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 특집
본부점거를 바라본 시선들 사람도 관심도 떠나간 점거, 승리의 경험이 필요하다
등록일 2016.12.11 15:10l최종 업데이트 2016.12.15 12:55l 김종현 기자(toma28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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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0일,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한 전체학생총회(총회)가 2천여 명이 넘는 학생의 참여로 성사됐다. 총회 직후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를 점거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본부에는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만이 남아있다. ‘공부시위’, ‘총장실 프리덤’으로  화제를 모았고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2011년 본부점거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지금 본부점거는 어디쯤 와 있을까. 본부점거를 통해 실시협약 철회를 이뤄낼 수 있을까. <서울대저널>은 총회와 본부점거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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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이전에는 시흥캠퍼스(시흥캠)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었나?


E 별로 문제의식이 없었다. 기숙사가 생긴다고 하니까 긍정적으로 봤다.


B 자취를 하는 입장이라 기숙사가 설립된다고 해서 찬성했었지만,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의 총장잔디 앞 천막농성을 보고 시흥캠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학생회에서 만든 시흥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문제의식을 느껴 총회에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F ‘서울대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에 참여 해왔다. 시흥캠의 핵심은 학교의 부지확장과 이로 인한 수익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수익을 위해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고려할 수 없을 것이라서 항상 반대해왔다.



총회가 성사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C 학교 측의 불투명한 의사소통 과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시흥캠 인근 부동산에서부터 본부의 여러 관계자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이권이 개입될 수 있는 문제인데 의사소통의 과정이 너무도 불투명하다. 11년 이후로 전혀 바뀌지 않은 본부의 독선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있다.


E 학생회가 정말 열심히 홍보했기 때문이다. (시흥캠에 대한) 문제의식은 서로 다를 수 있었어도 총회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B 총학생회(총학)와 단대 학생회가 시흥캠에 대한 사실관계를 자료로 만들어 홍보한 것, 그리고 문제의식을 꾸준히 공유해준 것이 총회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많은 학생이 민주적 절차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총회에 참여했다고 본다.



총회는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와 ‘본부점거투쟁’을 결의했다. 총회의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B 전 농생대 학생회장이 “시흥캠 반대를 위한 총회가 아니라, 학생의 의견을 듣기 위한 총회니 꼭 참석해달라”고 호소한 자보에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총회에서는 시흥캠 반대를 전제로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 참여 보장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자보의 내용처럼) 시흥캠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D 그 선택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회는 모든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그동안 학생사회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바를 재확인하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A 점거에 부정적이었다. 행정관이 공사 중이라 모든 시스템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는데, 본부점거는 보여주기 식이라고 느껴졌다. 11년 점거 땐 모든 시스템이 본부에 있었으니까 점거를 통해 학생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효력이 없는 것 같다.


E 점거를 선택한 학생들이 순전히 행정마비를 위해 점거를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본부점거는 상징성이 강하고, 학생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었다.


B 다른 선택지를 택했을 때 본부가 학생의 의견을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작용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철야농성이 힘들었고, 동맹휴업은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진은 다시 총회만큼의 사람을 모을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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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총회에서 아크로를 가득 채운 학생들 ⓒ오선영 사진기자



총회의 열기가 고스란히 지속적인 점거 참여로 이어지진 않았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A 점거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의 점거가 주목을 받고, 학생들의 지지를 얻게 된 이유는 본부점거를 함으로써 학사운영에 확실히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점거는 학생사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하고, 일반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D 11년 점거 때도 학사행정이 마비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행정은) 전자화가 돼있었다. (점거가) 얼마나 이슈화되느냐가 문제라고 본다. 11년과 16년 두 번의 점거에 참여하면서 확실한 온도차를 느꼈다. 11년에는 매일 저녁마다 집회하는 등 점거 시작 후에도 알려나가는 과정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외부에 홍보는커녕 내부 다지기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의제 자체에도 난점이 있다. 법인화라는 문제는 확 와 닿는다. 하지만 시흥캠퍼스가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는 굉장히 복잡하다.


B 시흥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보통 학생들에게, 점거 이후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갖고 나아갈 것인지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 또 ‘시흥캠은 이게 문제’라고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지 못한 것이 관심이 점점 식어가는 큰 원인이 아닐까.


C 그건 컨트롤타워의 잘못이다. 총회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학생들이 강력한 무기를 쥐어줬는데 그 이후에 대한 전략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재미가 없다. 일반 학생들이 점거에 참여하려면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11년 점거와 달리 이번 점거는 재미도 없다.



현 점거상황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가?


F 점거란 본부와 타협하지 않고 학교행정을 마비시키는 행위인데, 지금은 11년 점거에 비해 학생들의 통제력이 약하다. 직원들이 본부에 들어와 있으며, 학생 동향을 보고하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 점거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E 타개할 동력조차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슈화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점거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20명밖에 안 된다. 홍보는 지지부진이고, 출구전략도 없고, 하루하루 연명하려는 시도밖에 하지 않고 있다. 학대위가 점거투쟁을 이끌고 가다가 김상연(사회 12) 학대위 위원장이 총학 선거에 출마하면서 모든 집행력이 바닥났다.


