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특집
탈북자는 영원한 ‘2등 국민’? 부실한 정착지원 속에 당당한 국민으로 설 자리 잃어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2016.05.24 14:41l 최성인 기자 (csi775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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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정착지원법)’이 제정된 지도 어느 새 11년이 지났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이래 강산이 한 번 변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단체에서는 정착제도가 그 역사에 비해 안정된 틀을 갖추지 못한 채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다고 본다. 탈북자들에게 지급되는 정착지원금은 남북관계 등 정치적 이해에 의해 휘둘리는 데다, 정부 예산에 따라 교육기간도 고무줄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제도가 탈북자들의 실질적 정착을 돕기엔 미흡하다는 주장 또한 11년째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탈북자들의 실업률과 범죄율 등의 수치는 이를 뒷받침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불만을 토로하게 하는 것일까.

탈북자, 입국에서 정착까지

현재 시행 중인 탈북자의 정착지원체계.


현재 탈북자의 정착지원은 통일부 정착지원과에서 총괄하고 있다. 입국 직후 탈북자는 경찰·국정원으로 구성된 정부합동기관으로 보내진다. 여기서 통상 3주, 경우에 따라 2~3개월 동안 탈북경위, 북한에서의 생활에 대해 조사를 받는다. 조사 결과에 따라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탈북자 승인을 받으면 통일부 산하의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으로 보내지며 그 곳에서 8주간의 사회적응교육 및 직업훈련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원하는 거주지에 따라 주민 등록이 부여되고 일정액의 정착금도 지급된다. 이후 정부에서는 북한이탈주민 1세대당 2명의 민간자원봉사 정착도우미를 지정해 하나원 수료 후 1년 동안 지역사회 안내와 각종 고충상담 등의 역할 수행을 하도록 한다. 탈북자들의 지속적인 생계 유지를 위해 직업훈련장과 취업대상 사업장 등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하나원 퇴소 이후, 탈북자들의 위치는?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정착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탈북자의 실업률은 16.8%로 일반 국민의 3.3%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취업의 질 및 고용안정성도 간과할 수 없다. 취업자 중 정규직인 경우 탈북자는 19.7%로 일반국민의 36.3%에 비해 현저하게 낮으나 일용근로자는 탈북자가 57.3%, 일반국민이 9.5%로 탈북자가 월등하게 높다.
남한 사회의 제도, 분위기에 대한 부적응도 지적됐다. 경찰청 보안국의 (2007)에 따르면 탈북자 8885명 중 약 20%가 범죄를 저질렀다. 뿐만아니라 탈북자들은 범죄피해율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인다. 2007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행한 에 의하면 탈북자의 범죄피해율은 23.4%로 국내 범죄 발생률 4.3%의 5배가 넘는다. 탈북자들 대다수가 범죄자, 범죄피해자가 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한사회 정착과정에서의 심리적 불안정과 남한제도에 대한 몰이해 등을 꼽는다. 특히 탈북자들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기 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한다.



‘빛 좋은 개살구’, 정착지원금의 실상

그러나 탈북자들이 겪는 이러한 부적응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냉담하다. 일부 시민들은 “탈북하면 나라에서 지원금도 많이 나온다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웬 말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현재 탈북자들은 1인당 19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는다. 이중 1300만원이 주택 보증금이고 300만원은 1년 동안 4회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하나원을 나가는 탈북자들 손에 당장 쥐어지는 돈은 나머지 300만원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팀장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탈북자의 정착금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며 “300만원은 남한사회의 필수품인 핸드폰과 당장 먹고 입을 것 사기 에도 빠듯한 돈인데다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 사람들의 경우 빚을 갚고 나면 당장 생활도 불가능해진다”며 탈북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탈북자에게 지급되는 각종 장려금.


이어 그는 직업훈련·자격취득·취업 장려금의 실상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현재 6개월 이상의 직업 훈련을 받으면 직업훈련 장려금이, 훈련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따면 자격취득 장려금이, 실제 취업을 하게 되면 근속연수에 따라 취업 장려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 팀장은 미처 중국에서 나오지 못한 가족들을 돕기 위해 당장 취업해야 하는 탈북자들에게 직업훈련, 자격취득 장려금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에게는 한가하게 직업훈련을 받기보단 그 시간에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 장려금의 경우 4대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에 취업됐을 경우에만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탈북자들이 어느 세월에 직업훈련 다 받고 정규직 취업하겠나”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덧붙여 탈북자 1인당 1억이라는 상당히 많은 예산이 배정 되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되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외관상 어느정도 회사라고 불릴 수 있는 곳에 지속적으로 취업한 상태라면 취업 인정을 해서 취업 장려금을 주어 '눈먼 돈'을 없애야 한다”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근본적인 교육의 질 변화 시급

