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특집
이름은 ‘코어’인데 … 핵심 없는 속 빈 강정?! 인문학의 부흥과 위기 사이에서
등록일 2016.06.10 23:01l최종 업데이트 2016.06.13 00:43l 장민국 기자(glory_gor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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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17, 교육부는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16개 대학을 선정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이른바 코어 사업을 시행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코어 사업은 인문학 후속 세대 양성 및 인문학 교육 강화를 목표로, 선정 대학에 총 450억여 원을 지원하는 인문학 진흥 사업이다. 이는 취업률 감소 등과 맞물려 최근 대학가에 만연한 인문학 기피 현상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교육부가 2014년에 발표한 ‘4년제 대학 전공별 취업률에 따르면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률은 공대보다 약 20%P 낮은 40~60%를 웃돌았다. 이에 교육부는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대학자체 모델 등의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각 대학의 사정에 맞는 인문학 발전을 목표로 3년 동안 대학을 지원하는 코어 사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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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0일에 진행된 코어 사업 공청회에서 한 청중이 신효필 인문대 교무부학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이지원 사진기자


  교육부로부터 3년 간 37억 원을 지원받는 서울대는 기초학문 심화 모델, 대학자체 모델(SNU모델)의 두 모델을 통해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은 우수한 인문학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 및 지원해 학자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학업의 경제적 지원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설을 골자로 한다. 대학원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3, 4학년 학부생에게 학생학업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매달 60만원을 지급하며, 대학원생에게도 해외교류 지원경비, 교육활동지원비 등 다양한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수 인재의 국제 역량 및 자율 연구 역량 강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될 계획이다.

 

  SNU모델에서는 인문학의 근본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회의 수요에 맞는 인문학 진흥을 위해 동아시아 비교인문학, 고전문헌학, 인문데이터 과학, 정치·경제·철학 등 4개의 연합·연계전공을 신설한다. 또한 인턴십 프로그램, 교과목 개발 및 연구소간 협력 등 인문학의 교육과 연구 활성화를 위한 재정 투자도 함께 이뤄진다. 지난 510일 진행된 코어사업 공청회에서 신효필 인문대 교무부학장은 코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각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 수요에 맞게 대학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서울대의 코어 사업은 사회수요에 맞는 인문학 개편이 아닌 기초학문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코어 사업, 득일까 실일까


 

기초역량 강화 모델

대학자체 모델

(SNU 모델)

목적

자생적 우수 인문학자 양성

기초학문 강화 및 교육·연구 활성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인문학 수요 충족

학문 간 연계에 따른 새로운 분야 창출

내용

학생 학업 지원비 지급(학부생, 대학원생)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교육 지원

국제 교류 활성화 프로그램 마련

연계·연합 전공 새로 설치

인건비, 교과목 개발비, 교육·연구 활성화 경비, 인턴십 지원비 등 지급

타 연구소와 연구 협력 계획

참여

인문대학 16개학과 전부 참여

교원의 경우 191명 중 188명 참여(98%)

▲ 서울대가 추진하는 코어 사업 운영 계획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사업계획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서울대학교 코어 사업을 두고 학생들의 시각은 서로 엇갈린다. 인문대 학생회는 기본적으로 코어 산업을 프라임 사업과 엮어 전면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자는 입장이다. 김광민 인문대 학생회장(철학 13)학생이 한 주체로서 의사결정, 집행 과정 등 전반적인 사업 행정에 참여해야 한다인문대 내 16개 학과가 연대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문대 학생회는 코어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한편 단과대운영위원회(단운위)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의 공론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문대학 학생회의 입장에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인문학의 진흥이라는 코어사업의 목적에 의문을 표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코어 사업이 오히려 인문학의 본질을 흐릴까봐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교육부가 코어 산업과 함께 추진 중인 프라임 산업은 인문계열 학과 축소 및 공학계열 학과 증대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 사업이라는 점에서 인문역량강화를 기치로 내건 코어 사업과 언뜻 보기에도 상충된다. 코어 사업이 인문학의 근본을 흐리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명환 교수(영문과)코어 사업은 누가 봐도 프라임 사업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교육부의 변명이라며 사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인문·사회계에 일종의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코어 사업의 추진 목적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코어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코어 사업을 구상할 때 시행의 근거로써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보고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명환 교수는 이 보고서는 예측에 대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사회 수요에 맞지 않는 기초 학문의 경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별 인력 배출의 국제적 비교가 전무하며, 인력수급 전망을 학사학위 취득자 통계로만 따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코어 산업이 인문계의 현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인식도,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전망도 없는 자료를 토대로 삼았다는 점에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총장간선제 시행 여부가 코어 사업 평가 항목?

코어사업은 대학 재갈 물리기비판


  더불어 코어 사업은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장학금 등 중대한 학사 조정을 담으면서도 발표부터 신청 마감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국립대 총장 간선제 시행 여부가 평가 항목에 포함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증원된 학과 및 전공의 교육비용 출처, 3년간의 교육부 지원 이후의 사업 계획 또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울대학교의 코어 사업 추진은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 측에서 코어 사업 신청 과정 등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했으며, 학생회 또한 코어 사업 추진의 진행 상황을 제때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321일 진행된 제11차 인문대 단운위를 시작으로 공명반과 모반 학생회는 코어 사업에 대한 인문대 학생회 입장서의 요구안 수정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코어 사업의 추진을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나아가 비슷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인문대학 내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대학 기업화 시도에 맞서 학내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은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뒤늦게 개최된 코어 사업 공청회 이후 코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