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호 > 특집
몰카, 왜 볼까? 디지털 성범죄의 본질은 젠더폭력이다
등록일 2018.12.16 23:47l최종 업데이트 2018.12.18 15:02l 유서희 기자(cow11035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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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불법촬영(몰래카메라) 사건, 일간베스트(일베) ‘여친 인증’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는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웹하드 카르텔’이 조명되면서 디지털 성범죄가 일부 남성의 병리적 행위가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이유가 단순히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함일까? 디지털 성범죄는 어떻게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 여성의 일상을 불안에 떨게 만든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와 본질을 짚어봤다.



디지털 성범죄 생산을 용인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문화


  불법 촬영물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라는 인식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불법 촬영물을 ‘음란물’, ‘야동’ 혹은 ‘포르노’로 부르며 소비해왔다. 이러한 용어들은 불법 촬영물 유통이 범죄 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불법 촬영물의 소비를 정당화했다. 한신대 김소라 강사는 불법 촬영물을 음란물로 해석할 경우 범죄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촬영물 속 피해자의 음란성에 집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강사는 음란성이 “음란성의 대상(피해자)이 아닌 음란성을 규정하는 주체(가해자)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재현되는 피해자의 몸이 아닌 이를 소비하는 가해자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불법 촬영물’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했고 이후 법률 용어까지 불법 촬영물로 대체했다. 한국성폭력상담센터 김보화 연구원은 불법 촬영물의 제작·유포·소비 과정이 모두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이루어지면서 언어 역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차용돼왔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리벤지 포르노’ 용어도 여성의 이별 통보가 복수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남성 중심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의 몸을 시선의 수동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 중심적 시각과 관련된다. 이러한 시각은 문화에 의해 체계적으로 학습된다. 대중은 여성의 신체를 위에서 아래로 훑거나 특정 부위를 부각하는 카메라의 시선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한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와 같이 영화, 드라마 등에서 남성 인물이 음란물을 소비하고 성적 판타지를 펼치는 것이 웃음코드로 등장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성적인 것과 무관한 화장실 불법 촬영물이나 장보기, 식사 등 일상적인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불법 촬영물에는 여성에 대한 관음증적 욕망이 투영돼 있다.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들의 관음증적 욕망은 남성 중심적 사회문화의 일부이며, 선녀와 나무꾼,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다이애나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는 악타이온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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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인물이 음란물을 소비하는 행위는 드라마의 웃음코드로 흔하게 등장한다.ⓒMBC 드라마당



디지털 성범죄의 소비와 유통은 젠더폭력의 문제


  여성학 전문가들과 디지털 성범죄 관련 활동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본질을 ‘젠더기반폭력(젠더폭력)’에서 찾는다. 젠더폭력은 성별 차이에 기반을 둔 신체·심리·성적 폭력을 뜻한다. 김소라 강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구조의 젠더폭력은 불법 촬영물의 생산·유통·소비가 남성들 사이에서 놀이로 인식되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환원하고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성적 이중규범을 유지·강화한다. 실제로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에서 남성들은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들을 외모, 직업, 나이 등을 기준으로 서열화함으로써 여성을 대상화하고 평가한다. 결국 여성은 성적 행위뿐만 아니라 일상적 행위까지 통제받게 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리아 팀장 역시 디지털 성범죄를 젠더폭력으로 설명한다. 2015년 ‘소라넷폐지프로젝트’가 시작될 무렵, 소라넷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육변기’로 칭하고 있었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망을 받아내는 존재로 격하하고 비인격적 존재로 타자화하는 육변기라는 표현에는 여성에 대해 지배권력을 발휘하려는 남성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디지털 성범죄 구조 속 젠더폭력은 ‘남성연대’와 ‘추앙문화’ 속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김영희 연세대 젠더연구소 소장은 남성동성집단 커뮤니티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로 여성을 매개로 한 댓글 문화를 꼽는다. 인기 많은 영상을 확보한 이용자를 “형님”, “작가님” 등으로 칭하며 추켜세우고, ‘집단 강간’을선동하거나 동조하는 언어표현을 일삼으며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식이다. 김 소장은 논문 ‘몰래카메라- 시선의 주체와 포획된 신체’를 통해 ‘남성연대의 결속 강화 매개는 여성의 이미지’이며 ‘아내 혹은 여친 등의 동영상을 공유할 때, 즉 내 것을 모두의 것으로 내놓고 공유할 때 결속이 더욱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허락’ 없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불쾌한 일이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내놓는 여자친구의 이미지는 내 것임을 동료남성에게 과시하고 인정받는 과정인 셈이다. 남성은 자신이 소유한 신체뿐 아니라 신체에 대한 자신의 지배와 권위 그리고 통제의 권능을 과시하며, 이러한 과정은 남성연대의 즐거운 놀이가 된다. 피해자가 자살한 불법 촬영물이 더 비싸게 팔리고 수요가 높은 기이한 현상은 남성연대 놀이문화의 극단적 형태다. 자살 피해자의 불법 촬영물은 ‘희귀템’으로 불리며 이를 확보한 남성은 남성연대 속에서 어려운 일을 해낸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김보화 연구원은 이 역시 남성연대의 추앙을 받기 위해 여성을 지배하고 전시하려는 젠더폭력 구조와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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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에 게시된 '여친인증' 게시물들



