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특집
프라임과 코어 사업, 이름값 하겠니? 산업수요 전면에 내건 고등교육 정책… 대학의 본질 생각해야
등록일 2016.06.09 17:11l최종 업데이트 2016.06.09 20:48l 박주평 기자(pjppjp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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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동안 각각 약 2,000억과 600억이 투입되는 프라임·코어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대학 사업으로 불리면서도 시행을 둘러싼 논란의 정점에 있다. 과연 이름대로 프라임 ·코어 사업은 대학의 근본을 세우고 본질을 굳건히 하는 사업일까.

 

인력수급 전망에 따른 프라임 사업, 대학은 직업교육기관?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은 프라임·코어로 묶여 불리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프라임 사업은 201412월 대통령주재 하에 개최된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대을 선정·지원한다는 방침으로부터 시작됐다.


 1. 연합_11개대학총학 프라임사업중단요구(연합뉴스).jpg

 ⓒ연합뉴스


같은 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에서 사업의 내용이 구체화됐다. 코어 사업은 2015년 교육부가 업무보고에서 인문학 진흥 종합방안수립계획을 발표한 뒤 인문학 진흥 심포지엄등을 통해 인문학계의 의견을 수용하며 추진됐다. 201510,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을 평생교육단과대학 육성사업과 함께 사회수요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기본계획(시안)’으로 종합해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에서 인력의 초과수요가 예측되는 산업과 관련된 전공의 입학 정원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거시경제학적 전망에 기초한 대학구조 개편 사업이다. 전체 정원은 유지되기 때문에 프라임 사업은 결국 산업 수요에 못 미치는 학과의 정원 감축을 야기한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16만 명의 대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프라임 사업을 통해서는 고용노동부의 ‘2014~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서 향후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된 공학 및 의학 분야의 정원을 2만 명가량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임 사업을 주관하는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이 대졸자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이 학술연구만이 아니라 인력 미스매치 해소 및 취업역량강화에 힘쓰기를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시행 취지를 설명했다. 사회적 요구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교육부 차원의 여론 수합은 없었지만 기업의 취업자 재교육 비용이 크다. 고용부에서 작년 12월에 발표한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현재 배출되는 대학전공자들의 전공이 사회의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프라임 사업의 이러한 시행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 수요를 기반으로 특정학과의 정원을 조정하는 프라임 사업이 대학의 기초학문의 발전과 대학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회장은 공학계열의 증원은기초학문 분야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대학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기초학문의 교육현장을 황폐화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회장은 산업수요 중심으로의 대학 재편은 70년대 산업사회 방식의 발상이며 대학은 사회에 요구되는 기술의 육성과 학문 연구라는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전자에만 너무 치중했다고 비판하고 취업 문제를 대학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개편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 프라임코어 공청회(교수신문).jpg

 ▲ 2015년 10월 27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교육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2차 공청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교육부가 5.31교육개혁의 실패를 대학과 학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신문


  정부가 특정 학과의 초과 수요를 예측한 과정과 취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윤지관 회장은 공학계열 초과수요를 예측한 고용노동부 통계는 아마도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종까지 포함한 결과일 것이라며 세계 각국과 비교할 때 공학전공자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공학의 초과수요가 예측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국가와 대학이 4년 후 취업 잘될 학과를 예측해 정원을 조정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공학계열 증원 = 청년실업 해결? 대학은 시장의 톱니바퀴 아니야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학이 산업의 수요에 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이 연구원은 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산업 수요를 맞추는 데 국한된 기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 교육 정책은 대학을 취업기관으로,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이 연구원은 대학은 사회의 톱니바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고 사회수요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프라임 사업과 같이 불확실한 경제적 전망에 의지한 교육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사회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학교육연구소는 1028일 발표한 우격다짐 경제발전논리에 종속된 대학교육 정책이라는 논평을 통해 장기적 고등교육 발전 계획에 입각하지 않고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프라임·코어 산업을 비판한 바 있다.

 

  공학계열을 중심으로 한 증원이 실제로 국가적인 발전으로 이어질지도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한국의 공학전공자 비율은 이미 충분히 높지만 기초과학 전공자 비율은 낮은 수준임을 제시하면서(20161월 대학교육연구소 현안보고서), 공학 분야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해법인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또한 이러한 초과 공급이 역으로 해당계열 전공자들의 취업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2005년부터 대학구조조정이 추진된 지난 10년 간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9.7%(4,509), 사회계열은 6.6%(5,915), 자연계열은 4.4%(1,899) 감소한 반면, 의약계열 입학정원은 116.4%(12,251), 공학계열은 9%(7,015) 증가했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대학통계, 2005-2015). 같은 기간 동안 청년실업률은 8%에서 역대 최고수준인 10.2%로 증가했지만(통계청, 2005-2015), 취업률 하락폭은 의약계열이 3.5%, 공학계열이 2.8%로 가장 높았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취업통계, 2011-2014).

