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특집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학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화재위험… 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문지선 기자 (mnjsn@snu.ac.kr), 한성민 기자 (agnostic@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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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302동 신공학관 맞은편 쓰레기 집하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폐기자재들이 불에 타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신공학관에서는 지난 2007년 2월에도 화재가 난 바 있다. 이 밖에도 교내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 사고들이 때때로 발생하고 있다. 과연 서울대는 화마의 위험한 손길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특명, 학내 화재 발생을 막아라

현재 서울대의 화재예방 업무는 본부 관리과와 기술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관리과에서는 교내 건물의 방화 관리와 예방을 책임지고, 기술과에서는 전기시설 유지·관리를 맡고 있다. 그리고 실험실 안전은 특별히 환경안전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관리과와 기술과는 담당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시설점검을 의뢰한 용역업체를 관리하고 조사결과를 수합한다.

학내 화재안전 관리는 크게 정기점검·개보수·예방교육으로 나뉜다. 각 건물의 소방시설은 매달 용역업체에서 점검한다. 점검 결과는 시설대장에 기록되며, 흠결이 있는 부분은 그 사안의 경중과 예산을 고려해 수시로 개보수가 이뤄진다. 화재의 주요 원인이 되는 전기시설은 용역업체에만 맡기지 않고, 기술과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협력해 정기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환경안전원은 실험실에 출입하는 학생들에게 실험실 안전관리수칙을 교육하며, 본부 관리과도 교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화재예방과 화재 발생 시 대처방법을 1년에 한 번 숙지시키는 자리를 갖는다. 이 외에도 관악소방서가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해 학내 소방안전실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점검 결과는 정리돼 본부로 전달되며, 본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학내 화재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각 동 경비실에 있는 화재점검시스템. 학교의 화재안전에 대한 노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서울대는 자칫하면 큰 재산과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화재의 예방과 대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환경안전원은 2억 7천만 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화재 위험은 우리 주변에 계속해서 도사리고 있다. 올해 벌써 두 차례의 큰 화재가 발생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24/7, 실험실 화재위험

학내에서 화재위험이 가장 큰 곳은 단연 실험실이다. 현재 서울대에는 1,300여 개의 실험실 및 연구실이 있다. 이곳들은 여러 가지 화학약품, 고압·폭발성 가스류와 방사성 동위원소 등의 사용으로 인해 화재나 폭발 등의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경안전원 손병권 환경주사는 “특히 서울대는 타 대학교에 비해 실험실 수가 많고 연구재정이 풍부하다. 따라서 그만큼 화재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13일에는 자연대 지구환경과학부의 한 실험실에서 산 증류 실험을 하는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실험실은 화마에 휩싸였고 실험기자재 및 시약 재료도 일부 불에 탔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5천만 원에 육박했다. 이 사고는 실험 중 자체 제작한 전열기의 전열선이 과열로 합선돼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실험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환경안전원은 3년 전부터 1년을 주기로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이를 백서로 편찬·공개해왔다. 그리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실의 안전실태를 수치화 해 발표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실험실 안전 백서’에 따르면 올해 학내 실험실 안전지수는 80점으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500동의 한 실험실. 실험실은 화재위험요소로 가득 차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험실 3대 화재 요소를 진단하다
특히 실험실 화재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소방·화학약품·전기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다. 화재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돕기 위해 실험실에는 2개의 출입문을 만들도록 권고돼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실에서 출입문은 실험기기 등이 그 길을 가로막아 사실상 비상대피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생활대의 경우 전체 실험실 가운데 19%인 6곳의 비상통로가 적합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 한편 소화기 설치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현재 80%에 육박하고 있으나, 여전히 202개의 실험실에는 소화기가 구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화재의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미대의 경우 전체 실험실의 절반이 넘는 11곳에 소화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를 사고 있다.

화화약품을 사용하는 실험실 가운데 66%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화학물질의 이름, 물리·화학적 성질, 유해위험성, 폭발·화재 시 방재요령,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록한 서류)를 비치하지 않고 있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적으로 화학약품은 특성별로 분류해 보관해야 하고, 특히 가연성·폭발성 물질 등은 전용 저장고에 최소량만을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내에서는 인화성 화학약품이 실험자가 상주하는 실험실에 다량 보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부 실험실에서는 인화성 액체 보관용기에 안전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확산될 위험도 있다.

