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호 > 특집
총장추천과 정책평가의 그림자 제27대 총장선출이 남긴 과제들
등록일 2018.06.07 18:43l최종 업데이트 2018.06.08 14:50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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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10일 있었던 정책평가를 통해 3인의 총장후보자가 확정됐다. 이어 618일 이사회에서 최종 1인의 총장 후보자가 선출된다. 총장최종후보자는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제27대 총장이 된다이번 정책평가에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평가 반영비율 축소, 정책평가에 학생 참여 보장 등 몇몇 변화가 있었다. 지금의 제도에 대해선 이전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27대 총장선출이 서울대에 무엇을 남겼는지 되짚어봤다.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발자취

 

 

  2014년 제26대 총장으로 선출된 성낙인 총장의 임기는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이사회에서 성낙인 교수가 최종후보자로 선출됐지만, 정책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평가에 반영된 자신의 의사가 법인 이사회의 결정권에 밀렸다는 것을 안 구성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성 총장의 정통성은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흔들렸고, ‘2등 총장이라는 오명은 지금까지도 성 총장에게 꼬리표로 남아 있다.

 

  학내 구성원 반발이 심해지자 당시 이사회는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소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을 내놓고자 했다. 평의원회에서도 20154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당시 학생들은 소위원회에 학생이 전혀 참여할 수 없었고,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문제시하지 않았다며 평의원회와 이사회를 비판했다.


  시흥캠퍼스 사업에 학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던 시기에도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학원 총학생회 이우창(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고등교육전문위원은 대학원 총학생회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라도 평의원회에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평의원회나 교수협의회에서도 교수들의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한편 총학생회에서는 학생, 교수, 직원이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요구해왔다.


  20171124일 다시 한 번 서울대학교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현행 간선제 틀 아래 구성원들이 정책평가에 참여하는 비율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당시 공청회에 참여한 교수협의회(교협), 총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서울대학교노동조합(서울대노조) 모두 정책평가에서 총추위의 권한 축소와 구성원의 정책평가 참여 인원 및 정책평가 반영비율 확대를 요구했다. 현행 총장선출 규정에는 이런 구성원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총추위의 정책평가 반영비율이 줄어들었고, 교수·학생·직원 3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지금의 총장선출제도가 마련됐다.

 

 

빈약하고 불투명했던 총장추천위원회 활동

 

  총장선출기간이 다가오면서 포털 마이스누(MySNU)’에는 새로운 탭이 생겼다. 총장추천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총장추천위원회탭이다. 해당 탭에는 회의 결과와 총장선출 관련 공지사항이 게시된다. 공지사항은 정책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와 자료들을 알려준다.


  그러나 총추위에서는 회의나 평가의 결과만을 공개하기 때문에 구성원은 구체적인 총추위의 활동 과정과 기준을 알 수 없다. 총추위의 총장후보대상자, 예비후보자 선정 기준 및 구체적인 검증 방식 등은 구성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총장추천위원회 규정에는 총추위에서 상벌에 관한 사항 경력 및 자료의 진위에 관한 사항 표절 등 연구윤리 위반에 관한 사항에 대해 검증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를 위해 총추위는 총장예비후보자 검증소위원회를 구성해 예비후보자 검증에 나섰다. 그러나 총추위의 검증 과정은 자가 검증서 및 교내 기록을 검토했다는 것만 공개됐고, 그 결과 또한 총장예비후보 자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음으로 요약돼 알려졌다.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정책평가 이후 총추위의 평가과정 미공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냈다.


  예비후보자 선정을 위한 검증과 평가과정은 불투명한데다 부실하기도 했다. 총추위는 정책평가의 대상이 되는 예비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는 전권을 갖고 있다. 총장추천위원회 규정 시행세칙은 총추위에서 예비후보자 선정을 위해 면접, 간담회, 소견발표 등을 실시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장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대노조 박종석 위원장은 예비후보자를 정할 때는 정책평가와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총장추천위원들이 10명 중 각각 5명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후 최다 득표를 얻은 5인이 총장예비후보자로 선정됐다. 사실상 후보대상자 10명을 대상으로 정책평가를 진행한 셈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평가를 위해 제공받은 것은 총장후보대상자의 소견서와 평가 이전 열린 소견발표회에 그쳤다고 전했다. 총추위가 총장후보대상자를 평가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도 없었고, 후보대상자를 만날 기회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유용태 교수(역사교육과)총장추천위원회에서 철저하게 후보자를 검증해야 하는데, 지금은 의혹이 있어도 수사권이 없어 증거가 없다면 결격사유를 따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렵고 낯선 정책평가에 갇힌 주인공

