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 > 특집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몇가지 시선들 범죄·일자리 잠식 등 내세우는 비난여론 … 비현실적인 주장들 많아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소라 기자 (sora063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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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나빠요~”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대면하는 냉혹한 현실을 풍자했던 개그맨의 이 한마디가 세간의 유행어가 되고,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하는 TV 프로그램의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이전만큼 따뜻하지 않다.

등 돌린 누리꾼, 오프라인 집회 나서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추방지지 집회를 하는 ‘추방운동본부’ 회원들.
지난 1월 25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는 다음 카페 ‘불법체류자 추방운동본부’(‘추방운동본부’)의 시위가 있었다. 이 카페 회원 10여 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력 단속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조사과를 방문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카페의 주인인 자주 씨(필명)는 “언론을 통해 불법체류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국내 일자리 잠식 등의 문제를 접하면서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 카페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방운동본부’ 외에도 다음 카페 ‘불법 외국인 노동자 대책 참여연대’는 최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 업그레이드 한류!’라는 카페로 기존 자료들을 이전해 활동 중이다. 카페 ‘한류열풍사랑’에서도 ‘불체자 문제’라는 게시판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부정적인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카페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을 주장하는 입장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이주노동자 전반에 대한 여론 또한 호의적이지는 않다. 네이버 ‘울분카페’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전체를 비판하는 기사들을 국가별로 게시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음 아고라(http://agora.media.daum.net)의 토론 게시판에는 “외국인노동자 제로운동으로 나아가자”, “외국인 노동자 유입 이대로 좋은가” 등 이주노동자의 국내 유입을 반대하는 게시물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점차 확대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이유로는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범죄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17일 SBS 에서는 ‘외국인 100만 시대, 그들만의 무법지대’라는 제목으로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들의 범죄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2007년 1월에 발생한 안산역 토막 살인사건, 이주노동자의 성범죄, 폭행 등의 사례들을 제시한 의 보도는 시청자들에게 이주노동자 범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과장된 ‘이주노동자 범죄’ 보도 … 실제 범죄율은 한국인보다도 낮아

전체 주민 중 이주노동자가 60%에 육박해 ‘국경 없는 마을’로 알려진 안산 원곡동의 주민들에게 이러한 언론보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안산역 앞에서 3년 째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내가 봐 온 외국인들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그렇게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산역 부근의 노점상 박모 씨 역시 “내가 보기에 (외국인들은) 오히려 착한 것 같다”며 “가끔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런 문제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안산 단원경찰서 원곡 지구대 전종석 1팀장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외국인 범죄는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일부 사람들이 술을 마신 뒤 저지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성범죄를 자주 일으킬 것이라 여겨지는) 몇몇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오히려 순박해 성범죄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체류자 10만 명 당 범죄자수를 산출해 범죄자율을 비교한 결과 주요 인력송출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범죄자율은 오히려 한국인의 범죄자율보다 낮다. ○ 자료 : 법무부, 2004년 출입국관리통계연보 대검찰청, 『범죄분석』, 해당연도(범죄자수) 통계청 홈페이지(인구수)(http://www.nso.go.kr 참조)
외국인 범죄에 관한 수 년 간에 걸친 통계자료 역시 ‘이주노동자 범죄 심각’이라는 주장과는 상반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영신 연구위원이 지난 2007년 발표한 논문 ‘외국인의 불법체류와 외국인범죄’에 따르면, 2004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10만 명 당 범죄자수를 계산해 체류외국인의 국적별 범죄자율을 비교한 결과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 국적의 외국인에 비해 중국, 방글라데시, 타이,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 외국인들의 범죄자율이 낮게 나타났다. 또한 2004년 우리나라 성인 인구 10만 명 당 범죄자수가 4677명임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개발도상국 국적의 외국인 범죄자율이 내국인 범죄자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표 참조)

이주노동자들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서민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 역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대 여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이전까지는 이주노동자들이 국내 3D업종의 인력부족분을 채우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안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을 경우 자연스레 인력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약 10년 전에는 내국인 대비 외국인의 노임이 약 70~80%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외국인이 없으면 현장 일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거의 동등한 임금체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방운동본부’의 자주 씨는 “지금은 기피업종 뿐만 아니라 요식 서비스업, 운송업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위와 같은 ‘일자리 잠식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일자리 사수’ 혹은 ‘연대 투쟁’,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운동계는 이주노동자의 투쟁 또한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2007년 8월 28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이주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철거민연합 등이 참여한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규탄 집회현장.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 잠식 문제를 두고 노동운동계는 내·외국인의 경계를 넘어 노동 조건 자체에 주목하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전장호 조직위원장은 “‘한정된 일자리를 누가 차지해야 하는가’ 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을 막고 그들이 받아들여 왔던 노동조건으로 국내 노동자들이 일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저임금 일자리를 둘러싸고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충돌하는 근본 원인은 전반적 노동조건 하락이 원인이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상승시키는 과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 조직위원장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건설노조 측에서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조직화된 사례는 서울경인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유일하지만,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 담당 김성우 씨는 “건설일용직 이주노동자들 또한 조직화해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합법과 불법 사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비난의 화살

그러나 이주노동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안산 단원경찰서 전종석 1팀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지 않아 생계형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밀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등록증이나 여권이 없어 범죄를 저질러도 검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이른바 ‘사기결혼’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도 있다. ‘추방운동본부’의 시위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파키스탄 출신 밀입국 노동자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결혼 전에는 안 그랬는데 결혼 뒤에는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로 나에게 순종을 요구했다. 나와 결혼해 귀화신청만 하면 끝이었기 때문에 결혼 뒤 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그 여성은 현재 지인의 집에 머물며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돼 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이탈했거나 혹은 애초에 밀입국한 경우이거나 마찬가지로 ‘불법’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그나마 ‘합법’이라는 방패막이 존재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 ‘불법’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추방운동본부’를 비롯한 인터넷 카페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점에 기인한다. 2007년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단순 기능인력 이주노동자 442,677명 중 16세에서 60세 사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61,059명으로 13.8%에 달한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전체 이주노동자들 내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전체 이주노동자들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이들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의 표상인가.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