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 특집
두 교수가 바라본 서울대와 촛불 현실 인식과 진실 탐구, 이제는 눈을 뜰 때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영은 기자 (kye122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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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정재 전 학생처장(지역시스템공학부)과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를 만나 촛불집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정재 전 학생처장은 총학생회(총학)의 동맹휴업과 총투표에 관해 반대의사를 보였으며 최영찬 교수는 촛불집회 당일날 아크로에서 연설을 했다. 각각의 인터뷰는 같은 질문지를 가지고 따로 진행됐다.

이정재 전 학생처장 (지역시스템공학부)“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있고, 여기서 대원군처럼 살자는 것은 세상에 뒤쳐진 이야기다. 정신 차리자. 세상은 이미 저만치 가 있다”





서울대 저널(저널) : 촛불집회 현장에 직접 참여한 소감은?

이정재 전 학생처장(이) : 촛불 집회 참여의 당위성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지만, 내가 지켜 본 바에 따르면 6월 5일까지는 폭력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순수한 모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촛불집회로 인한 국력의 낭비도 대단한데 정부는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최영찬 교수(최) : 지금의 촛불집회는 초기보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쳤다. 지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정부가 국민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진압해서 촛불 열기가 다소 식기는 했지만 마음속의 촛불이 꺼졌다고 보지 않는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 내부에서도 촛불집회의 방향에 대해서 의견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원래 촛불집회가 보수나 진보를 떠나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저널 : 동맹휴업을 통한 촛불집회 참여가 적절했다고 보는가?

이 : 과거 민주화 운동 때의 동맹휴업은 학교라는 권위에 저항해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학교 문을 닫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수업을 들을 사람은 듣고 아닌 사람은 가자는 것은 동참을 권유하는 것이지 동맹휴업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에 빠지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에 학교가 관여하지는 않는다. 동맹휴업 시 총학 집행부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은 학칙 92조에 학생은 물리적으로 학교 운영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었다.

최 : 촛불집회 참여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동맹휴업이라는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휴업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학생들은 돈 내고 받는 수업을 휴업한다는 게 웃기는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단체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투표를 해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수업권을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휴강을 했다.

저널 : 총학의 이름을 내걸고 촛불집회 참여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했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 총학은 자치범위 내에서 자신의 권한을 지켜야한다. (동맹휴업 총투표를 위한 총학의 학생명부 제공 요청을 거절했는데) 학교는 총학이 요구한다고 해도 학교의 지적재산인 명부를 반드시 줘야할 의무가 없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한 동맹휴업 때 명부를 줬다가 학생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곤란을 겪었다. 지금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상황이 같아도 똑같이 이해될 수 없다. 학생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말 총투표가 필요했다면 먼저 학교에 협조를 요청해서 의사 타진을 한 후 진행했어야 한다.

최 : 지금 대학은 좋은 직장을 갖는 데 필요한 공부나 하는 기능인을 만들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미래 세대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학이 투표를 통해서 나름대로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수렴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촛불집회 참여에 왜 총투표까지 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잘못된 것에 잘못됐다고 말하고 옳은 소리를 내는 것에까지 투표를 해야 했나. 투표는 마지막 일이고 우선 의견을 듣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직접민주주의가 필요한 곳이 대학이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 할 수 있고 좀 더 합리적인 의견을 선택하기위해 토론하는 곳이다.

저널 : 대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어떻게 보는가. 더 나아가 사회문제에 있어 대학생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 서울대 학생들은 총투표를 통해 학생대중의 뜻으로 촛불집회가 정당하다고 말해줬다. 서울대는 이로써 나름의 역할을 했다. 명부를 안 준 것은 행정인으로서의 입장이었지 서울대 동문으로서의 입장은 아니었다. 국가적인 일에 서울대 학생이 무심하게 지나간다면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최 : 이번 촛불집회는 대학생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때문에 참여가 늦어졌다. 왜 대학생들은 중고생들이 나오기 전에 그 일을 못했던 것인지, 막연히 시류에 쫓아간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한다. 대학생들이 이 시대에 왜 촛불을 같이 들어야 되고 이를 통해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저널 : 이후의 촛불의 흐름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공기업 민영화, 수돗물 민영화, 대운하, 교육 자율화)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이 : 이번 촛불집회는 정권의 오만함이나 권위적인 성격을 규탄한 것으로 학생들의 정치 투쟁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끝이 운동권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그 틀을 우리가 어떻게 가지고 가야할지가 중요하다.

최 : 우리사회에서 이건 잘못 돼도 되고 이건 잘못되면 안 된다는 건 없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했지만 다 일리가 있고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함께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존재하며 다만 동의 여부의 문제만 있을 수 있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거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에 귀를 닫지 않고 사는 것이다.

저널 : 과거 독재정권 시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들과 오늘날 촛불을 든 대학생들을 비교한다면?

이 : 과거 민주화운동에서의 모든 가이드라인은 서울대에서 나왔는데 이번 일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집회의 힘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지 못했고 동조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힘들었다. 또한 촛불집회 이후에 지성인답게 어떤 방향을 정립한 후속조치나 강령을 세우지 못했다.

최 : 지금의 촛불집회는 남녀노소가 참여해 통일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예전의 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간혹 폭력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평화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전달하려고 했다. 촛불집회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였던 것이다.

저널 : 학내 촛불 집회의 열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의 성격이 변질된 것은 사실이고 과거답습형 운동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그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운동권적 시대정신이 발현될 때가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최 : 학생들은 공부라는 본분을 다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문제에 나서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미안하게라도 생각해야 한다. 대학에서 얼마나 더 이런 사람들을 양산해서 힘없는 사람을 억압하게 해야 하는지 걱정스럽다. 70년대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 덕분에 지금 마음 놓고 살아간다. 거기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

저널 : 끝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 이번 촛불집회는 국민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있고 우리가 먹는 식료품 가운데 80%가 수입된 것이다. 여기서 대원군처럼 살자는 것은 세상에 뒤쳐진 이야기다. 정신 차리자. 세상은 이미 저만치 가 있다.

최 : 대학생들은 광우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민교협에서 진행한 광우병 관련 강의에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런 문제의 진실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대학시절이다. 그런 것 없이 투표로 결정하고 자신의 정치·사회적 입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진실에 눈 감지 말자. 진실에 서 있는 사람은 강하다. 촛불집회에 나간 사람들이 강한 이유는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서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깝게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