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특집
낡고 병든 건물들, 수술대 위에 오르다 노후화된 건물로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영은 기자 (kye122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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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들이 관악으로 이전해오면서 만들어졌다. 수의대, 농생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 건물을 비롯해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등 학내 주요 건물들은 모두 이때 지어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이 건물들에는 몇 차례씩 보수공사가 이뤄졌으며 현재도 자연대 22·23동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에서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내 건물들의 전반적인 노후화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워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자연대 24동 여자 화장실에 방수가 되지 않아 얼룩이 생겼다.
인문대 3동의 천장 페인트칠이 벗겨져 흉물스럽다.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내진설계 미흡

학내 건물들 가운데 상당수는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39.9회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 기간동안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두 차례나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닌 것이다.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는 1988년부터 6층 이상 또는 1000m²(약 300평) 이상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고, 2005년에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진설계 대상 건물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m²(약 3000평)이상으로 확대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지 않은 1988년 이전에 지어진 학내 건물들은 대규모 지진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관악캠퍼스에 세워진 216개의 건물 가운데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1961~70년 5곳, 1971~80년까지 66곳, 1981~1990년까지 40곳으로 총 111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건물의 51.4%에 해당한다. 권애리(경제 07) 씨는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라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것이겠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내진설계를 실시할 경우 건물의 내진 안전성이 강화되는 반면 공사비는 증가한다. 더구나 현 내진설계 기준은 신규 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 보강 공사는 건물주의 재량에 달려 있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한 내진 보강공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지어진 학내 건물들은 건물 내부의 전기·기계·수도 시설 등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있다. 그 때문에 본부는 1999년에 일부 학내 건물들에 위치한 기계실 자체를 교체한 바 있다. 옥상방수 공사와 환기 시설 및 외벽·천장 보수, 보일러 및 펌프·배관의 교체 등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대를 비롯한 많은 건물들에서는 천장이 떨어져나가거나, 방수가 되지 않아 천장에 얼룩이 지고 배관과 전선이 낡아 있는 경우 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노후화된 건물을 보수하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든다. 본부 시설관리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후화된 기계설비 교체 및 보수를 위해 최근 5년간 들어간 비용은 약 566억 원에 달한다.
7년동안 노후 보일러와 배관을 교체하는데만 32억원 가량의 돈이 들었다.


보수공사 과정에 석면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노후화된 건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석면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 2006년에는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석면이 유출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장이던 전창열(현 총학생회장) 씨 등은 석면대책위원회를 꾸려 본부에 항의했고, 본부는 ‘앞으로는 건물 해체공사 과정에서 석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에 냉·난방 시설 보수 공사를 했던 사회대 16동 건물에서 석면이 들어 있는 천장재를 허술하게 처리해 문제가 되는 등, 석면 유출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석면은 단열성·내마모성·전기절연성에서 우수해 그동안 대부분의 건축공사에 사용돼왔다. 관악캠퍼스의 건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석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지면서, 미국에서는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석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해, 2009년부터는 석면의 수입·제조·사용 자체가 전면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다. 석면 해체 과정에 대한 관계당국의 지도감독 역시 현행 수준보다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석면이 파손돼 가루의 형태로 공기 중에 날릴 경우에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건물의 노후화로 각종 보수 공사가 수시로 진행되고 있고, 보수 공사가 끝난 후에도 건물 천장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가 많아 석면 가루가 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문대 8동 배관이 심하게 녹슬었다.


보수공사의 불편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한편 보수 공사가 지연돼 학생들이 통행 등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개강을 했음에도 방학 때 시작한 보수 공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앙도서관 제2열람실의 화장실 보수 공사로 인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소음 피해를 입기도 했다. 본부 시설과는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기존 건물 철거 공사는 방학이 끝나기 전에 완료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말하지만, 이와 같은 계획이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허광영(물리천문 08) 씨는 “물리천문학부와 지구환경과학부, 수리통계학부에서 사용하는 구 자연대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지는 등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면서도 “노후화 된 건물이 곧 붕괴될 것처럼 심각해 보이진 않기 때문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가 오히려 더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건물 노후화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보수 공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본부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