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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투표하다가 그대로 멈춰라 치열한 선거에서 드러난 선거 관리의 미숙함
등록일 2018.12.17 19:22l최종 업데이트 2018.12.28 22:55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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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1대 총학생회 선거(총학선거)에서 ‘내일’ 선본과 ‘NOW’ 선본은 모두 학생회에 대한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외쳤다. 이에 호응하듯 선거는 57.5%라는 인상적인 투표율을 기록하며 성사됐다. 하지만 선거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선거가 개시된 첫 날인 11월 12일 오후 4시에 온·오프라인의 투표가 모두 중단되고 이틀 후인 14일에 재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함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전자투표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투표가 중단된 뒤 같은 날 재개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날짜를 넘기며 중단된 적은 없었다. 11월 7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던 총학생회의 다짐이 무색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61대 총학선거,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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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중단 직후 열린 긴급회의


비협조적이었던 본부, 안일했던 선거관리위원회

  본부는 12일 오후 3시경, 신재용(체육교육 13) 선관위장에게 ▲전자투표 플랫폼의 서버가 해외 서버인 ‘아마존’에 있는 점 ▲전자투표 플랫폼의 보안점검을 하지 않은 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마이스누’와 연동된 플랫폼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마이스누와 연동된 플랫폼을 본부가 차단하면 전자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 관리되는 선거인 명부를 사용할 수 없어져 오프라인 투표도 불가능하다.

  만약,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전자투표 플랫폼과 선거인 명부를 미리 확보했다면 투표중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총학은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을 이용해 전자투표를 진행할 경우에 한해서만 선거인 명부를 제공해주겠다던 본부는 선거 4일전, KVoting을 사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인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는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선관위는 마이스누와 연동된 새로운 전자투표 플랫폼을 마련해 투표를 진행했다.

  정보화본부는 플랫폼 차단을 통보하며 마이스누의 사용을 협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재용 선관위장은 선거 중단 직후 오후 6시경 진행된 긴급회의에서 “11월 9일 총장 정책평가가 끝난 후, 학생처 직원에게 마이스누를 이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며 “다른 사람에게 개인정보가 넘어가지 않게 잘 관리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본부가 구두로 맺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매년 신입생이 입학하지만 어떤 학생 자치 기구도 모든 재학생의 개인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총 재적 학생 수나 해당 인원이 투표권자임을 인증하기 위한 학번 등 최소한의 개인정보는 본부에 협조를 구해 얻어왔다. 13년에 진행된 제56대 총학 선거부터 전자투표가 시행됨에 따라, 이전에 비해 본부에 협조를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관리되던 선거인 명부가 온라인에서 관리되기 시작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재용 선관위장은 “전자명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년 본부와 갈등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인 명부를 둘러싼 본부와의 마찰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으로 총학 선관위에 세 번째로 참여한 최홍범(언어 14) 부선관위장은 “(온라인 환경에서) 본부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명부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학생회는 무력해진다”며 선거인 명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선관위는 선거인 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까. 신재용 선관위장은 “선거인 명부를 구하기 위해 본부에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뒤늦게 말한 본부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두 선거운동본부(선본)의 생각은 달랐다. ‘내일’ 선본의 전세환(전기·정보공학 15) 선본장은 “(선거 일주일 전까지) KVoting으로 진행하는 것이 확정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이는 선관위가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본부 탓만 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선관위는 본투표 일주일 전인 5일에서야 본부에 선거인 명부를 제공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NOW’ 선본의 김수정(인류 16) 선본장도 “이전에도 전자 투표와 관련해 본부와 잡음이 있던 것은 알지만, 이번에 투표 중단까지 이어진 것은 선관위가 선거인 명부 제공과 관련해 본부에게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총선관위가 본부에 보다 단호한 태도를 취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수정된 투표일정과 준비되지 않은 오프라인 투표

  선거가 중단되고 이어진 긴급회의에서 총선관위는 투표기간을 수정했다. 총선관위는 11월 14일부터 기존 10개소에서 진행되던 오프라인 투표를 32개소로 확대해 재개하고 15일부터는 전자투표 까지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처음부터 32 개소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10개소에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재용 선관위장은 “KVoting을 이용할 경우, 오프라인 투표를 병행하기 위해 각 투표소에 프린터를 배치해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린터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오프라인 투표소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김수정 선본장은 “11월 5일, 해당 내용을 전달받아 예산과 역량 문제로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KVoting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된 8일의 회의에서도 오프라인 투표소 대신 투표안내소를 운영해 전자투표를 돕겠다는 내용이 다뤄졌다”고 전했다. KVoting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직후에도 오프라인 투표소 확충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최홍범 부선관위장은 “원래 오프라인 투표 없이 5개의 핵심투표소에 컴퓨터를 설치해 전자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예정이었지만, 10일 저녁에 진행된 선관위 8차 회의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병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 오프라인 투표 관련 예산이 작년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묻는 참관인의 질문에 신재용 선관위장은 ‘오프라인 투표 관련 예산을 잡지 않았다’고 답했다. 애초에 오프라인 투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회의에서 최 부선관 위장이 ‘투표에 필요한 투표함, 기표대, 투표용지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오프라인 투표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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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전체 투표소로 준비해야 하는 자하연 오거리 투표소



  신재용 선관위장은 전자투표만 진행하고 오프라인 투표를 준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총학선거 시행세칙(세칙) 상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칙 제80조 1항에는 ‘총학생회 투표는 제47조 제1-3항에 의해 정해진 투표 일정 및 시간에, 본 세칙에 따라 설치된 투표소에 투표권자가 직접 투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를 ’본투표‘라고 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세칙 제84조 1항에 따르면 선관위는 본투표 시작 2일 전까지 학우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장소로 투표소를 확정한 후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 제84조 3항에 따르면 중도터널을 비롯한 7개 장소에 모든 단과대 학생이 투표할 수 있는 전체 투표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결국, 오프라인 투표를 배제한 선관위의 판단과, 이후에 오프라인 투표소를 급하게 편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공고를 번복하고 본투표 기간 하루 전날 투표소 목록을 재공개한 행위는 세칙 위반이다.

