징계양형의 간극이 너무 크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자체규정을 만드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권력형 인권침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다. 처벌만으로 해결된다는 생각은 부족하다. 교수의 갑질이나 권력에 의한 성폭력이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과 문화의 변화를 통해 서울대가 변할 수 있다.


학교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평의원회, 학사위원회, 재경위원회 등에 학생이 직접 참여할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입니다. 후보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학내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는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학생참여는 다른 대학 거버넌스 사례를 분석해보고, 학생참여가 투명성 확보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고려해보겠다. 하지만 우선은 평의원회 TF안에서 제안한 바를 먼저 시도하고, 이후 다른 대학의 변화에 발맞춰 그 구성을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 평의원회 TF안은 서울대법을 개정해 평의원회 의원을 10명 늘리고 이를 직원과 학생에게 배분하자는 내용이다.


그동안 학내에 노사분규가 잦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학생들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후보께서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관련해 구상중인 개선책이 있다면 설명해주십시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사회가 함께하는 시대적 문제다. 현재 서울대에는 법인직원, 기성회직원, 무기계약직, 청소담당 등 많은 노동자 그룹이 있다. 그룹마다 원하는 바도 다르다. 만약 총장이 된다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노동자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해 공감대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후보께서는 관악 캠퍼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캠퍼스 모빌리티 프로젝트(Campus Mobility project)’를 공약하셨습니다. 어떻게 캠퍼스 내 교통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후보께서 생각하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설명해주십시오.

  학생들이 지하철역에 내려 학교에 들어오는데 30~40분이 걸린다. 왜 진작 문제시되지 않았을까 궁금할 정도다. 처음 301동이 생기고 마을버스 종점이 사범대였을 때, 앞장서서 노선을 연장한 경험이 있다. 교통문제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사당에서 강남순환 터널을 타고 서울대로 바로 오는 셔틀노선을 하나 추가할 예정이다. 그럼 학생들이 분산될 테니 기존의 셔틀버스 대기시간도 줄 것이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이동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인전기버스를 운영하고자 한다.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센서만 잘 설치한다면 저녁 늦게까지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앞서나가는 서울대의 모습도 보여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십시오.

  정체기에 들어선 한국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학생들 기가 많이 죽어있다고 느낀다. 학생들이 학점을 잘 따는 것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지고 서울대 스피릿이 있는 생활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