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 > 특집
G20 정상회의, 반대하면 제 정신이 아닌가?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부터 내용을 확실히 해야 국익에도 도움이 돼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안효성 기자 (ans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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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서는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를 치르게 된 셈”
작년 9월 25일, 이동관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G20 정상회의 회의 개최 확정을 축하하며 한 발언이다. 피츠버그에서 한국에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G20 정상회의 유치에 큰 역할을 한 사공일 위원장이 일어서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 열사가 회의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분사했지만, 100년이 지나서 우리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습니다. 이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 유치는… 이렇게 기쁜 날 만세라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만세를 제안했고, 수행원들은 만세 삼창으로 화답했다.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 G20 정상회의 회의를 개최한 정부의 기쁨은 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 장관 등이 모여 만세 삼창을 할 정도로 대단했다.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여서일까, 정부가 G20 정상회의 회의에 거는 기대도 ‘단군 이래’ 그 어떤 외교 행사보다 크다. 그래서일까, G20 정상회의의 효과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비견되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Rule Setter 지위로 격상’, ‘국격상승’, ‘글로벌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문화, 경제, 정치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기대효과 때문인지 정부와 언론들은 잠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접고 회의 준비에 몰두하자고 주장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가 이주노동자, 노점상들에 대한 약자의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는 우려가 ‘국익’ 앞에서는 잠시 침묵해도 좋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G20 정상회의 개최의 의의와 효과를 꼼꼼히 살펴봐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G20 정상회의가 정말 ‘국익’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 오직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가 결정된 이후 많은 언론과 정부는 앞 다퉈 G20 정상회의 회의 개최 과정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을 소개했다. G20 정상회의 탄생부터 의제설정, 유치에 이르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역량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정부 측의 자료에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캐나다와의 유치 경쟁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됐다. 캐나다가 막판에 유치를 희망함으로서 우리나라의 유치가능성이 불투명해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적 노력 덕분에 만장일치로 한국의 유치 결정을 끌어냈다는 내용이었다. 공감코리아에 개재된 ‘현장에서 본 G20 정상회의 정상외교’라는 제목의 글에는 “캐나다에 한판 승리”, “총성없는 전쟁” 등으로 당시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홍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에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일정부분 역할을 했지만 G20 정상회의 참가국들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역학관계가 그 이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소리다. 한국언론재단 김성해 연구원은 “한국이 의장국에 뽑힌 것은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해 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봤다. 회의유치를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의한 ‘승리’로 보기보다는 미국을 대표로 한 패권국가와의 긴밀한 관계에 따른 ‘보상’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의 회의 개최를 정해진 수순으로 설명하는 측도 있다. 사회진보연대 구준모 정책위원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2010년 G20 정상회의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의장국으로 결정된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했다. G20 정상회의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의장국은 대륙별 안배에 의한 순번제로 결정된다. G20 정상회의의 전신격인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의장국인 한국이 정상회의에서도 의장국을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구 정책위원은 회의 개최와 관련해서 “선진국에 개도국이 망라된 새로운 합의체라며 스스로를 홍보하는 G20 정상회의의 정체성”에도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이전의 회의를 미주와 유럽의 선진국들이 개최한 만큼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도국 중 한 개의 나라가 개최하는 것이 G20 정상회의 입장에서는 모양새가 갖춰진다는 이야기다.

G20 정상회의 한 번에 선진국이라 굽쇼?

정부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선진국 진입 계기’로 여기고 이와 관련된 내용의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규칙 수용자(Rule taker)에서 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 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은 대표적이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부상함으로써 세계경제를 규율하는 운영그룹에 진입했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적 역할과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홍보책자에 G20 정상회의의 기대효과를 서술하는 대목이다. G7, G8과 같이 세계경제를 규율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배제됐던 한국 등의 신흥국이 G20 정상회의에 포함된 것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찾는 이들도 많다. 한국 정부도 개도국과 선진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내에서 개도국의 의견도 포괄하는 목소리를 내 G20 정상회의 내에서의 국제적 역할과 영향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내에서의 정부의 역할을 두고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범을 준비 중인 G20 정상회의 서울대운동본부 승곤(응생화 06) 씨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힘이 생긴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EU 등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적 역학 관계를 무시한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성해 연구원도 “G20 정상회의에 포함되고 의장국을 맡았다고 규칙 제정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IMF, 세계은행 등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 지분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즉 G20 정상회의를 통해 발언권은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규칙 제정자’를 운운하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나라에는 국격이 있습니다”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선진국 진입 계기로 보는 다른 이유는 국가이미지 제고다.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경제의 불투명성, 불확실성을 근거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일을 말한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 줄일 때마다 약 4조 8천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 정례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이 대치된 나라에서 G20이 안전하게 열린다면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할 것”이라며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희망적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현재 남북관계는 그 어떤 때보다 경색 중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G20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는 법질서, 정치문화, 도덕적 수준 등 사회 전 부분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리는 국격 상승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에티켓 운동’, ‘법질서 바로 세우기 운동’ 등이 대표적인 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깨끗한 거리, 질서있는 시민의 모습을 보여 ‘어글리 코리언’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정부가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홍보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국격 상승’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진정한 국격 상승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장덕진(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격 상승 논의는 지나치게 경제 성장 위주의 담론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인권, 민주주의, 환경보호와 같은 내용보다는 국가브랜드와 같이 경제적 가치가 국격 논의의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에티켓 운동과 국격상승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택시 기사의 복장을 단속하거나 국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 국격을 올릴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국격이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2월 17일 자 <프레시안>에 개재된 ‘두려워하라! 그들의 국격은 위험하다!’에서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국격이 반대쪽 정파에 대한 ‘공격용’ 또는 억압을 위한 ‘통제기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격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관련 서한을 UN안보리에 보낸 것을 두고 일어난 ‘국격 훼손’ 논쟁은 대표적인 예다.
특히 정희준 교수는 “G20 정상회담을 국격 제고의 발판으로 삼자는 논리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G20정상회의 반대세력, 제 정신인가요?”와 같은 기사에서 보듯이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으로 매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준모 정책위원도 “큰 국제적 이벤트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며 “이번 G20 정상회의도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반대 세력을 탄압할 기회로 사용될 소지가 크다”며 우려했다. 현 정권이 G20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면에는 4대강 사업, 청년실업, 사회양극화 심화 등 자신들의 실책을 교묘하게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장덕진 교수는 “G20 정상회의 개최가 큰 기회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 이익, 국격 상승 등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장 교수는 “민주주의, 인권,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추세를 봤을 때 ‘국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국격 상승’을 이루겠다는 정부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가 인권, 민주주의, 환경 등에 대한 고려를 더 해야한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의일자가 가까워질수록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은 더 심해지고 있다. 회의 기간 중 질서유지를 위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심지어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한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회의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노숙인, 이주노동자, 노점상들에 대한 단속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승곤 씨는 “회의개최를 위해 노점상, 이주노동자, 노숙인을 다 쓸어버리는 G20 정상회의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반문한다. G20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를 반대하는 여러 세력들에게 “제 정신인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