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특집
탈북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 제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현정 기자 (like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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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을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 13,079명 중에 10대 청소년은 1,637명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탈북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10대 탈북 청소년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남한 적응 교육과 직업 교육, 정착 지원을 필요로 하는 성인들과는 다르게 어린 10대 청소년들에게는 더 적극적인 심리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 오랜 탈북 기간동안 학교와 분리돼 있었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탈북 청소년을 위한 제도는 특별히 시행되고 있지 않다. 입국 이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에서 3개월의 남한 사회 적응 교육을 받는 것은 성인들과 같으며, 그 이후 학력수준에 따라 학교를 선택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탈북 청소년들은 경쟁적인 남한 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이탈한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한 탈북 청소년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신빈곤층을 형성한다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다니기가 가장 힘들다

영화 속에서 월담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사진 왼쪽). 남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사진 오른쪽).


2년 전 입국한 탈북 대학생 전 아무개(19) 씨는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들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며,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를 중도 탈락한 학생의 비율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볼 때, 2005학년도 2.6%였던 탈북 청소년의 학업 중도 탈락률이 2006학년도에는 6.9%, 2007학년도에는 10.8%로 급증했다. 점차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지고, 그들을 위한 정책들이 자리를 잡아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학업 중도 탈락률이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 씨는 이에 대해 “비합리적인 학력인정제도가 학업 의지를 꺾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10살 때 탈북해 8년 동안 중국에서 수학하고, 18살에 남한으로 입국했다. 전 씨는 다른 탈북 청소년들에 비해 학업공백기간이 적었으며, 중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다. 그런데 남한 정부는 중국에서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는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야 했다. 전 씨는 “시간이 아까워 결국 학교를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은 보통 중국을 거쳐 들어오며, 중국에서 학교를 수료한 경우도 다수 있다. 불합리한 정부의 학력인정정책이 탈북 청소년들의 학력수준을 오판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탈북청소년 학업 중도탈락률 현황을 표기한 그래프.

하지만 학업 중도 탈락의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부적응이다. 탈북 청소년들은 입국 이후 즉시 하나원에서 남한 사회 적응 훈련을 받지만 예산·시설·교사의 부족으로 인해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탈북 청소년들은 직접 남한 사회에 부딪히며 적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에서 바로 남으로 건너온 탈북 청소년이나, 대안학교나 한겨레학교(탈북 청소년을 위한 유일의 정부 인가 특성화 학교) 등 비슷한 처지의 탈북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만 지냈던 탈북 청소년들은 갑자기 남한 사회로 던져졌을 때 가치관의 큰 혼란을 겪는다. 이에 전 씨는 “남한 친구들이 새내기로 대학에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새로운 환경은 너무나 무섭고 낯설다. 몇 주 정도라도 좋으니 일대일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탈북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이나 일반 학교 진학 이전에 교육을 받는 기관들은 남한 사회 적응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나원이나 몇몇 민간 대안학교, 한겨레학교는 모두 탈북자나 탈북 청소년을 위해 세워진 곳인데, 이곳을 졸업한 이후의 탈북 청소년은 관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녀는 “3개월의 하나원 교육 과정은 전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고, 죽은 지식을 배우는 것에 불과했다. 민간 대안학교나 한겨레학교 역시 남한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졸업만 시키면 끝이지 않냐”며 남한 적응 교육의 부실을 지적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또 다른 탈북 대학생 이 아무개(27) 씨는 “학교 교육을 떠나서도 사교육 없이는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사회 현실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들처럼 사교육도 받고 문제집도 사야 하는데,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학교 수업료뿐이라는 것이다.

2% 부족한 탈북 청소년 학교들
탈북 대학생 전 아무개 씨가 탈북 청소년 교육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에는 청소년 개인의 부적응 외에도 다른 문제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학교들에서 몇 가지 잡음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희망한다면, 하나원 수료 후 학력 수준을 평가 받아 일반 학교, 민간 대안학교, 한겨레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하거나 사설 학원을 선택해 공부 한다. 이들 중 일반 학교와 한겨레학교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인가 학교로, 수업 과정을 수료할 경우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반면에 민간 대안학교와 사설 학원은 비인가 시설로 대학 입학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이후에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다.

