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호 > 특집
청년 1인 가구,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홀로 서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
등록일 2019.10.21 10:59l최종 업데이트 2019.10.21 23:25l 장준석 기자(newtonjja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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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1인 가구는 더 이상 특수한 주거형태가 아니다. 2018년 통계청 인구조사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29.2%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모두가 같은 이유로 1인 가구를 택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누군가는 삶의 방식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기에 혼자 살기로 결정한다. 우리는 청년세대가 마주한 일련의 변화를 무엇이라 부르고,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주의 전성시대?

청년 1인 가구를 설명하는 주된 키워드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2018 밀레니얼 세대의 행복 가치관탐구 보고서’는 현재 1인 가구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위기, 기술변화 등을 겪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보단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기성세대가 추구했던 사회적 성공의 외형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결혼이나 출산을 통해 정상가족을 형성하고 출산, 노후대비 등을 준비하는 과정이 청년세대에겐 더는 표준이 아니란 해석이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는 특히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여성에게 더욱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전통적인 가족 내에서의 여성은 재생산의 도구, 노동력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지만, 가치관 변화에 따라 현재의 행복, 집합적 여성이 아닌 개인으로서 행복을 찾기 위해 1인 가구, 비혼주의와 같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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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 1인가구의 분포 

관악구 대학동과 강남구 역삼동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밀집해있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


  우리 사회가 혼자 뭔가를 하는 것이 편해진 사회로 변화한 점도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SNS와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발달은 더 이상 모임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고도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방식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또한 편의점과 같은 도시형 주거시설을 통해서 1인 가구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과거와 달리 혼자 주거하고 생활하는 삶의 방식이 더 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 1인 가구는 흔히 개인주의가 보편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1인 가구로의 주거방식 변화를 개인주의의 결과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한다. 서울대 장경섭 교수(사회학과)는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족이 양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난 것이지, 우리 사회가 가족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거나, 개인주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 1인 가구 증가 원인에 개인주의란 용어를 사용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나영 교수는 “어떻게 보면 1인 가구 확산에 개인주의란 말을 붙이는 것도 기성세대의 가치관이 함의된 것”이라며 과거 농촌공동체와 전통 가족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청년 1인 가구를 해석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를 보는 시선이 기존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청년세대의 일인가구의 여가활동 및 가족가치관에 대한 분석’(우민희 외)에 따르면 청년세대 1인 가구는 자신들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를 택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반면, 청년세대 다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청년 1인 가구를 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계발에 많이 투자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나타난다. 나아가 연구에선 여가를 즐기는 것과 가정생활에 쏟는 시간을 상충되게 보는 시각이 청년 1인 가구를 가정에 대한 희생을 거부하는 관념을 가진 집단으로 이해하는 왜곡된 시선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청년들은 경제 상황과 같은 타의적 이유로 1인 가구를 택하기도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원인에 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이 생각하는 1인 가구 증가 원인의 26.5%가 고용불안과 경제여건의 악화였고, 특히 경제여건 악화는 청년층 1인 가구가 스스로 생각하는 홀로 사는 원인의 44.2%를 차지할 정도로 체감도가 높았다. 장경섭 교수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는 청년세대의 위험 기피적 성향이 작용한 것”이라며 일자리 감소와 높은 실업률, 높은 물가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청년들이 1인 가구와 비혼과 같은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1인 가구를 택했지만 청년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청년 1인 가구 분포 자료를 보면 20~30대 청년 1인 가구는 주로 관악구와 강남구 일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싼 임대료로 인해 고시촌과 원룸이 밀집한 관악구의 경우엔 청년 1인 가구의 약 42.7%가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돋보인다. 국토교통부에서 조사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1인가구의 RIR 지표(월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는 약 20.8%로, 일반가구의 15.5%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더 나은 주거를 위한 저축의 부족으로, 다시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어진다. 청년 1인가구가 마주한 주거문제는 1인 가구에 대한 원인이자 결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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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더 나은 주거를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소득의 부족보다는 높은 임대료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가구가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주체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 청년 주거빈곤 개선방안' 



여전히 어려운 홀로서기

  1인 가구란 주거 형태로 인해 고독사와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이 2013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고독사 확실 및 추정사례에서 20대, 30대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14%에 이른다. 과거와는 달리 고독사가 노인계층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연구원은 “청년 고독사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을 중심으로 고독사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20~30대 청년 1인가구가 밀집해있는 강남구를 중심으로 청년 고독사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데, 송 연구원은 이러한 고독사의 주된 원인을 사회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친밀한 관계의 단절로 제시했다.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란 고독사의 추상적인 의미에서 알수 있듯, 청년 고독사를 규정하는 정책적 측면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고독사 수치도 무연사 관련 통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인식의 미비는 청년 고독사에 대한 미진한 대응으로 이어진다. 송인주 연구원은 “전체 고독사에 대한 관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청년 고독사라는 특정한 집단에 맞춘 정책은 아직 준비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청년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실태조사, 예방책 마련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고독사 예방 범위에 청년 1인 가구를 명시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기동민 의원의 법안이 2017년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 증가는 새로운 기회

  그렇다면 청년 1인 가구 증가엔 부정적인 미래밖에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청년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할 것을 조언한다. 이나영 교수는 “1인 가구란 거주형태와 관계의 변화는 결국 청년세대가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라며 기존의 개인주의라는 프레임이 가진 부정적인 의미를 극복하고 1인 가구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령 현재 주택 관련 정책만 보더라도 결혼이나 출산을 한 가구에게 높은 청약점수가 부여돼 1인 가구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1인 가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일방적으로 가족, 부부세대에 가산점을 주는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1인 가구에게도 지원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섭 교수 또한 청년 1인 가구 증가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기존의 한국사회가 가족에게 경제적 부양, 자녀에 대한 고등교육에 대한 부담을 크게 지우는 사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런 가족 의존적 구조에 대한 탈피와 자립 과정”이라며, 기존에 가족이 부담을 지고 있었던 자녀교육이나 복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담당함으로써 청년 1인 가구의 자립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파편화될 것이란 우려는 청년 1인 가구라는 주거형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제기되던 문제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이를 가속화할 수는 있지만 이를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증가하는 청년 1인 가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혼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