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 > 특집
사람은 "미등록"일 수 없다 장기투쟁 중인 이주노조, 노동자로서의 권리 찾기에 나서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2013.10.31 04:25l 이지윤 기자 (liy44@snu.ac.kr)

조회 수:451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은 2월 4일 현재 62일째 민주노총에서 농성 중이다. 이주노조 조합원의 출신국가가 다양한 만큼 서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함께 의논을 할 때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노동자'로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태로운 ‘이주노조’
Stop! Crack-Down! 인터넷 1인 시위 모습
,
,


2001년 서울 경인지역평등노동조합 이주노동자 지부에서 시작한 이주노조는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으로, 현재 조합원 수가 2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주노조’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설 자리가 없다. 이주노조는 2005년, 노동조합을 세울때 설립신고조차 반려처분됐다. 2년 뒤에야 법무부가 반려처분을 취소했지만, 한 달도 안돼 노동부에서 이주노조 반려처분 취소에 대해 상고한 상태다.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주노조가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가 원하는 바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고 나아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세울 수 없으며 그중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강제추방의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작년 11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내용을 두고 이주노조는 ‘개악안’이라 이름 붙였다. 이 개악안에는 미등록외국인 단속과 관련하여, 출입국관리소 측에서 외국인이라 의심되면 불심검문을 할 수 있고, 또한 영장 없이 공장이나 기숙사 등을 수시로 들어가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입법예고 3주 후 ‘국내 정치 관련 시위에 참여했다’라는 이유로 이주노조 지도부의 이주노조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슘 사무국장이 연행됐다. 같은 날 위 3인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단속된 것이다. 이에 노조는 작년 12월 5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주노조 3인 지도부 석방’, ‘이주노동자 운동탄압 중단’,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 폐기’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지도부 3인은 지난 1월 강제출국 된 상태이다. 한겨레 기획위원인 홍세화 씨는 ‘이주노조는 생존 위기에 처했다. 투쟁을 통해 조직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냉담하다’며 주위의 관심을 촉구했다. 여전히 이주노조는 곳곳에서 ‘Stop! Crack-Down’(탄압을 중단하라)을 호소하고 있다.



이주노조 꼽힐 씨를 만나다

지난 2월 4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민주노총 내 농성장을 찾았다. 농성장 한쪽 벽에는 응원메시지가 가득했다. 조합원 중 꼽힐(39)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노조원들은 언론에 얼굴이 알려지는게 곤란해서 그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소통상의 문제로 현장에 있던 대구성서공단노조 이주사업부장 박희은 씨의 도움을 받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1997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왔고 예전에 금속 공장에서 일하다 이주노조에서 활동하게 됐다.



내국민과 이주노동자간에 노동환경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올 때 비자를 끊어 들어오거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데 체불임금과 산업재해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돈을 못 받으니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주노동자는 임금이 적을 뿐만 아니라, 또한 내국민과 노동시간 차이도 심하다. 내국민이 8~9시간 일하는 동안 이주노동자는 10시간 이상 일한다.



이주노조의 입장은 고용허가제를 철폐하자는 것인데, 다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노동허가제를 주장한다. 노동허가제는 한국에 와서 노동하겠다고 신청만 하면 등록이 되는 제도이다.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일하러 와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노동허가제는 일하는 동안 노동자로 인정해준다.



노동허가제가 최상의 제도라고 생각하는가?

박희은 : 이전의 산업연수제가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후 도입된 고용허가제 역시 말 그대로 사업주가 노동자를 허락하는 형태의 제도다. 사업주들을 위한 제도일 뿐 노동자의 권리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 노동허가제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 후에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동3권 보장 등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사업장 변경, 이동이나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락문제, 고용허가제 1, 2년 후 재고용 문제 등 고쳐나가야 할 점이 많다.



이주노조에 가입된 미등록이주노동자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

한국에 현재 외국인체류자가 100만명 정도 있는데 이중 미등록이주노동자만 22만명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3만 7천명이 추방당했다. 이주노조에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많다. 이주노조에서 합법체류자 비율은 20~30%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출신국가가 다양하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2003~5년때는 바로 회사(공장 등), 기숙사, 길거리에서 단속하고 차안으로 데려가 (신분을) 확인한 후 미등록이 아니면 풀어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만든다는 법은 피부색깔이 다른 경우 무조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데려가서 조회를 한다고 한다. 단속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다치거나 급기야 죽는 경우까지 있다. 며칠 전에도 동대문에서 한 여성이주노동자가 단속 때문에 2층에서 뛰어내려 다쳤는데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최근에 수바수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간단히 설명해달라.

수바수 씨는 이주노조 조합원이다. 8개월 전에 같이 집회에 참가하고 집에 가는 길에 경찰에 단속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졌다. 수바수 씨는 보호소에서 수감될 당시 당뇨병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치료도 해주지 않고 종이박스 안에 포장하듯이 몸을 묶어 공항까지 데려가 강제추방했다. 지금 네팔에서 치료받고 있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의 고용허가제가 제구실을 하려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아주 없어져야 하는데 미등록이주노동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여러 나라에서 들어와 국제 결혼 비율도 11% 이상 된다. 사람이 '미등록'이 아니다. 법이 미등록인 것이다. 우리를 합법적으로 만들어 주는 법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이주노조를 탄압하고 있지만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아는 이가 체불 임금 때문에 3일 동안 밥 한 끼 못 먹은 일도 있었고 동지들이 단속할 때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슬픈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