 

인문역량 강화외치지만 핵심은 산업수요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의 역량 및 위상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코어 사업은 600억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인문학계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 육성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려 역시커지고 있다. 코어 사업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심화 기초교양대학 대학자체모델로 이뤄지는데, 이 중 다른 전공과의 융합을 유도하는 글로벌 지역학인문기반 융합전공에서 인문학과 사회수요를 접목시키려는 코어 사업의 목적이 드러난다. ‘해양인문학을 비전으로 내건 부경대의 경우 기존의 인문학을 미국학, 중국학, 일본학 등 5개 지역학 분야로 개편하며, ‘해양문화경영’, ‘해양문화콘텐츠4개의 융합전공도 신설한다.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을 함께 엮어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코어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은 코어 사업과 프라임 사업을 분리해 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은 별도의 사업이라며 코어 사업은 인문학을 육성하기 위해 이전부터 계획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인문대 신효필 교무부학장 또한 58일 학내에서 열린 코어 사업 공청회에서 추진과정에서 교육부의 구조개혁 입김이 더해지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코어사업은 전국 인문대 학장들이 인문학과 인문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교육부에 요청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의 추진에 있어 정부의 무게중심이 프라임 사업에 있음은 예산 규모를 비교해보면 비교적 명확하다. 코어 사업의 예산 규모는 최초 1,200억 원으로 신청됐으나 이후 344억으로 대폭 삭감,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는 6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약 2,000억이 투입되는 프라임 사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다.

 

3. 학부과정 졸업생 전공비율 국제비교.png

(자료제공: 대학교육연구소)


  인문학 진흥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코어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이뤄지고 있다. 코어 사업은 정부의 프라임 사업 추진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당근일 뿐,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회장은 코어 사업이 산업수요를 염두에 둔 인력양성에 초점이맞춰진 프라임 사업에 대해 비판이 일고, 인문학이 직접적 피해 대상이 될 수있기에 이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윤 회장은 취업을 고려해 인문학을 경제학 및 공학 등과 접목시키는 글로벌 지역학 및 융합전공에 대해 전공자들이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유하는 힘을 배우기도 전에 취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과연 인문학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나이는 연구자들이사회로 나왔을 때 활동할 영역 자체를 축소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인문학의 진흥을 타학문과의 융합에서 찾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결과라는 것이다.

 

 

불가피한 대학구조조정, 정부의 올바른 역할 중요해

 

  프라임·코어 사업은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의 구조 개편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학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조정은 2004년 참여정부에서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통해 학령인구(···대학교에 다닐 연령대인 만 6~ 21세까지의 인구)의 감소를 대비한 대학정원 감축 계획을 밝힌 이래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전체 학령인구는 지금껏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1960년 총인구의 34.2%를 차지했던 전체 학령인구는 2010년에는 20.3%로 감소, 2060년에는 총인구의 11.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18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전체 고교 졸업자 수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2020년 이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한국연구재단, 2013-23 중장기인력수급전망, 2015).

 

  이처럼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에 따라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요구된다.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구조조정에 있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로 지방의 공동화 방지와 대학교육의 제고를 들었다. 이 연구원은 시장원리에 맡겨두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부터 도태돼 지역경제의 중심이 무너져 지역 균형발전에 큰 타격이 생긴다며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대학을 방임할 경우 양적 팽창에 치우쳐 기초학문이 고사하는 등 대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4. 이수연 연구원.jpg

▲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교육의 주체로서 학생들이 대학의 역할과 구조조정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나은 사진기자 


  대학구조조정에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현 정부가 프라임·코어사업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은 인문사회·자연과학·예체능 계열 학과를 없애거나 정원을 감축해 전체 이동 정원의 90.7%를 공학계열 학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공학 중심의 구조개편이 학문 간 균형 및 전체 교육 질의 향상을 담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 균형발전 역시 요원하다. 프라임 사업의 경우 5개 권역 간 최대 300억의 사업액 편차를 보이며 코어 사업에 선정된 총 16개 대학 중 7개 대학은 수도권 대학이다. 감축이 확정된 2017년 입학정원을 보더라도 총 감축 정원의 76.9%가 지방대학에서 이뤄졌다.

 

  윤지관 회장은 대학 정책이 단순한 산업 수요에 대한 부응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적 기여를 고려해 수립돼야 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대학 정책은 산업수요와의 미스매치보다 성숙한 의식과 비판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사회에 내보냄으로써 이뤄지는 사회 전체에 대한 기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향후 10년 간 활발히 이뤄질 대학구조개혁을 감안할 때,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뒤 우리사회의 실제 산업구조는 정부가 예측한 것과 일치할까. 그에 발맞춰 개편한 대학들이 배출하는 인력들은 모두 산업수요에 따라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PRIME’‘CORE’,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의심스러운 계획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근본과 본질을 고민하는 태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