디지털 성폭력, 남성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구제가 여성 피해자에게만 집중되고 남성 피해자는 외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약 10% 정도는 남성이다. 한사성 리아 팀장은 오해와 달리 남성 피해자에 대한 구제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남성과 여성 피해자의 대응 양상은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성 피해자는 자존감의 하락과 명예훼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성 피해자는 직장에서의 부당해고나 생존의 위협 등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순결한 피해자’, ‘피해자 코스프레’ 프레임이 피해를 가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성폭력상담센터 김보화 연구원 또한 남녀 피해자 간의 차이가 분명함을 지적했다. 이성애자 남녀 피해자의 경우 여성 피해자는 불법 촬영물 삭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반면, 남성 피해자는 ‘주변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거나 ‘재수 없는 셈 치자’고 반응하는 식이다. 그러나 동성애자 남성 피해자의 경우 아웃팅의 위험이 있는 쪽이 적극적으로 삭제를 주장한다. 이처럼 남성 피해자가 존재할지라도 여성 피해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남녀 간의 피해 양상 차이가 확연하므로 사회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더 주목될 수밖에 없다.김소라 강사는 “여성의 디지털 성범죄가 구제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남성 피해자의 구제 역시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어떻게 해결할까?


  디지털 성범죄는 한국에서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성범죄 산업은 웹하드 카르텔을 기반으로 한다. 웹하드 카르텔은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여 돈을 벌고,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유통을 방조하며,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피해자가 찾아오면 돈을 받고 삭제해주는 구조다. 디지털 성범죄 산업은 여성을 재화로 하는 젠더폭력이라는 점에서 성매매 산업과 맞닿아 있다. “형님 덕분에 포인트 아꼈다”, “내 취향이다” 등 여성의 몸매나 체위에 관한 댓글과 구매 후기는 남성연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성범죄 산업구조의 마케팅을 지탱한다. 불법촬영물의 소비가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산업의 문제해결을 위해 법적 규제 노력을 지속해왔다. 2014년에 시행된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당시 개정안 시행을 둘러싸고 불법 촬영물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정부의 개정안을 ‘딸통법(자위 통제 법률)’이라 조롱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 이들은 합법적인 성인물 범위에서 성적 욕구 충족을 할 수 없으니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의 해결책으로 성표현물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실제 성행위를 묘사하는 성표현물인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를 법률이나 정책을 통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음란물’ 혹은 ‘음란한 표현’으로 분류해 사실상 금지해왔다. 최근 법원 판례에서 사실상 성표현물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는 불법촬영물의 소비가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김소라 강사는 성표현물의 합법화는 디지털 성범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도 영국, 미국 등에서 제작한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를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불법촬영물의 소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를 넘어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한사성 리아 팀장은 “오늘날 한국만큼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여성이 강력히 싸우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해결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 행위라는 인식의 형성은 2015년 소라넷폐지운동이 기점이 됐다. 이전에도 불법 촬영물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소라넷폐지운동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가 엄연한 산업구조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계기였다. 디지털 성범죄는 산업구조와 범죄성을 넘어 남성 중심적인 시선 자체의 문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이 타인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고 젠더폭력의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김소라 강사의 말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사회적 공익을 침해”하는 일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남성 중심적 사회 속 젠더폭력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비로소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png▲소라넷폐지운동'을 기점으로 여성들은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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