정착금이 단기적 적응의 문제라면 교육은 장기적 적응을 돕는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 크다. 현재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은 통일부 산하의 하나원에서 이뤄진다. 교육 기간은 총 8주, 280시간이며, 교육 목적은 탈북자들의 건강회복과 심리 안정 및 남한사회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원에서 가르치는 과목 수가 지나치게 산발적이고 다양해서 효율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팀장은 “과목은 20개가 넘어가는데 과목당 시간은 지나치게 작아 어떤 과목은 강사가 한 시간 인사하고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하나원이 ‘백화점식 교육’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하나원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하나원 관계자는 “실제로 건강회복과 남한사회에 대한 정보제공에 집중해서 필요 최소한도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며 항변했다. 그러나 2007년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행한 에 따르면 실제 탈북자들은 하나원의 집단 교육에 대해 북한식 교육이라고 규정하며,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강의하려고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성에 위치한 통일부 산하의 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교육의 전달방식과 수용도 측면에서도 허점이 많다. 현재 하나원 교육은 단순히 성별, 연령별로만 나눠 이뤄진다. 하지만 같은 20대라도 중국체류경험, 재학경력 등에 따라 학력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계층별로 세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탈북 청소년 전 아무개(19) 씨도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온 나에게 ‘ABCD’를 외우게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영환 팀장은 하나원 교육이 학생들에게 너무 이론적이고 어려워 실질적인 도움이 못되는 점도 꼬집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이론 중심 수업에 지쳐있었다. 46호에서 탈북자 배희진 씨는 “일방적인 수업에 많이 지루하기도 해서 잘 새겨듣지도 않게 됐다”며 이론 수업의 맹점을 비판했다. 이 팀장은 이론보다는 핸드폰 구입요령이나 사기예방 등의 당장 사회에 나가서 부딪혀야 할 문제들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박수진 간사는 “탈북자들이 당하는 범죄의 상당수인 사기사건은 이러한 교육 미비에서 오는 것이며 탈북자 김 아무개 씨는 보증의 개념이 뭔지 몰라 보증 사기를 당했다가 법정까지 갔다”고 전했다.
직업훈련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도 심각하다. 현재 직업훈련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3개월간 실시되며 컴퓨터, 운전면허, 자동차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교육의 내용이 개개인의 진로희망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내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르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서도 탈북자들은 “여러가지를 조금씩 경험하도록 하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자신이 특성화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취업의 질에 대한 탈북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지만 ‘실제로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려면 특성화가 절실하다.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서 취업은 중요한 정착기반이기에 탈북자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직업훈련의 쇄신을 바라고, 또 원한다.

최근 발의된 정착지원법 개정안, 어떻게 될까
정착지원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송민순 국회의원.

하나원 교육에 대한 민간단체의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하나원 교육 기간 1년으로 연장, 직업훈련교육 9개월로 연장을 골자로 하는 정착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민주당 송민순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2등 국민이 아닌 존중받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능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실질적·경제적 자립을 돕기위한 방향으로 교육을 바꾸고 싶었다”라며 법안의 취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팀장은 “탈북과정에서 재외공관이나 공관에서 운영하는 임시보호소에 갇혀있는 생활에 지친 그들에게 1년 동안 하나원에 있으라는 건 고문이다”라며 법안 내용에 대해 극렬히 비판했다. 이에 송민순 의원은 “법안의 표면적인 내용만 보고 비판하는 민간단체가 많다”며 구체적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원의 성격 자체를 수용시설이 아닌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1년의 체류 기간을 정했다고 한다. 현재 하나원은 남, 녀로 나뉘어 8명씩 한 방에서 지내는 형태로 수용시설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송민순 의원이 내놓은 법안의 목적은 하나원을 아파트처럼 한 가족단위의 주거 공간으로 꾸리고, 그 속에서 함께 교육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체류 기간도 무조건 1년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컨대 중국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은 속성 코스로 하나원을 나갈 수도 있다.
이어 송 의원은 직업훈련으로 배정된 9개월의 시간에 대해 “하나원에서 나와 따로 직업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고 하나원 기간과 겹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8주의 교육기간에 대해 송 의원은 “쉬기에도 모자랄 시간동안 직업훈련까지 하고 있어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며 내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법안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하나원에 있는 초기 3개월간은 심신회복과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나머지 9개월 동안 한국폴리텍대학 등의 외부전문교육기관에 통학하며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 하나원, 통일부 정착지원과 등과의 의견 교환 여부에 대해 묻자 송 의원은 “구체적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간단히 의견 교환만 했으며 어떤 확정적 합의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행정부· 하나원·민간단체와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법안을 수정·보완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탈북자, 정착 제도를 직접 만드는 주체로 서야

민족주의에 휘둘리지 말고 탈북자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북한시민인권연합 이영환 팀장.


민간단체에서는 정착 및 교육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서 탈북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체로 서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 주체’, 탈북자는 ‘교육의 대상’에 불과하다. 정부에 의한 평가자체가 하나원 내부에서만 이뤄질 뿐더러, 피상적인 설문조사 수준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원 내부의 평가로는 탈북자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북한 사회의 오랜 경험이 그들에게 남긴 상흔이기도 하다. 이영환 팀장은 “북한에서는 비밀이 없다. 특히 정부에 대한 일은 더더욱 그렇다. 공무원이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 습성이 탈북자들에게 배어 있다”며 그 내막을 설명했다. 그래서 심지어 하나원 내의 설문조사를 보면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라며 칭찬 일색이던 사람들이 정작 출소 후에 하나원을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팀장은 “민간단체에서 조사들이 많이 이루어지나, 그것들은 정책에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탈북자들의 사후 실태를 조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상적인 설문조사를 벗어나 좀 더 실질적인 문항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지 ‘취업을 했느냐 안했느냐’를 물어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공무원들이 하나원 수료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하나원에서 A라는 교육을 받은 것이 실제로 그 직업으로 생계로 이어졌느냐’를 묻는 등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의 ‘2등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나 인식 모든 방면에서 우리 시각에서 그들을 재단하기 보다는 그들의 입장에 서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영환 팀장은 특히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인간 대 인간의 접근을 할 것을 당부한다. “한 민족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 북한 사회의 특징, 난민으로서의 그들의 입장을 잘 못 보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 쫓겨 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봐야 될 것을 못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