  투표용지와 관련된 문제도 있었다. 세칙 제81조 1항에 ‘선관위는 본투표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7일 전까지 투표용지의 도안을 확정하고, 본투표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1일 전까지 인쇄를 완료해 투표 시작 전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는 조항이 적혀있다. 이번 선관위는, 본투표 시작 이틀 전인 10일까지 오프라인 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본투표 시작 일주일 전까지 투표용지의 도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오프라인 투표에 대한 안일한 태도로 인해 선관위는 다수의 세칙 조항을 위반하게 됐다.


반드시 준수하라는 세칙, 허점이 많다면 어쩌나

  세칙 제5조에 따르면 총학생회 선거를 관리하는 기구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총선관위)’다. 제8조에 따르면 총선관위는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 위)를 구성하고 중선관위에서 총선관위원을 공개모집 하는 과정을 통해 꾸려진다. 최홍범 부선관위장은 “58대와 59대 선관위의 경우, 중선관위원과 총선관위원이 함께 총선관위를 구성해 선거를 진행했지만 60대부터 중선관위와 총선관위가 분리됐다고 들었다”며 중선관위와 총선관위의 위상이 매번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수정 선본장은 “중선관위는 각 단과대에서 파견하는 인원으로 구성되지만 총선관위 모집 이후의 중선관위의 역할이 애매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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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중인 총선관위원들. 중선관위가 함께 했다면 새벽 4시경 종료된 개표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불거진 전자투표 관련 문제도 총선관위와 중선관위의 모호한 역할 구분과 맞닿아있다. 최홍범 부선관위장은 “전자투표의 경우 단과대 선거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중선관위에서 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총선관위가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선관위가 예비 후보였던 ‘내일’ 선본의 도정근 (물리천문 15) 정후보에게 징계를 내렸다가, 징계의 권한은 중선관위가 아니라 총선관위에 있다는 도 정후보의 반발에 징계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도 정후보는 “중선관위의 권한이나 책임이 시행세 칙에 규정돼있지 않다”며 “이에 문제의 식을 느껴 총학생회칙 및 세칙 개정 특별위원회(회칙특위)에서 활동할 때 정리하려 했으나 집행력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투표 중단 이후 진행된 긴급회의의 의결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긴급회의는 확대 단과대 선관위장 연석회의로 진행돼 투표일정을 결정했지만, 총선관위에서 이를 번복하고 새로운 일정을 발표했다. 결정이 번복된 이유에 대해 김수정 선본장은 “자연대의 경우 단과대 선거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확대 단과대 선관위장 연석회의에 자연대 파견인이 참고인으로 존재했다. 이를 간과 하고 (투표일정을 수정하는) 의결과정에 포함시켰고, 그 분을 제외하면 표결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존 결정은 무효처리 됐다”고 설명했다. 전세환 선본장은 “긴급회의가 어떤 위상을 가졌는지, 누가 의결을 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이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개시됐다”며 “확대 단과대 선관위장 연석회의라는 성격도 회의 개시 이후에 나온 이야기”라고 밝혔다. 어떤 회의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도정근 정후보는 “시행세칙상 중선관위와 단과대 선관위장 연석회의가 규정은 돼있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의 권한이 총선관위에게 있다”며 시행세칙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환 전 선본장은 “어차피 번복된 내용은 총선관위에서 새롭게 결정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총선관위에서 일정을 수정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칙 제25조에 따르면 단과대 선관위장 연석회의는 선거 일정 및 투개표 사무를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세칙 제16 조에 따르면 총운위에서 정하지 않은 선거에 관한 세부 일정은 총선관위에서 결정할 수 있고 예시로 ‘천재지변에 의한 기존 일정의 변경’이 적혀있다. 사실상 선거 일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두 기구에 있는 상태인 것이다. 세칙이 보다 잘 정비됐다면 투표 일정의 번복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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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거를 관리할 예정인 '내일' 선본 ⓒ김가람 기자


내일의 학생사회에 남길 이야기

  투표율 57.5%라는 기록에서 확인할수 있듯이 제61대 총학 선거는 매우 치열했고, 치열했던 선거과정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드러냈다.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본부와의 확실한 협상을 통해 선거인 명부와 전자투표 플랫폼을 지금보다 일찍,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홍범 부선관위장은 “선관위 범위에서 제어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선거인 명부 확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부선관위장은 “본부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오프라인 투표만 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재용 선관위장은 선거인 명부와 관련해 “학생이 본부에 정보를 제공할 때, ‘해당 정보는 총학선거나 총장 선거에 쓰일 수 있다’는 조항을 약관에 추가하자고 본부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수정 선본장은 “세칙을 더 잘 숙지한다면 실무에서의 미숙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단호한 태도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선본이나 유권자에게 혼란이 오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칙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선거 공정성 등에 대해서 선관위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선본장은 “<SUB>의 여론조사 조작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 차원에서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고,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허위사실이나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한 조치도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비판 으로 말을 맺었다.

  내일의 학생사회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를 잘 봉합할 수 있을까. 전세환 선본장은 “투표기간과 투표방식이 확정돼야 선본 입장에서 선거운동전략 등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확정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정근 정후보는 “선관위가 실무력, 집행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독립성과 집행력을 확보할 체계를 잡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 선관위가 이번의 교훈을 발판으로 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끝난 선거도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