전 씨와 이 씨는 가장 많은 탈북 청소년들이 재학 중인 일반 학교가 남한 사회 적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만큼 처음 일반 학교에 들어가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 씨는 “무조건 암기해야 하는 시험과 너무 빠른 수업 진도가 가장 어려웠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일반학교를 평가했다. 그러나 교사의 수가 충분치 않고 학교당 평균 2명에 불과한 탈북 청소년들만을 위해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처음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나섰던 단체는 민간 대안학교들이다. 대안학교는 남한의 사회에 심한 이질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만나고 체험을 통해 적응해 나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 씨는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는 것이 어느정도는 좋을 수 있지만, 결국은 남한 사회 적응 시기를 늦추기만 할 뿐”이라며 대안학교를 비판했다. 또 그녀는 “대안학교는 검정고시 합격률을 중시해 검정고시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검정고시 이후에는 관계가 흐지부지 돼 졸업생의 개념도 없다”고 덧붙였다.

2006년에 통일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막대한 투자 아래 설립된 한겨레학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학교 중 가장 큰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04년 한겨레학교 설립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북한이탈청소년지원민간단체연대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의견 수렴의 과정 없이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했고,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와 분리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좋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골자였다. 근래에는 같은 통일부 산하에 있는 하나원에서 졸업생을 한겨레학교로 가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비판 받았다. 전 씨는 “하나원에서 한겨레학교로 가도록 강권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와 함께 하나원을 졸업했던 친구들은 지금 거의 모두가 한겨레학교에 있다”며 소문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전상천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이는 탈북 청소년들이 다른 민간 대안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교육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진화를 위해 1년에 한 번 민간 대안학교의 팸플릿을 만들어 하나원생들에게 배포하고, 각 학교를 한번씩 방문하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간 대안학교의 하나인 여명학교 관계자는 “팸플릿을 만들기는 했지만 배포됐는지는 알 수 없을뿐더러 하나원생들이 학교를 방문하러 오지도 않았다. 한겨레학교로 졸업생을 보내는 풍토는 그대로라고 알고 있다”며 한겨레학교를 비판했다. 문용린(교육학과) 교수는 “너무 국가 주도로 탈북 청소년을 교육시키기보다는 민간 기관에 과감하게 위탁을 하는 것도 좋다”며 과도하게 국가 중심적으로 운영되는 최근의 탈북 청소년 교육 풍토를 비판했다. 또한 그는 “탈북 청소년의 학교도 건강한 교육 이념에 맞추어 교육을 하고 공정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여러 종류의 학교의 공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교 밖의 사회는 더 수월치 못해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이 탈북 청소년의 직업교육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하나원 수료 후 학교를 선택한 탈북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남한 사회 적응이 빠른 편이다. 탈북 청소년 천여 명 중에 실제로 가장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전체의 약 25%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학교의 보호에서 벗어난 채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전 씨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으며, 정부의 보조금으로만 생활을 영위하는 하나원 동기 박 아무개 씨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남한으로 입국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남한의 사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박 씨를 설명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돈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박 씨와 같은 청소년을 방치하지 말고,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해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유일한 남한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이 지금과 같은 형식적이고 내실 없는 수업을 하기 보다는 심리학자, 교육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신적 상처 때문에 학교 교육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일지라도 교육을 통한 사회와의 교류로 문제를 극복해야 하고, 사회 또한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탈북 청소년들 중에는 학업을 지속하기보다 바로 사회에 나가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학업의 공백 기간이 긴 경우나 아주 어렸을 때 탈북해 기초 교육이 부족한 경우에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직업 교육을 통해 직업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탈북자들을 위한 직업 교육은 따로 있지 않아 남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함께 받아야 하는데, 이 자체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탈북 청소년들은 미성년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남한의 청소년 교육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으로 한정돼 있다. 대학 가기 이전에 직업훈련교육은 없다시피 하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이기 때문에 생활 보호와 직업 훈련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탈북 청소년들의 직업 교육에 회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