D 가장 큰 문제점은 지도부의 부재라는 데 동의한다. 총학은 (총회와 점거에) 떠밀린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학생 의견을 수렴해서 실시협약을 철회시키고 본부를 점거하겠다고 했으면 점거를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각 단과대 및 총학 선거 때문에 학생사회 주요 인사들이 선거 출마로 빠져나가면서 동력을 잃었다.


A 학생들이 분노는 하는데, 그 분노가 더 끓어오를 수 있게 지도부가 고양시켜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은 시흥캠 얘기만 나오면 화난다고 욕하지만, 점거는 안 한다.


B 그게 학생들의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교무처장 관련) 본부 문건이 유출됐을 때도 화나서 페이스북에 기사를 공유하고 그랬는데, 그게 끝이다. 총학이나 본부점거본부가 ‘여러분이 이러이러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제시하지 못하니까 분노에서 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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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중인 집담회 참석자들 ⓒ박나은 사진기자



점거 동력 유지를 위해 본부점거본부에서 기획한 여러 자치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C 다양한 자치활동의 기획 자체는 좋았다. 반드시 필요했던 기획들이라고 생각하고, 11년 점거를 참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총괄적인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해 동력이 너무 빨리 떨어졌다.


E ‘본부파티’와 ‘본부스탁’이 엎어진 것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두 행사는 일반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는 계기였다. 본부스탁과 본부파티는 어마어마한 집행력이 소모된 행사였다. 그 두 행사가 한꺼번에 무산되니까 그때부터는 절망적이었다.


F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면과 겹쳐지면서 ‘스누라이프’에서 본부파티와 본부스탁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두 행사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본부점거투쟁과 박근혜 퇴진 운동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비민주적 구조가 불러일으켰다는 공통지점이 있다. 본부파티와 본부스탁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투쟁의 연장선상이었다.


D 본부스탁 자체로 사람들이 확 들어올 것이라고 믿진 않았다. 그러나 본부스탁이 이후의 기획이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었다고 본다. 큰 기획들이 무산되니까 아무도 새로운 기획을 제안하지 않는다.


E 총회 이후로 학생들이 경험한 승리가 없다. 점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승리의 경험이 필요한데, 이제 그런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어떤 시도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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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본부스탁. 학생회가 아닌 일반 ‘원자’들이 기획한 공연이었다. ⓒ오마이뉴스



점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C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총학의 전략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지 회의적이고 유지 동력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D 처음부터 점거는 목표가 아니라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지금처럼 열악한 상황에선 점거가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본부점거본부는 점거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고 최대한 빨리 전환해야 한다.


B 지금 점거는 우리가 본부를 점거했다는 상징성 이상은 없다.


E 하지만 점거 해제는 썩은 동아줄마저 놓는 것이다. 떨어지기 전까지 잡고 있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점거보다 (학교 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은 없다.



점거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E 12월에 꾸려질 새터준비위원회(새준위)에 방을 하나씩 배정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B 새터 준비 장소 제공은 좋다고 생각한다. 시흥캠 문제는 앞으로 들어올 신입생과도 굉장히 큰 관련이 있다. 새준위가 본부에서 회의를 진행하거나 함께 시흥캠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면 점거 유지에 좋은 동력이 될 것이다.



점거 출구전략에 대한 의견은?


E 점거로 실시협약을 철회하지 못하면 학생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점거 해제 협상 과정에서 (시흥캠 설립 과정에 대한) 학생의결권은 보장해 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의결권은 아닐 것이다. 이미 건설사, 시흥시, 학교 측 위원들로 대화협의체가 만들어졌다.


A 점거가 끝나면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의 분노가 총회 때만큼 크지도 않고 관심이 많이 식었다.


D 총회 때처럼 대뜸 논의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본부점거본부와 학생 자치단위에서 점거 출구전략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11년에는 점거를 해제하면서 국회투쟁을 하자고 했지만 법인화를 못 막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남기고 토론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이 지금 시흥캠을 얘기하고 총회를 열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총회와 점거 이후 시흥캠퍼스에 관한 생각은 달라졌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 점거를 시작하고 나서 시흥캠에 대해, 나아가 법인화 이후로 시작된 수많은 사업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결국 시흥캠이 만들어지면 그곳은 기업으로, 비정규직으로, 인기 학과의 수업으로, 시간강사로 채워진다. 지금의 관악캠퍼스와 똑같이 말이다. 근본적으로 의결구조를 바꿔 학생의 목소리가 본부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B 올해 들어 시흥캠이 왜 문제인지 고민하면서 비학생조교 해고, 과사 통폐합, 프라임·코어 사업과 같은 문제들이 결국 대학기업화와 맞물려 이뤄진 일이고, 이 문제의 총본산이 시흥캠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본부점거본부와 새로 선출될 총학, 단대 학생회가 일반 학생들도 이 문제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이러려고 본부점거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