전기 화재는 발생빈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손실 규모도 매우 크다. 실험실에서는 자칫하면 화재를 야기할 수 있는 난방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야간에 난방이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는 전기난로 등의 전열기를 별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콘센트를 바닥에 방치해 놓거나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쓰는 실험실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일부 콘센트에는 누전차단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한편 전선의 피복 관리도 화재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공과대·농생대 등의 실험실 44곳에서 올바르게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화재안전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은 상당히 저조하다. 손병권 환경주사는 “사람들이 실험실 화재안전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 위험성을 잘 모르고 있고, 그 때문에 그나마 나오는 지적도 유치한 수준에 그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화재안전도 ‘깨진 유리창 법칙’이 적용된다. 한두 번 관리를 잘못하다 보면 그것이 쌓여 결국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실험실 화재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촉구했다.



실험실만이 아닌 학내 곳곳이 잠재적 화재현장

전기 설비와 기기 설비 점검에 있어서도 문제가 남아있다. 외부 용역업체(현재 원방기업)에 맡기는 것이 설비를 점검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과 차익주 전기주사는 “주변전소실과 같은 핵심 부분의 관리는 본부가 자체 채용한 직원이 했으면 한다. 용역업체 관리 담당자가 있지만 이 업무만 맡은 것이 아니라서 감독이 부실한 면이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기술과에서는 용역업체에서 제출하는 연간 계획서를 검사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또한 이 계획서에 대한 자동화 된 평가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본부가 자체적으로 전문 직원을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 씨는 “자체 직원을 채용하면 본부가 모든 책임을 끌어안고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 직원교육도 따로 해야 하고, 본부 채용이면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이라 부담스럽다. 게다가 정부에서 그만큼의 공무원 인원을 주지도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화재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피로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건물구조가 복잡한 인문대 등에서는 신속하게 화재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늦은 시간에는 일부 출입문만이 개방되고 나머지는 잠겨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인문대는 현재 1~3동과 5~8동을 각각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1~3동에서는 저녁 7시 30분 이후 3동 2층의 자동문을 제외한 전체 출입문이 잠긴다. 그리고 5~8동에서는 저녁 8시 이후 대부분의 출입문이 닫히며, 밤 12시 이후에는 7동 1층 출입문과 2층 반자동문 이외의 모든 출입문이 폐쇄된다. 그러나 어느 문이 늦게까지 열려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드물다. 또한 인문대의 건물들은 각기 다른 층끼리 연결된 복잡한 구조여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사범대나 자연대 건물 등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화재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소방차량이 학교로 얼마나 원활히 진입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관악소방서는 학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진입 차단 봉을 열쇠로 열기만 하면 학내 어느 곳이라도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들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고 계단도 많아, 소방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편 소화시설의 설치지역도 편중돼 있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73동에는 136개나 설치돼 있지만, 나머지 건물들에는 거의 설치되지 않았다. 건물 내부 사람들에게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려주는 비상방송설비의 경우 인문대와 사범대 건물에는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10-1동에는 193개의 비상방송용 스피커가 설치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7동은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다.(왼쪽)많이 녹슬고 낙후돼 보이는 소화전. 관리가 필요하다.(오른쪽)


당사자인 학생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인문대는 심야 시간에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두지만 이러한 조치의 주목적은 유사시 대피를 위한 것이 아니다. 6동을 관리하는 이병완 씨는 “늦게까지 남아 있는 교수나 연구원들의 퇴근을 위해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다수 학생들은 화재 시 안전문제에 둔감하다. 김윤미(노문 07) 씨는 “자동문이 있지만 밤에 학교에 불이 나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인문대생들은 평상시 심야 화재에 대해 대피로를 생각하거나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인문대와 구조가 비슷한 사범대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범대 학생들 몇몇에게 밤늦게 사범대에 출입하려면 어떤 출입문을 이용해야 하느냐고 물어본 결과, 학생들의 대답은 모두 엇갈렸고 그 중에서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