 

  이번 정책평가는 교육, 연구 등 정책과 실현가능성 비전과 리더십 국제적 안목 3개의 항목에 상··하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교수와 직원은 510일 문화관 중강당에 모여, 학생은 사전에 정책평가단에 등록한 사람에 한해 전송받은 링크를 통해 정책평가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평가는 지금까지 지적돼온 구성원 참여 인원 및 반영비율 문제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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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평가가 구성원의 관심을 끌 유인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정책평가에서 교수와 법인직원은 각각 전임교원의 16%와 교원대비 14%의 인원만이 임의로 선정돼 정책평가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박종석 위원장은 자신이 정책평가에 참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아 정책에 관심을 별로 갖지 않은 직원들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금과 같은 일부 참여로는 1200여명에 달하는 법인직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수협의회 기획이사 임정묵 교수(농생명공학부)교수협의회 여론조사 결과 교원의 3/4이 총투표를 원했음에도 교원총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임 교수는 정책평가단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아 (총장선출이 아닌) 다른 일들에 집중하겠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총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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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주관 서울대학교 총장예비후보자와의 정책토론회


  정책평가가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로는 정책평가 반영비율이 꼽혔다. 이번 정책평가에는 8,000명 내외의 학생들이 정책평가단으로 등록했고 5,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학생들이 실제 평가에 참여했다. 재학중인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합이 28,000명 전후임을 고려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신재용(체육교육 13)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면서도 학생참여비율이 적어 정책평가단 등록자가 기대보다 적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공공모임) 강유진(경제 13) 대표는 학생들의 관심을 위해서는 예비후보들이 학생과 관련된 정책을 더 내야 하는데,지금의 반영비율로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위해서는 반영비율 확대가 절실함을 강조했다.

 

  정책평가에 참여하는 구성원에 대한 논의를 넘어, 정책평가라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우창 전문위원은 모호한 기준에 따라 1-3점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보니 이것이 제대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절차인지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이번 정책평가에 대해 정책평가라는 방식에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지만, 투표과정이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 1명에게 표를 던지는 방식에 비해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용태 교수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라이벌 후보에게는 낮은 점수를 줘 낙선표를 던질 수 있다며 현행 정책평가 방식이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왜곡을 막기 위해선 11표 방식의 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은 제28대 총장선거를 위해

 

  구성원들은 총장선출제도 개정이 급히 이뤄졌다는 평가를 남겼다. 박종석 위원장은 총장추천위원회는 선출과정이 끝나면 백서를 만들어 평가를 남기는데, 지난(26) 총장선출 이후 백서 발간이 2년 정도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개선 준비작업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우창 전문위원은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정이라기보다는 시일의 촉박함에 쫓긴 타협의 과정이었다고 보는 게 정직하지 않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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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선거 8대 요구안을 낭독하는 강유진 씨 최한종 기자


  그럼에도 정책평가단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구성원 참여가 늘어난 것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남았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정책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후보자들이 학생 관련 의제들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정묵 교수는 이전에는 총장추천위원회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는데, 이번엔 정책평가단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이 넘어왔다고 평했다. 다만 임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총장추천위원회는 전문성을 띤 기구로 만들고, 정책평가는 정책평가단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총장선출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호현 수석부지부장은 이번 총장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송 수석부지부장은 특히 기관장에게 인사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동일노동 차별대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서 총장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냈지만 제대로 된 답변 을 준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면 학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에게는 그를 위한 정보도,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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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420'27대 총장선출을 위한 공개 소견발표회'를 열었다. 최한종 기자


  이번 총장선출과정은 지난 총장선출과정에서 제기된 총추위 권한 문제와 구성원 참여 문제를 개선하려 시도한 결과다. 강유진 공공모임 대표는 이번 총장선출제도는 민주주의를 향한 구성원들의 열망과 노력이 모인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남겼다. 이전에 비해 총추위의 권한은 줄어들었고, 구성원의 영향력은 커진 비교적 민주적인 선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할 지점이 남았다. 총장선출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그 방향에 대한 구성원들의 숙의가 필수적이다. 다음 총장선거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일지는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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